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주간 실리콘밸리는 경제, 테크, 스타트업, 부동산, 재정적 자유, 비지니스에 관한 정보들을 함께 토론하면서 제가 배워가는 목적으로 평생 무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함께 배워나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미국의 시장, VC, 스타트업, 기술 트렌드와 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입니다.
오픈채팅방: 그외 투자/경제 이야기 (비번: 2050)
지난 주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 총영사관 주최로 이뤄졌던 VC 및 스타트업 행사는 무려 206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해주셨고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굉장히 즐겁고 의미있는 행사였습니다. 앞으로도 분기별로 다양한 주제로 VC 및 스타트업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칼을 갈고 나온 구글의 번들링
지난주에 제가 제일 관심을 가졌던건 구글의 Gemini Ultra 런치 및 구독 모델 발표였습니다. 앞서나가는 OpenAI도 있고 다양한 경쟁자들이 있는 시장에서 조금 늦었다고 평가받는 구글이긴 하지만 누구보다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만큼 그 전략이 궁금했기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그 전략이 소송이 걱정될 정도로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은 Gemini Ultra를 발표하면서 Bard와 합쳐 Gemini Advnaced로 리브랜딩하였고 AI Premium이라는 새로운 구독모델을 발표했습니다. 가격은 첫 두달간은 무료이고 매달 19.99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발표후 주말을 보내면서 찾아봤는데 이 구독 모델에 대해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관심이나 반응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구글의 마케팅이 약간 엘지느낌날정도로 너무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또한 대부분 분석들은 Gemini Ultra(advanced)와 GPT-4의 성능비교에 포커스하고 있지만 저는 더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번 구독 요금제의 무시무시한 번들링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구글의 요금제는 OpenAI와 같은 가격인 $19.99인데 타회사들과 대비해서 가성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던 몇몇 SaaS프로덕트들을 이미 대체하였고 저는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구글의 생태계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이번 구글의 요금제는 (1) Gemini Advanced를 쓸수있게 되었고 (2) 기존 Meet의 40분 제한을 없애주고 다양한 고급 기능을 추가했으며 (3) 구글 캘린더를 통해 약속을 잡는 기능이 추가되었고 (4) 앞으로 구글 Workspace에도 Gemini가 탑재될 예정이고 (5) 2TB의 구글 드라이브 용량을 받게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아이폰이라서 안되는데 안드로이드는 Hello Google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더욱 더 똑똑해졌다고 합니다.
이 중 2TB의 기본 가격은 $9.99인데 Gemini Advanced를 쓰려면 $9.99가 추가됩니다. 결국 ChatGPT의 $19.99의 절반가격인셈인데 생각보다 번들의 가성비가 어마어마합니다.
구글에게 점령당한 나의 지갑
아래 표는 제가 이번 구글 요금제로 갈아타면서 제가 취소했거나 구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소프트웨어들입니다.
화상대화 앱인 Zoom을 쓰지않아도 되고, 스케줄링앱인 Calendly도 구글캘린더에서 네이티브로 지원하며, 문법교정앱인 Grammerly도 앞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MS office와 1TB를 대체할수있으며 동시에 Gemini Ultra도 사용이 가능한데 이 모든게 $19.99로 제 이전 셋업의 $64.97보다 매달 약 $45을 아낄수 있는 셋업입니다.
구독 예정이었던 줌은 안하기로 했고, Calendly, Grammarly, OpenAI는 일단 구독 취소했고, MS office는 excel때문에 고민중이지만 일단 Google workplace에 Gemini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는 대체소프트웨어들이 많고 아직 Gemini Advanced가 영어만 지원해서 관심이 없으실수도 있는데 실제로 이것들을 쓰던 저한테는 엄청난 세이빙이고 더 편한건 이 모든걸 구글 한군데서 다 관리가 가능하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2TB의 달콤함에 빠진 저는 다시는 구글드라이브를 떠나지 못하게 되겠죠.
