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107호
🗺️ 인디&임팩트 107호에서는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포럼을 돌아보며, 현장다큐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이번 포럼은 “현장, 연대 그리고 다큐”라는 주제로, 왜 요즘 현장다큐가 줄어들었는지, 그 변화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봤는데요.
🤝 ‘미디어 환경 변화’, ‘공동체 문화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중심으로, 미디어활동가와 감독들이 함께 나눈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소개됩니다.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과 질문들, 인디&임팩트 107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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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연대, 다큐, 그리고 영화제
-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포럼을 돌아보며
포럼의 시작
2025년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이하 반다페)이 개최되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어서 기존 인디다큐페스티발, 반짝다큐페스티발이 열리던 봄을 여는 3월에 진행하지 못하고 거의 봄을 닫는 5월에 일정을 맞출 수 있게 됐지만, 아무튼 다행히 3년 연속으로 반짝다큐페스티발은 개최되었다. 그리고 반짝다큐페스티발의 전통(?)에 따라 이번에도 역시 포럼이 기획되었다. 3기 운영위원 사이에서 ‘포럼을 굳이 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3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한정된 상영시간에 신작을 한 편이라도 더 트는 게 좋지 않겠냐는 고민이었다. 한편 마땅히 어떤 주제로 포럼을 진행할지도 역시 고민이었다. 고민은 영화제를 기획하는 내내 이어지다가, 결국 최종 심사의 날에 결정되었다.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에는 총 126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제1회, 제2회 때보다는 적어진 편수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 할 정도로 많은 편수였으며, 계속해서 작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운영위원(=심사위원)들은 고무적이었다. 그런데 최종 심사의 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인권 현장을 다룬 작업들을 제외하면 현장다큐가 너무 적어서 아쉽다”는 감상을 짧게 토로했다. 그런데 누구랄 것 없이 이 감상에 다들 공감을 표했다. 마침 그때는 운영위원들이 ‘최종적으로 포럼 없이 영화 상영으로 영화제를 가득 채울지’를 고민하던 찰나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왜 현장다큐가 적어졌는지’ 그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포럼을 기획해보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그렇게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의 포럼은 “디테일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어쨌든 ‘현장다큐’를 소재로 진행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이야기를 함께 나눌 패널로는 올해로 13년째 현장의 미디어 활동과 제작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이하 현카)’과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포럼에 앞서 현카와의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를 통해 ‘현장다큐’가 그 외 다큐와 차별되는 지점은 ‘연대의 정신’이라는 어렴풋한 개념을 잡아 <현장, 연대, 그리고 다큐>라는 포럼 제목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사실 이 포럼 전 사전회의에서 포럼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한 여러 의제가 많이 나왔다. 그 중 몇몇은 하기 본문에서 좀더 언급하도록 하겠다.) 또 다른 패널로는 제3회 반다페 상영작 중 현장다큐 감독-<만나다, 배우다, 얻다>의 황나라 감독, 그리고 현카가 추천하는 현장 미디어활동가-양동민 [스튜디오 알] 운영 및 감독으로 섭외했다. 이 글에서는 그렇게 기획된 포럼을 돌아보며 미디어운동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현장이라는 개념, 영화제에 관해 나온 이야기들과 생각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포럼 참여자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하샛별 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영상활동가 황나라 감독, <만나다, 배우다, 얻다> 연출
[스튜디오 알] 유튜브 운영자 양동민 감독, <무지개 조선소> 연출 중
