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님, 국민 MC 같은 최고 존엄의 별명을 가진 유재석. 모든 방송인을 통틀어 가장 존경 받고 인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유재석이 히어로라…? 히어로 리서치의 후보를 선정하면서 각 분야의 1인자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저 역시 단순히 방송인 1위니까 한번 훑어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유재석의 삶이야 말로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에게 의미 있는 울림을 주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주 히어로로 개그맨 유재석을 선정했습니다.
소년급제가 만들어 낸 건방진 개그맨
히어로 리서치는 히어로들의 성장 과정에 반드시 실패와 좌절이 있고, 그 좌절의 경험을 발판 삼아 성공 포인트를 깨닫는다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재석의 무명 시절이 길었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노력형이라는 이미지가 큽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유재석은 어렸을 때부터 독보적으로 웃겼던 천재형 개그맨이었습니다. 그랬으니 학창 시절부터 일찍 개그맨을 꿈꿨고, 20살에 최연소로 합격해 KBS 공채 개그맨이 되었죠.
대상을 받을 줄 알았는데, 장려상을 받아 기분이 안 좋았다는, 그래서 귀를 후비적 거리는 건방진 모습은 지금의 예의 바른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릴 때부터 너무 웃겨왔기 때문일까요. 유재석 자신도 신인 시절 너무 자만했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런 태도가 엄격한 군기 문화로 유명한 개그맨들 선배들에게 안 좋게 보여 많이 혼났다고 하죠. 깐족대는 게 장점인데 혼나다 보니 방송에서도 위축됩니다. 방송 기회를 겨우 얻어도 번번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PD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거진 10년을 안 웃긴 개그맨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은인 김석윤 PD가 나타납니다. 김PD는 평소 유재석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공개 코미디가 아닌 버라이어티 쇼에 유재석을 데려왔습니다. 메뚜기 탈을 씌워서요. 그때부터 서서히 메뚜기라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이 되고, 이후 김석윤 PD와 ‘공포의 쿵쿵따’라는 프로그램까지 함께 하며 전국구 스타로 떠오릅니다.
성공 포인트1. 웃음에 미친 자 = 철저한 준비
회복탄력성을 아시나요? 소위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바닥을 금방 치고 멘탈을 회복하는 능력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합니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잘 털고 일어나는 능력을 말하죠.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바닥을 치면, 그 바닥을 밀친 힘으로 위로 떠오르는 겁니다. 위인전의 서사 구조도, 우리 히어로들의 성공 스토리도 자세히 보면 바닥을 치면서 깨달음을 얻고 성공 포인트를 행동으로 옮깁니다.
어떤 분야의 천재라는 것은 곧 그 분야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도 됩니다. 알면 알수록 유재석은 웃음에 미친 사람으로 보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웃기는 게 즐거웠고, 지금도 웃기면서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사람이 10년을 무대에 나서지 못하고 재미 없는 개그맨 취급 당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유재석이 부른 노래의 가사처럼 천재 출신인 그가 별로 열심히 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게 이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재석은 송은이, 김숙과 함께 '남편은 베짱이’라는 코너를 합니다. 긴 무명 시절, 어렵게 찾아온 기회라 유재석은 필사적으로 달려듭니다. 매일 회의와 연습을 해서 김숙의 불만이 많았다고 하죠. 이 코너는 잔잔바리 인기로 끝나긴 했지만, 유재석은 이때 열심히 하는 것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던 것이죠.
버라이어티로 넘어오면서 부터는 방송이 대본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에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평소 유재석은 취미가 방송과 뉴스, 신문 등 온갖 미디어를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흥성이 중요한 버라이어티에서는 거의 모든 트렌드를 미리 알아두면 유리합니다. 이렇게 삶과 방송 준비를 거의 일치시키는 삶을 살고 있다고, 동료들에게 수도승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게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라 합니다. 동료들의 방송을 모니터링 해주고, 자신의 방송에 대한 토론을 하고, 새로운 미디어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그냥 재미있어서 그렇게 한다네요. 이런 걸 보면 유재석은 웃기는 데 미쳐있고, 웃기는 걸 좋아하는 그냥 웃친자 같습니다.
성공포인트2. 뉴페이스 발굴 → 웃음 생태계 확장
유재석은 뉴페이스를 발굴하는 데 진심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준 김석윤 PD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자신이 그랬듯이 새로운 관심이 다른 잠재력을 가진 사람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예능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하며 처음 나오는 출연자들에게 끊임 없이 말을 걸죠. 유재석이 모든 출연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진행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이는 뉴페이스를 발굴하고 기회를 살려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뉴페이스를 발굴하려는 유재석의 노력이, 단순한 후배 사랑보다는 웃친자의 광기라고 생각합니다. 고인물끼리 있는 것보다 새로운 사람과 방송을 해야 자기가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같고요, 예능 생태계를 확장해야 이 재미있는 일을 자신이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웃긴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유재석의 찐웃음을 보셨나요? 평생 나락의 불안을 안고 사는 연예인들이라 자기 하나 챙기기도 바쁠텐데, 뉴페이스 발굴에 진심으로 재미있어하는 그의 모습은 웃친자의 광기로 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계속 웃친자라고 하니 무언가 부정적인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는데요. 조금 순화하면 장인정신이죠. 장인은 한 분야에 미쳐 있는 사람들입니다. 장인들은 그 일이 처음에 인기가 있어서, 전망이 좋아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에 평생 하는 것이죠. 이런 장인들이 곧 구루(Guru)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생태계에 대한 걱정도 진심입니다. 그 생태계가 무너지면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방송가의 위기, 예능의 침체기 같은 말은 유재석에게 이 웃긴 일을 못한다는 사형 선고로 들릴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활약하고 재미있는 컨텐츠가 많아지는 예능 생태계 확장에 사명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유재석의 핵심 가치, 웃음과 재미
웃음에 미치는 것, 뉴페이스 발굴, 이 2가지 성공 포인트는 유재석이라는 사람의 핵심 가치가 구체화된 것입니다. 유재석의 핵심가치는 단연 웃음이죠. 유느님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손사래 칩니다.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것도 머리 아파서, 하루하루 열심히 웃기며 사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의 핵심 가치가 웃음이 아니었다면, 신인 시절 좌절했을 때 이미 방송계를 떠났을 것입니다. 바닥을 치고, 거기서 레슨런을 얻고, 성공 포인트를 실행하려고 해도, 본래 자신이 가진 핵심 가치가 그와 맞지 않는다면 끈기 있게 도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핵심 가치가 발현되는데 개인이 가진 강점이 요긴하게 활용됩니다. 유재석의 강점은 사회성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웃겨온 천재 개그맨 스타일인데다, 사람들과 관계도 좋았습니다. 유재석의 무명 시절에 잘 나가는 동료들이 유재석은 사석에서는 참 웃긴데 방송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했다죠. 자신이 어려울 때 친한 동료들이 잘 챙겨줘서 고마웠다는 표현도 항상 하고요. 경력이 좀 있는 웬만한 연예인들은 무명 시절의 유재석과 친분이 다 있더라고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 사회성 때문에 유재석의 잠재력을 알아봐 준 사람도 있었고, MC가 되어서는 출연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됐죠.
요약
- 무엇에 미쳐본 적 있나요? 유재석은 웃음에 미친 사람입니다. 웃기는 걸 잘 하고 싶어서 삶을 방송 준비로 가득 채웠습니다.
- 생태계를 확장해야 웃기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뉴페이스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게 장인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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