개인적으로 대학 졸업생용 계정이 구글드라이브가 무제한이라 이메일부터 모든것을 그 계정으로 썼었는데 공교롭게도, 편리하게도 올해부터 이 혜택이 사라졌고, 그렇게 애플의 끊임없는 iCloud의 백업 실패 협박에도 넘어가지 않던 저를, 유튜브는 구독해도 구글드라이브는 구독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저를, 구글은 이번 AI Premium 구독모델로 10년만에 유료 고객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또 한가지 소름돋는건 제가 Netflix와 Spotify 구독도 Youtube premium을 구독하면서 끊어버렸다는 겁니다. 결국 지금 제가 구독하고 있고 앞으로 구독할 제품은 Youtube premium과 Google AI premium으로 구글 제품들만 남게된거죠. 구글의 압승입니다. 근데 진짜 이거 말하다보니 여기저기 반독점법 소송 냄새가 나네요.
결국은 distribution = 빅테크의 승리?
제가 이번 번들링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옮겨오는 과정을 통해 느낀 것들중에 하나는 결국은 (1) 접근성 distribution이 정말 중요하고 이를 통한 많은 유저들에게 reach하는 것과 (2) 생태계 구성을 통한 유저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구글의 번들이 싼 것도 있지만 다양한 구독모델들을 쓰다보니 이 모든걸 관리하는데 지치고 귀찮았던 부분이 있는데 이번 번들이 한번에 모든걸 해결해주다보니 저는 그냥 구글만 있으면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거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나마 Copilot을 통해 GPT-4를 사용하게 해주고 excel을 지원하기때문에 매력적이었지만, 팀즈와 아웃룩 캘린더는 구글밋과 구글 캘린더에 비해 거부감이 심한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동안 저는 순수 구글의 노예...아니...구독자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SEC와 반독점법 이슈가 있을수도
다만 이번 번들링의 걱정되는 부분은 너무 많은 서비스들을 한번에 번들링해서 팔다보니 예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반독점 antitrust이슈가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outube premium에 Youtube music이 들어가는 부분도 전 좀 애매하다고 보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돈버는 곳들은 결국 빅테크?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저는 요즘 인공지능판에 너무나도 많은 과학실험들 science projects이 벌어지고 있고 재미있는 솔루션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고객의 지갑을 열어 상업적으로 돈을 버는 비지니스는 그 수가 많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OpenAI를 비롯한 몇몇 회사들은 큰 돈을 벌고 있고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다만 그외 application들이 지금 당장은 일시적으로 좋은 트랙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면, as the novelty wears off, 그 끝이 아름답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있죠.
더군다나 이 모든 회사들은 클라우드위에서 돌아가기때문에 결국 돈을 버는건 distribution과 ecosystem을 가진 빅테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클라우드 사이클에 이어 이번 인공지능 사이클도 기존 빅테크회사들이 그 패권을 가져가는 모양새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모양새가 좋지않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또 아주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따로 써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기술은 수렴한다. 결국 소비자 경험이다.