그래서 현장이 뭔데? 현장다큐는 뭔데?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영화제의 다큐멘터리 출품작에서 현장다큐가 줄어든 것은 벌써 꽤 오래된 경향성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번에 운영위원 모두가 ‘현장다큐가 적어서 아쉽다’는 느낌을 공유했다. 그런데 정작 ‘현장다큐’가 뭔지 그 누구도 쉽게 정의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포럼에서는 먼저 ‘현장’, ‘현장다큐’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현카의) 초창기 1회부터 5회까지는 주요하게 국가폭력 현장이랄지 해고노동자들의 투쟁현장, 현장이라는 정체성이 강력한 작품들이나 활동에 대한 지원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어떤 소수자들의 문제 등 다양하게 관심이 많아지면서 꼭 특정한 현장, 싸우고 있는 현장이 아니어도, 본인을 다 담아낼 수 있는 ‘자기 현장을 가진 분들’이 더 많이 다양하게 지원해 주시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 하샛별
하샛별 대표의 말처럼, 현장의 개념은 그동안 변화, 혹은 넓어져 왔다. 실제로 포럼 전 사전 모임에서 현카의 위원들은 “그동안 현카는 모든 이가 놓인 세상이 각자의 현장이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현장의 기준을 넓혀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렇게 넓어진 ‘현장’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이번에 우리 심사위원들이 ‘출품된 작품들이 현장다큐가 아니라고 느낀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심사위원들 모두가 ‘현장다큐가 거의 없었다’고 느꼈을 때 생각했던 현장은 그런 너무 넓은 개념의 ‘현장’이 아닌 특정한 어떤 개념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넓혀보면 어느 곳이든 현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이 사회에서 겪는 모순과 차별과 억압과 착취 이런 것들에, 저항을 결심하고 집단적인 형태로, 공적인 형태로 표출하는 곳. 그런 곳들을 좁은 의미의 투쟁현장이라고 임의적으로 붙여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양동민
개념이 잘 잡히지 않던 ‘현장’에 대한 정의가 보다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심사를 하며 느꼈던 어렴풋한 ‘현장’의 개념이 바로 여기서 양동민 감독이 말한 ‘집단적 저항’이 존재하는 현장의 개념에 가까웠을 것이다. ‘조직화 된 투쟁의 현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또한, 포럼 전 현카와 진행했던 사전 회의에서 하샛별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던 현장다큐는 ‘감독이 바꾸고 싶어하는 것-현실’이 명확하게 보이는 재밌는 작품인데, 그런 작품이 확실히 적어졌다.”
- 하샛별
나도 개인적으로 현장다큐와 그렇지 않은 작품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했던 개념이 있기는 했다. 나는 현장다큐는 ‘사적이거나 에세이적인 다큐’, ‘당사자성이 명확하게 강조되는 작품’과는 구분되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류의 작품들은 ‘바꾸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스피커를 취득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경향’이 강했고, 그렇기에 작품이 진지하고 무거운 고민을 담고는 있으되,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목소리가 강하지는 않아 개인적으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황나라 감독도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잘 모르겠어요, 현장 다큐가 뭔지. 근데 저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다큐는 도파민이 좀 돌아야 현장다큐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 황나라
결론적으로 포럼 내용을 포함해서 정리해보면, 양동민 감독이 말한 ‘좁은 의미의 투쟁현장’을 다루는 ‘감독이 바꾸고 싶어하는 것-현실’을 분명하게 전하는 ‘가슴 뜨거운 다큐’가 지금의 나에게는 ‘현장다큐’의 정의가 되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었다. 바로 하샛별 대표가 말한 “그런 작품이 확실히 적어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장다큐는 왜 줄어들었을까? - 1. 공동체 문화의 변화
현장다큐는 대체 왜 줄어들었을까? 과거와 달라진 공동체 문화의 양상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제가 시작할 때를 떠올려보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투쟁했던 대한문 현장에 정말 많은 카메라들이 있었어요. 물론 사회적 관심을 받는 투쟁이어서 언론사 카메라도 많았지만 독립다큐 작업하시는 분들, 미디어활동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의 경험을 보고 배웠던 것도 컸어요. 그런데 그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현장에 카메라가 많이 없네’라는 투쟁하는 당사자들의 말이 맞기는 한 것 같아요. …… 따지고 보니까 제가 계속 현장에 있을 수 있던 시기가 거의 미디어 공동체성이 살아있던 마지막 시기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현장에 가 있으면 누구든 밥 먹자고 해서 같이 밥 먹고 관계도 맺어지고, 그러고 나면 누가 “알바 해볼래?”하고 말해주기도 하고. 조합원들은 그들대로 챙겨주고. 그 힘으로 뭔가를 만들고 그걸 함께 볼 공간이 생기고. 이런 과정이 저한테는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촬영 도와달라고 했을 때 도와주고, 내가 필요한 날에는 전화해서 부르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관계들이 다 계약서 써야 할 것 같고, 계약서 쓰게 만드는 사회가 되어버렸어요. 이런 현실을 우리가 바꿔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요즘이에요. 말을 하다 보니 서글퍼집니다.”
