춥디추운 겨울바람에 버린 내 이름
평안, 걱정이나 탈이 없음 무사히 잘 있음.
내겐 이러한 평안함이 늘 필요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무엇이 늘 불안했을까? 지난겨울은 불안했다. 매서운 찬 바람만큼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겨울바람은 이렇게 부는 데, 언젠간 이 겨울이 지나고 내게도 봄이 올까? 지독한 겨울을 걷는 기분이었다. 원인을 찾아봐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불안. 그 시작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면 늘 불안했다. 늘 겨울이었다.
성실, 정성 성(誠), 열매 실(實)
‘정성스럽게 열매를 맺는 삶’ 내 이름을 들으면 다들 쉽게 기대했다.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이름처럼 성실하게 살아야지.”
라고 말했다. 원한 적도 선택한 적도 없던 이름은 날 서서히 괴롭혔다. 뭐가 돼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돼야만 할 것 같았다. 기대에 숨이 막혔다. 누군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 같은 이름, 놀리기 딱 좋은 이름, 트집 잡기 좋은 이름, 무언의 압박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이름,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은 듯한 이름을 늘 버리고 싶었다.
‘이름을 버리면 봄이 오지 않을까?’
찬 겨울바람에 온기를 놓칠세라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 속에서 결국 이름을 버렸다. 나의 세상을 평안하게 해주기를 바라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제 봄처럼 따뜻해지겠지?’
몇 주 후 개명 허가가 났다. 새로운 이름이 적힌 서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안,
이 세상에 평안을 주는.
동글동글한 모양의 이름, 밝은 피부와 어울리는 이름, 평안을 가져올 이름, 무엇보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이름, 나답기 좋은 이름. 꽤 기쁠 줄 알았는데 싱숭생숭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불러주는 새로운 이름이 쑥스러웠다. 어색했지만 마음 구석에서 온기가 피어올랐다. 이 이름이 익숙해질 때면 봄이 찾아올 것만 같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햇살을 가득 품으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지.
나의 작은 이 세상에도 평안함이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이다.
📮 똑똑 느린 에세이 입니다.
느린 에세이는 느린 질문보다 더욱 일상적이고, 세세한 감정들을 담아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오디오 에세이로 연재되었던 글과 더불어 미공개된 글들도 전달해 드립니다. 느린 에세이를 통해 바쁜 일상 속 천천히 구독자 님의 마음을 살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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