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16호
🎑 추석연휴가 있는 9월은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가을에 찾아온 이번 호는 지역을 바꾸는 '공동체미디어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
1989년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창간한 📰옥천신문이 30년 넘게 풀뿌리 지역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옥천에서는 미디어로 지역을 바꾸는 '풀뿌리 미디어플랜'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월간잡지 옥이네, 생활정보지 오크, 아카이브법인 옥천기록공동체, 📻옥천FM공동체라디오, 🖊옥천저널리즘스쿨(풀뿌리 청년언론학교), 청산면미디어센터 등 지역 공동체미디어연합이 만들어내는 지역 변화의 현장을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의 글을 통해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어요!
공동체미디어의 역사가 50년이나 되는 🌏호주에서는 공동체미디어들의 활동을 위한 다양한 📌가이드북, 툴킷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특집에서는 호주공동체방송연합(CBAA)의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자가진단 툴킷>과 <공동체미디어 정치 참여 툴킷>을 소개할게요~ 전 세계 공동체미디어들은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달라도 공통의 가치로 통하고 있죠! 이 도구들이 한국의 공동체미디어 활동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래요!! 👩🏿🤝👩🏻
📚 목차
1. [특집] 풀뿌리 ‘미디어플랜’이 지역을 바꿔낼 것이다
2. [특집] 공동체라디오 건강 검진 있겠습니다 : 방송국 자가 진단 툴킷
3. [특집] 공동체미디어 정치 참여 : 지역 정치와의 상호작용 전략과 방법
#1. [특집] 풀뿌리 ‘미디어플랜’이 지역을 바꿔낼 것이다.
옥천공동체미디어연합과 청산면미디어센터를 만드는 옥천사례
미디어플랜은 기본미디어로 매체별 균형과 지역별 균형을 맞추는 것
농촌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다. 안남면에 최근 방앗간이 소리 소문 없이 없어졌다. 방앗간뿐일까. 유일하게 하나 남았던 연탄가게도 사라지고, 만화방도 사라졌다. 청산면 유일했던 목욕탕도, 청성면에 하나뿐인 술 만드는 양조장도 폐업했다. 농촌에 있는 모든 것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버티는 심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결핍을 받아들이는 내핍상태로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라지기 전에 기록한다는 것, 기록을 해서 공유한다는 것, 우리 안의 귀한 것들을 미리 알려내고 살려내는 것.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옥천은 더구나 지역소멸지역이라는 공식적인 낙인을 지난 해 정부에서 통보 받았다.(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 29일 89곳의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란 무엇인가? 그것이 과연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전환의 시작이라고 감히 말한다. 기본 미디어조차 장착이 안 된 채 뉴스의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이 바로 농촌이다. 곳곳에 사이비 신문들이 넘쳐나지만, 사이비 신문마저 없는 농촌도 많다. 시민의 말과 글이 사라지면 일상적 민주주의는 종언을 고하고 삶과 생활의 정치는 뿌리내릴 수 없다. 그런 지점에서 옥천은 참 행운이다.