- 하샛별
하샛별 대표 외에도 현카의 다른 멤버들도 넉넉히 잡아도 2020년까지는 남아있던 소위 ‘운동권 정서’가, ‘조직운동 체계’ 자체가 많이 끊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렇다 보니 네트워크, 공동체 의식, 품앗이로 서로 도와주며 제작하던 문화가 많이 없어지고 이제 모두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관계의, 각개전투식 제작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왜 과거와는 달리 현장에서 소위 말해 끈끈한 관계성이 사라졌을까? 지금 이 지면에서 그 원인을 충분히 파악하고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동체 문화의 변화라는 이 지점이 현장다큐 감소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추측만은 꽤나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한편, ‘공동체 문화의 변화’의 결과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장다큐의 경향성 또한 확실히 바뀐 측면이 있다. 다음은 또한 포럼에서 나온 발언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한 적이 있어요. 투쟁하는 곳의 성격들, 특히 퀴어투쟁에 가면 당사자들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카메라를 드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민주적인 변화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노동자 현장을 주로 찍는 저로서는 고민이 됩니다.”
- 하샛별
확실히 당사자성이 짙은 다큐가 많아졌다. 반면 연대의 방식으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현장에 가서 제작하는 다큐는 적어진 것 같다. 이를 조금 과장되게 해석하면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다루는 다큐가 많아진 한편, 당사자가 아니면 ‘자격적인 소외’를 느껴서인지 그 소재에 접근을 하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당사자성을 가진 작품 중에는 아무래도 작품이 조금 더 사적이고 에세이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내 감상이다. 이 같은 경향성은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다. ‘당사자성이 다큐에서 꼭 플러스 요인인가?’ 하는 자문도 해보게 된다. 아, 확실히 하자면, 그런 작품들에 아쉽다기 보다는, 요 근래 거의 그런 작품들‘만’ 주로 보이기 때문에 아쉽다. 가능하면 더욱 다양한 작품이 제작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현장은 카메라가 많다
한편,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올해 제3회 반다페에서는 출품작에서 특기할 만한 지점이 있었다. 현장다큐의 부족 속에서도 ‘장애인 인권’에 관련된 현장다큐는 많은 편수가 출품된 것이다. 출품 편수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 인권’ 현장에는 많은 카메라가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장애인 투쟁현장’은 노동자 투쟁현장보다 카메라가 많아 보인다고 느껴졌어요.”
- 하샛별
“ 맞아요. (카메라가 많았다고 느껴요.) 이번에도 <시설 밖 나로 살기> 추병진 감독, <병풍을 찢고서> 배용진 감독 등 3-4편 정도가 상영되는데, 앞서 말했던 감독분들 다 장애인 현장에서 종종 이름 듣고 얼굴 뵙던 분들이고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2021년부터 ‘출근길 지하철 행동’으로 장애인 존재 투쟁의 시작을 알렸죠. 장애인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던 인물들인데 이로 인해 알려졌죠. 21년에 뉴스에 많이 나왔으니까,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게 아닐까 하는 제 생각입니다.”
- 황나라
반면 노동현장을 주로 촬영하는 양동민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노동운동이 투쟁을 잘 못해서 (관심을 많이 못 받는다)라고 생각합니다. 전장연은 투쟁을 잘해서가 아닐까요.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이 못하는 투쟁을 지하철 맨날 멈추고 그런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던 것이고, 그래서 이걸 찍어야겠다 한 사람이 많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동운동은 그 규모에 비해 투쟁을 잘 못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도 공중에서 절박하게 싸우는 동지들이 있고 그 투쟁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지만요. 기본적으로는 나의 투쟁이지만, 자기만을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때 ‘나도 함께하겠다’ 하는 순간을 만듭니다. 그런 어떤 것들을 노동운동이 많이 관료화되면서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은 다시 계급적 투쟁을 복원해야 작품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 양동민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분명 어떤 현장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끈다. 현장이, 혹은 어떤 미디어 활동가나 다큐멘터리스트가 ‘자기만의 투쟁이 아니라고 느끼게 만드는 순간’, ‘함께하고 싶고, 연대하고 싶은 순간’을 만들어 낸다면 다시 현장을 다루는 카메라가 많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현장다큐는 왜 줄어들었을까? - 2. 미디어 환경의 변화
나는 현장다큐가 줄어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미디어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유흥희 현카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는 투쟁할 때 카메라가 있으면 한 대라도 덜 맞을 수 있었고, 억압하는 쪽에서도 몸을 좀 사렸다. 근데 이제는 모두가 카메라(핸드폰)를 들고 있는 시대라서 그런 카메라의 역할은 많이 사라졌다.”
