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함에 다가왔고, 흘러가는-여느때와 같은, 어느 1월 생일🎂

하이덴시티 ‘찰나의 기록’

2023.01.13 | 조회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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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기록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총 40편의 에세이를 씁니다.

생크림 케익 위의 초를 후- 불었다.

따뜻한 미역국으로 단출한 저녁식사를 마친다. 메신저로 몇 안되는 지인들의 축하에 화답했고, 아내에게 따뜻한 목도리와 편지를 선물 받았다. 검은색 폴로 랄프로렌 목도리는 오랫동안 두르고 다니겠다고 마음먹었다. 만으로 32해를 살아낸 오늘의 주인공은 꽤나 즐거운 하루였다고 중얼거렸다.

여보, 고마워!
여보, 고마워!

그리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이랄까,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사온 그린 루이보스 티백을 뜨거운 물에 우려낸다. 너무 뜨거워 한참을 식혀 한 모금 머금고는, 복숭아 잔향이 주는 단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스피커에선 앤서니 라자로의 Moody Wind가 나오고, 나는 아내가 준 편지를 다시 꺼내 읽다 잠이 든다.


한 겨울에 맞이하는 생일에 난 목메는 사람이 아니다.

남부지방의 1월이란, 포근한 눈이 세상을 하얗게 잠식하는 순간을 나에게 선사하지 못한다. 나에겐 1월은 차갑고 황량한 회색 도심의 외로움이다. 연말의 아쉬움과 이별이 채가시지도 않게 신년은 나를 설레게 하기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막연함으로 다가왔다. 막연함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생일이 다가왔고, 흘러갔다. 매년 이런 식으로 난 생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가끔 꽃샘 추위가 다가오는 이른 봄과 늦여름 사이에 생일을 맞이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다만, 매서운 추위 속 라떼 한 잔의 온기마냥, 적막한 생일에 심심한 위로가 되는 나의 의식은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꽉 찬 32해를 보내고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해보는 삶은 퍽 진지하다. 한참을 고민하다, 올해의 단어를 ‘맷집’으로 정했다.

맷집을 기르는 23년이 되길
맷집을 기르는 23년이 되길

맷집을 길러내는 2023년

내가 원하지만 때론 고되고 지루한 일들을 ‘매’라고 부르기로 했다. 글을 적어내는 일, 적당한 운동을 삶 속에 녹이는 일, 깔끔한 외모를 가꿔내는 일, 직장의 업무를 충분히 해내는 일, 좋은 습관들을 길들이는 일이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매‘가 된다. 매를 맞고도, 한 대 더 얻어맞아도 끄덕 없는 나를 상상해본다.

겨울은 끝과 시작의 계절이다. 한 해의 후회와 미련을 내려놓고 새해라는 이름 아래 다시 시작하게 한 신의 배려다.(중략) 내게 겨울은 미뤄둔 일을 끝마치고 미뤄둔 꿈을 시작하는 결산의 계절이다. 겨울이 오면 나는 신의 뜻대로 오판과 오류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의지와 열정으로 나를 채운다. '50 홍정욱 에세이' 중에서

홍정욱 에세이를 휙휙 넘기다, ‘겨울’이란 단어 앞에 페이지를 멈춘다. 끝과 시작의 계절, 신의 배려, 결산의 계절 따위의 미사여구를 붙이는 저자의 수려한 글솜씨에 여느 때와 다른 1월을 맞이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그렇다. 생일은 지났지만, 아직 1월은 절반 넘게 남았다. 신의 배려에 충분히 보답해야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 복숭아 향내를 코로 맡지만 혀 끝엔 느껴지지 않는 식어버린 어떤 차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이제 포근한 겨울이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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