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으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아 여행을 했을 때, 아직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뉴스에서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많이 등장했지만 정작 에어비앤비를 사용해 본 사람은 거의 없었죠. 제가 에어비앤비로 여행한다고 했을 때도 주변의 반응은, ‘왜 굳이 남의 집에서 자냐’, ‘그거 위험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랬던 에어비앤비가 지금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을 만큼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습니다. 여전히 ‘굳이 왜 에어비앤비에서 자?’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그러기에는 나스닥 상장도 했고, 시가총액은 주요 호텔 몇 개를 합친 것보다 높고, 무려 16년을 버텼습니다. 전 세계 호텔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리서치할 히어로는 실리콘밸리 존버의 아이콘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입니다.
성공 포인트 1. 존버, 존버, 존버!
눈물 젖은 시리얼
에어비앤비의 눈물 젖은 빵, 아니 눈물 젖은 시리얼 스토리를 아시나요? 에어비앤비를 런칭하고 고객 몇 명을 받아 자신들의 방을 빌려주었습니다. 처음엔 이름이 ‘에어배드앤드브랙퍼스트’라서 간단한 아침도 제공했고요. 하지만 이런 괴기스러운 사업모델이 시작부터 잘 될리가 없었죠. 계속해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합니다. 수 많은 피칭을 했지만 그 누구도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없었습니다.
체스키와 공동창업자들은 돈이 떨어지자 시리얼을 팔기 시작합니다. 당시 미국 대선 전당대회가 한창이었습니다. 디자이너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오바마와 매케인 캐릭터 디자인 포장만 시리얼에 새로 입혀서 두 후보 지지자들에게 비싸게 팝니다. 그 돈으로 겨우 버티고, 남은 시리얼을 먹으면서도 버텼습니다. 우유 살 돈도 아까워서 시리얼만 씹었다더군요.
얼마 후 에어비앤비 팀은 실리콘밸리의 투자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 인터뷰 기회를 잡았습니다. 와이컴비네이터 CEO였던 폴 그레이엄은 에어비앤비 아이디어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게비아가 가져온 시리얼 박스를 그레이엄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게 뭔가 싶던 그레이엄에게 체스키가 말합니다.
“그 시리얼 박스를 만들어 팔아 버티고 있습니다.”
폴 그레이엄은 에어비앤비를 와이컴비네이터에 합격 시킨 진짜 이유가 시리얼 박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퀴벌레처럼 생존력이 끈질긴 팀이라면서요.
사건 사고 속 16년 존버하기
초창기 계속해서 투자에 실패했을 때, 체스키는 마치 투자자들이 에어비앤비를 만지기도 싫어하는 방사능 같은 아이디어로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세계의 도시 정부는 에어비앤비를 방사능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16년 간 끊이지 않고, 전 세계의 도시 곳곳에서 정부기관의 규제에 에어비앤비는 대응을 해야했죠.
에어비앤비 비즈니스의 특성 상 사건 사고가 참 많았습니다. 에어비앤비 게스트가 범죄를 당하기도 하고, 무개념 게스트들이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놔 호스트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몰카 범죄와 인종 차별 사건도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집값이 오르자 규제가 에어비앤비를 조여왔습니다. 이런 에어비앤비의 실책을 다시 꼬집자는 것은 아니고요. 이런 환경에서 16년이나 비즈니스를 이어온 체스키의 존버력을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규제는 사업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사건 사고는 내가 노력해서 해결하면 되지만, 규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금지법이 만들어지면 그냥 사업 접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24시간 내내, 전 세계 도시에서 매일 같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질릴 것 같습니다.
브라이언 체스키는 다른 천재형 창업가들과 달리 인간적인 사람입니다. 인터뷰에서 항상 에어비앤비 창업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때도 마찬가지로 힘들었다고 토로하고요. 코로나 이후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사람이 확 늙은 게 눈에 보여서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존버하고 있습니다.
성공 포인트 2. 진화형 리더십
얼떨결에 CEO
체스키는 첫 눈에 돋보이는 천재형 창업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16년 간 매일매일 발전한 그의 진화형 리더십은 분명히 우리가 배울 점입니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는 3사람입니다. 조 게비아,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게비아와 체스키는 같은 RISD라는 미국 명문 디자인 스쿨 친구입니다. 졸업 후 게비아가 자신의 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창업을 하자고 체스키를 무작정 불렀습니다. 월세를 같이 나눠내야 한다는 걸 체스키는 이사하고 알았다네요. 학교에 다닐 때도 게비아가 주로 일을 벌였고, 에어비앤비 아이디어도 게비아가 처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게비아는 자신의 친구인 천재 개발자 네이선도 부르고요.
이렇게 보면 체스키는 친구에게 끌려와 강제로 창업 당한 셈입니다. 체스키는 뼛속 깊이 디자이너였는데, 초창기 에어비앤비에 디자인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죠. 체스키 역시 에어비앤비가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 자책하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나머지 두 친구의 추천으로 CEO가 되었습니다. 2022년 게비아는 에어비앤비를 떠났지만, 체스키는 여전히 남아 CEO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질 하나만 파기
그냥 존버하기만 한다고 모두 뛰어난 리더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체스키는 어려서부터 디자인을 좋아했는데, 애플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처럼 본질을 디자인하고 싶어했습니다. 얼떨결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CEO가 되자 그는 본질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등을 만나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잡스나 월트 디즈니처럼 만날 수 없는 사람은 그들의 전기를 수차례 읽었습니다. 평소에도 티비는 거의 보지 않고 하루 종일 독서를 한다고 합니다. 그게 본질을 학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본질을 파고드는 성향이 그의 강점인 존버와 만나 에어비앤비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듭니다. 에어비앤비가 코로나 타격으로 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다가 약 1년 만에 역대급 실적을 낸 것입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죠.
체스키는 이전부터 별점 10점 짜리 경험을 강조했는데요, 별 5개가 끝이 아니라 별 10개 짜리를 줄 수 있을 정도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에도 체스키가 생각한 본질은 역시 고객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직전에 상장을 앞두고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졌습니다. 사람 내보내기를 끔찍히 싫어하는 체스키지만, 비상상황에서는 조직을 개편해야 고객 경험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구조조정만 한 것은 아니고, 조직 구조를 기능별 조직으로 완전히 바꿉니다. 거액의 마케팅 예산도, 준비 중이던 신사업도 다 폐기하고, 회사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죠. 그때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 망했을 때 어떻게 했는지 책을 보고 배운 것이라 합니다. 코로나 중에도 근교로 장기 여행을 가는 트렌드로 바뀌었다는 것을 포착하고 그쪽에 전사가 올인해 위기를 극복합니다.
요약
- 체스키는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버티면 결국 자기 생각대로 된다고 믿었습니다.
- 공부만 해도 뛰어난 리더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단, 본질을 파고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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