- 유흥희
예전에는 ‘미디어 활동’이라고 하면, 주류 매체, 특히 TV 방송에서 주로 조명하지 않는 곳을 보여주는 개념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미디어 활동의 산물을 ‘현장다큐’라고 생각했다. 매체가 한정적이고, 카메라가 귀했던 시절. 한 집단에서 어렵게 카메라 한 대를 구해서 그 카메라를 돌려쓰거나, 특정한 미디어 활동가가 전담하여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대와 미디어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사람이 꽤나 괜찮은 카메라(=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핸드폰으로 편집도 가능한 시대다. 제작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도 소개할 곳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렇게 만든 ‘영상’을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는 유튜브와 SNS가 있다. 그리고 해당 플랫폼의 접근성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높다.
실제로 양동민 감독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알]은 노동현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지도가 있는 편이고, 얼마 전 일명 ‘남태령 대첩’ 이후 관련 SNS 포스트는 많은 호응과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한다. 즉 이제는 그저 주류 매체가 조명하지 않는 곳을 ‘알릴’ 목적이라면 굳이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서 영화제에 소개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요즘 미디액트 독립다큐를 배우러 온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다큐를 왜 배우냐는 질문에 “[닷페이스]가 없어져서 그런 것을 만들어 보려고”라고 많이 답한다. 즉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영화적으로 상상하지 않는다. 혹은 영화보다는 유튜브 스타일의 영상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장은경 (현카, 미디액트)
다큐멘터리, 그리고 더 나아가 ‘영화’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서까지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그것을 지금 이 지면에서 더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다큐멘터리’는 좀더 특정한 무언가, 보다 특별한 이유로 제작되는 영상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디어 활동가는 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가
이번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두 감독은 모두 '다큐멘터리 감독'보다는 '미디어 활동가'의 정체성이 더 강하다고 스스로 표현했다. 그들은 왜 스스로 미디어 활동가라고 생각하고, 또 왜 그럼에도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것일까?
“저는 명함에도 ‘영상활동가 황나라’라고 되어 있어서요. 워낙 주요 전장연 집회현장을 일상처럼 기록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것 외에 다른 어떤 다른 분야를 생각해보진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 이렇게 작품을 틀었을 때 감독이라는 호칭이 어색했던 것도 ‘나는 그냥 영상 찍는 활동가인데’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 황나라
“저도 명함에 미디어 활동가라고 적어놨는데요. 투쟁현장을 같이 조직하고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활동가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활동을 먼저 시작했던 거 같아요. 하다 보니까 수단 중에 미디어라는 수단을 붙들게 된 거 같아요.”
- 양동민
“그래서 ‘영화를 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영상 일을 시작한 건 아니고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까 긴 호흡으로 설명을 하고 싶었고요. 사실 전장연 운동도 2021년 이후부터 많은 미디어와 카메라의 관심을 받게 됐지만, 언론사에서 취재를 하셔도 결국 저연차의 사회부 기자들이 노트북 조금 두드리고 가시는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그래서 그 현장에 관심있고 애정있고 오래 알고 본 사람. 그런 미디어 활동가가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게 그 현장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황나라
“(다큐를 만들게 된 이유는) 동지들의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뭔가 책임감 있게 담아내는 데에, 제가 평소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 형식이라는 게 뭔가 안 맞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아요. 제 유튜브로 업로드 하는 게 더 많이 볼 것 같긴 한데요. (유튜브가) 접근성이 좋으니까요. 그런데 뭔가 이번에 만들고 싶은 영상은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다는 것 보다는, 이걸 필요로 하는 사람, 주인공들인 동지들이 봤으면 좋겠고요. 투쟁을 같이 하고 있는 조합원들과 동지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양동민
두 명의 감독 모두 공통적으로 ‘긴 호흡’과 ‘깊게 들어보고 깊이 담고 싶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큐멘터리는 이전보다 더 ‘깊은’ 매체가 된 것이라고 해석을 해볼 수도 있겠다. 물론 여전히 ‘시의성’을 위해 시급하게 제작되는 다큐멘터리도 꽤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의 경향성, 특히 영화제에 제출되는 다큐멘터리의 경향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한 가지 더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들렸던 말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 이유가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다는 것 보다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봐주길 원해서”라는 양동민 감독의 말이었다. 이전에는 내가 알고 있는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봐주길 바라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대답했었다. 그러니까, 양동민 감독의 말은 나에게는 다큐멘터리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 같은 느낌까지 주었던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원하면 의미있는 유튜브 채널이나 SNS에 공유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제 다큐멘터리는 유튜브 영상과는 달리, ‘많은 시청-관람자’가 목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개인적으로 심사를 하면서 ‘유튜브 영상과는 차별화되는 다큐멘터리를 선정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체 다큐멘터리(영화)는 유튜브 영상과 어떤 면에서 다르게 느껴졌던 것일까.
