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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에세이

춥디추운 겨울바람에 버린 내 이름

이 안의 세계 1화

2025.08.04 | 조회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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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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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느린 수집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글 쓰는 애매한 재능인의 느린 질문

춥디추운 겨울바람에 버린 내 이름

 

평안, 걱정이나 탈이 없음 무사히 잘 있음. 
내겐 이러한 평안함이 늘 필요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무엇이 늘 불안했을까? 지난겨울은 불안했다. 매서운 찬 바람만큼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겨울바람은 이렇게 부는 데, 언젠간 이 겨울이 지나고 내게도 봄이 올까지독한 겨울을 걷는 기분이었다. 원인을 찾아봐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불안. 그 시작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면 늘 불안했다. 늘 겨울이었다.

성실, 정성 성(誠), 열매 실(實) 
정성스럽게 열매를 맺는 삶’ 내 이름을 들으면 다들 쉽게 기대했다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이름처럼 성실하게 살아야지.”
라고 말했다. 원한 적도 선택한 적도 없던 이름은 날 서서히 괴롭혔다. 뭐가 돼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돼야만 할 것 같았다. 기대에 숨이 막혔다. 누군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 같은 이름, 놀리기 딱 좋은 이름, 트집 잡기 좋은 이름, 무언의 압박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이름,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은 듯한 이름을 늘 버리고 싶었다.

 

이름을 버리면 봄이 오지 않을까?’
찬 겨울바람에 온기를 놓칠세라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 속에서 결국 이름을 버렸다. 나의 세상을 평안하게 해주기를 바라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제 봄처럼 따뜻해지겠지?’
몇 주 후 개명 허가가 났다. 새로운 이름이 적힌 서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안,
이 세상에 평안을 주는.

동글동글한 모양의 이름, 밝은 피부와 어울리는 이름, 평안을 가져올 이름, 무엇보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이름, 나답기 좋은 이름꽤 기쁠 줄 알았는데 싱숭생숭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불러주는 새로운 이름이 쑥스러웠다. 어색했지만 마음 구석에서 온기가 피어올랐다이 이름이 익숙해질 때면 봄이 찾아올 것만 같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햇살을 가득 품으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지.

 

나의 작은 이 세상에도 평안함이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안의 세계> 춥디추운 겨울바람에 버린 내 이름

<이 안의 세계>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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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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