이번에 구글의 번들링을 보면서 또 한가지 느낀건 기술도 어느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비지니스란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돈을 내게해야하는데 그 허들을 넘게하는 결정적인 포인트는 사실 기술이 아니라 상업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그 지갑을 열게하는데는 여러가지가 복합되어있겠지만 결국 전반적인 소비자 경험이 결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보면 OpenAI의 GPT-4의 성능이 구글 Gemini보다 더 낫다는 평이 더 많은데 생각보다 그 반대의 평도 존재한다는게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OpenAI가 빠르게 치고나가던 시장을 구글이 이만큼이나 따라왔고 또 Mistral이나 Upstage도 빠르게 따라잡았으니까요. 결국 소프트웨어적인, 지금과 같이 공개된 기술은 빠르게 수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기술이 수렴한다면 승부처는 어디일까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저는 소비자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소비자경험 예시 1) 만약 Gemini가 GPT-4의 80%의 성능밖에 보여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이번 번들링때문에 구글의 구독모델은 선택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1) 비용절감과 (2) 더욱 seamless한 소비자경험이 그 주된이유이구요. 저와 같은 판단을 하는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소비자경험 예시 2) 생각해보면 결국 사지는 않았지만 제가 계속 테스트드라이브를 해보며 좋아하려고 노력했었던 테슬라에 제가 처음부터 끌렸던 이유도 over the air 업데이트, 넓고 크고 빠른 터치패널, 깔끔한 내부디자인등의 소비자 경험이었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능력(e.g. Porsche)이나 자율주행(e.g. Hyundai)같은 기술력은 (물론 아직 차이가 존재하지만) 다른 차량들도 기술적으로 가까워졌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테슬라가 아닌, 가속능력이나 자율주행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전기차를 선택했고 기술적으로 부족하지만 소비자경험면에서 오히려 더 만족하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소비자경험 예시 3) 하나 더 생각나는 건 갤럭시가 성능이나 기술은 항상 더 빠르고 뛰어났었고 먼저 새로운 폼팩터를 보여주었지만 결국은 아이폰이 더 많이 팔리고 있는것도 생태계를 통한 소비자 경험의 차별화가 최신기술을 상대로 승리한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술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결국 많은 기술들이 수렴 converge하고 소비자들이 그 차이에 집착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게 되는걸 우린 자주 목격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폰의 경우를 보더라도 신형기기들의 기술적인 발전이 크게 혁신적이지 않은 정상 상태 steady state에 가까워졌고 그렇기때문에 폴더블같은 폼팩터의 전환과 인공지능폰같은 순수 하드웨어 스펙이 아닌 부분으로 경쟁이 넘어간지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듯이 말입니다.
저는 기술의 발전이 계단식이라고 상상하는데 이번 사이클을 보면 Transformer 논문을 통해 우리는 이번 층계를 올라왔고 그 위를 열심히 달려왔으며 이제 우리는 이번 층계의 끝에 가까워진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곧 계단의 층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그 부분이 혁신이라는 점프가 필요한 기술의 수렴일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따라서 또다른 transformer급의 어떤 breakthrough가 없다면 이번 사이클의 기술은 수렴해가고 있기때문에 말씀드렸다시피 오픈소스 모델들이 GPT-4에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고 그 다음 GPT-5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금방 따라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되면 점점 application layer의 회사들간의 기술격차가 사라지면서 상업성과 유저경험에 대한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될 것이고 그렇게 시장이 정리되면서 진정한 승자가 떠오르기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Application layer의 설명은 2023년 2월에 쓴 아래 뉴스레터를 참고해주세요!)
그럼 남들은 뭐하고 있나?
구글이 번들링을 통해 저의 지갑을 점령하는 동안 다들 리더들도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마소는 Copilot 키를 새로운 노트북들의 키보드 장착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저에게 더욱 놀라웠던건 이미 제 컴퓨터에 시작메뉴에 Copilot넣어버렸다는 겁니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에 뭔가 보여줄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좀 더 똑똑한 Siri부터 바뀔 것 같은데 지금의 바보같은 Siri에 비해 사용자 경험이 대폭 개선될 것 같아서 너무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메타는 Llama로 인공지능 모델 생태계의 기강을 잡고는 있지만 메타버스 하드웨어나 AR글래스로 뭔가 보여주기에는 아직 좀 멀어보이고 한동안은 오픈소스 모델들 발전에 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메타 스타트 글래스는 오늘도 행복하게 착용했습니다.
OpenAI의 행보가 제일 궁금한데 일단 샘알트만이 trillion dollar의 자금을 모집하며 반도체 개발을 구상하고 있고 Jony Ive와 함께 하드웨어 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만큼 기대가 큰 부분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AI agent software에 집중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는데 역시 스타트업이라 방향전환이 가볍고 빠른 것이 장점으로 보이고 이는 다른 대기업들은 할수 없는 부분이기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술의 경계선를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리더와 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경쟁체제는 전 너무나도 환영합니다. 이런 위대한 기업들의 경쟁에서 가장 이익보는 사람들은 우리 소비자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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