영화제의 큐레이션은 유튜브 알고리즘과 다르다
다시 처음, 포럼을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 본다. 왜 나는 출품작에 ‘현장다큐’가 적어서 아쉬워했던 걸까? 왜 나는 현장다큐를 이번 영화제에 충분히 소개하지 못해서 안타까웠을까?
가장 간단한 답변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양성의 부재이다. 가능하면 보다 다양한 형식의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데, 한 하위장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다양성의 감소이고 안타까울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답변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다만 ‘다양성’이라는 이유보다는 더욱 분명하게 ‘현장다큐’를 선호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추천과는 다른 방식의 큐레이션을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제의 큐레이션은 근본적으로 (불특정) 관객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개념을 정립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작품성’에 대해서는 조금은 언급을 자제하며 건너뛸 필요가 있겠다. 즉 영화제가 ‘작품성’이 좋은 작품을 고른다고는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영화제의 작품 큐레이션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프로그래머나 심사위원들이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좀 심하게 말하면, 관객에게 강요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선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하고 감상한다는 것은, 퍽이나 이중적이거나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제는 관객들에게 많이 찾아주길 부탁하면서도, 한편,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큐레이션을 통해 모객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특정 작품들의 감상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또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많은 경우, 심지어 ‘돈=티켓 값’을 요구하고, 유튜브나 TV를 볼 때와 달리 극장에 ‘갇혀서’ ‘남들과 함께’ 감상을 하기 때문에 보다가 그만 두기(=중도 퇴장)도 쉽지 않다보니 더더욱 그러하지 아니한가.
반다페의 상영 섹션 구성에서도 어쩌면 한편으로는 서비스(?)적인, 한편으로는 강요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바로 한 섹션 안에 다른 소재,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섞여 있던 것이다. 즉 어떠한 관객이 특정 소재, 특정 스타일의 작품만을 감상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소재, 다른 스타일을 접하게 되는 구성이었던 것이다. 다른 운영위원들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반다페에서 섹션을 구성할 때 ‘관객이 그동안 못 보던, 혹은 관심 없던 다른 것을 보도록’ 어느 정도는 강제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상영 큐레이션은 결과적으로 영화제의 특징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전장연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만을 만들었는데, 영화제 상영하니까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분들께 영화를 선보인 것 같아서 좋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 황나라
당연히 모든 영화제는 저마다 다르고 각각의 목표와 지향하는 관객층의 규모나 종류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영화제, 특히 작은 영화제라면 이제는 다만 ‘많은 관객’이 목표가 아닌, 관객들에게 ‘기존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사와는 다른 것’을 접하게 하는 것이 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것이 유튜브, SNS 영상의 시대에 어떤 영화제들의 특징적인 존재가치가 아닐까.
결국 ‘현장다큐’는 내가 반짝다큐페스티발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작품군이었던 것이다. 더 정확히는 나는 영화제의 관객들과 ‘투쟁현장을 다루는, 감독이 바꾸고 싶어하는 것-현실을 분명하게 전하는, 가슴 뜨거운 다큐’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점을 찍고 싶은 것이 ‘함께’ 감상한다는 지점이다. 영화제에서는 자신의 취향과는 다른 ‘작품’만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세계에서 사는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영화제라는 공간이 ‘굳이 취향도 아닌 작품을 만나고, 굳이 신뢰할 수도 없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어쩌면 요즘 사람들에게는 매우 공포스러운 곳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취향을 넘어선 곳, 관심이 없던 곳, 나를 넘어선 어딘가의 현장에 새로운 재미와 삶의 원동력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글쓴이. 조이예환
장편 연출작 <불빛 아래서>를 개봉했고 지금은 주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2023년, 2025년에는 [반짝다큐페스티발]의 운영위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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