33년 전 222명의 주민들이 스스로 마음과 5천만원의 자본금을 모아 옥천신문이란 군민주 신문을 만들어냈고, 그 느티나무에서 새순이 돋아 옮겨 심어 자란 고래실의 월간 옥이네가 2017년 7월 창간해 5년 동안 튼실하게 발행되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2019년에는 미디어의 원형질인 기록을 화두로 옥천기록공동체가 만들어졌고, 2021년에는 생활정보지 오크지를 발간하는 ㈜우리동네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1일 옥천 출신인 우리나라 모든 언론인이 존경하는 청암 송건호 선생을 기리며 만든 (사)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허가(FM 104.9Mhz)를 받아 옥천FM공동체라디오를 개국하고 유튜브 OBN채널까지 열면서 기초지자체에서 쉬이 찾기 어려운 기본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2019년부터 옥천저널리즘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청년허브와 별의별 이주기자로 청년 이주모델 유형으로 시작한 옥천저널리즘스쿨은 올해 옥천 뿐 아니라 변방의 청산캠퍼스까지 확장하며 1년 365일 상시적으로 내외부 청년들을 모집해 커뮤니티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거점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제 레거시 미디어는 OTT 등의 플랫폼, 네이버 등의 포털, 그리고 다양한 뉴미디어에 밀려 과거의 유산같은 올드미디어로 밀려나고 있지만, 지역에는 이 모든 것이 새롭다. 유산으로 남을 만한 레거시 미디어 자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군단위 기본 미디어의 연합은 지역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잘 설계된 모형이다. 전국 어느 시군보다 미디어 환경이 좋은 옥천에서 특화되어 시작하지만, 전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모델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모형의 핵심 가치는 미디어에 익숙한 청년들의 일자리를 취창업으로 지역에서 다양하게 제공하고 이로 인해 지역은 사라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활자, 음성, 영상, 사진 등 모든 것에 대한 기록을 아카이빙할 수 있다는 공익적 가치에 있다. 그리고 기록으로 인한 문화다양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소통으로 인해 풀뿌리 민주주의에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다. 지역 농촌의 결핍된 문화르네상스를 이루고, 사라지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내외의 청소년과 청년이 함께 할 수 있는 기본미디어플랫폼을 연합하여 구축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옥천의 큰 특장점이다.
이는 다른 결이 아니라 하나의 맥락 속에서 구축되었고 쇠락해져 가는 옥천읍 저잣거리 한복판 금구리 골목에 나란히 생긴 옥천신문, 월간옥이네, 옥천FM공동체라디오, 생활정보지 오크, 옥천기록공동체는 농촌지역에서 얼마나 다양한 미디어스타트업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큰 디딤돌과 버팀목이 될 것이다. 사실 이것은 어느 지역이든 갖춰야 할 기본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플랜이란?
지역에 자급을 위해 '푸드플랜'이 필요한 것처럼 지역의 자치를 위해 '미디어플랜'도 필요하다. 더 이상 대상화된 언론이 아니라 우리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현현한 공론장으로서 언론을 설계하는 지역 미디어플랜을 만드는 것은 시급하다. 지역별, 세대별, 계층별 소수자의 목소리가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미디어플랜은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가고 지역사회가 한걸음 나아가는 데 구실을 할 것이다.
매체별 균형과 지역별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매체에 편중되지 않고 특정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균형과 활착이 중요하다. 옥천이 다양한 매체를 하나둘씩 만드는 것도, 그리고 옥천읍에 쏠리지 않고 다른 생활권이자 변방인 청산면에 소규모 미디어센터를 만드는 것도 매체별 균형과 지역별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결국 이 정점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모아진다. 괜찮은 방송과 신문 하나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끊임없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지는 역할이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지역을 스스로 써 내려 간다. 이미 다져 놓은 지역 신문과 지역 잡지로 잃어버린 공간을 회복하고 있고, 앞으로 직접 만드는 지역방송으로 빼앗긴 시간을 되찾을 것이다. ‘말의 우물’에 늘 맑은 물이 차오르고 ‘글의 곳간’에 건강한 양식을 채워 누구나 언제든 마시고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옥천만의 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옥천은 언론과 미디어로 특화된 고장임을 거부한다. 공동체저널리즘은 특화되어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 보편타당하게 어느 지역공동체든 필요한 필수재로 존재해야 한다. 100년 전 누군가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하며 독립운동에 불씨를 지폈지만, 이제 해묵은 국가와 민족은 가라! 애국과 애족을 저 너머로 흘러버리고 지역자결주의로 우리는 애향, 애민하며 자립운동의 씨앗을 뿌릴 때다. 모두가 삶의 주인으로 존재하는 지역에서, 우리는 공동체의 힘으로 공론장을 만들어 공공성을 쟁취해야 한다. 다양성과 연대의 힘으로 모두의 지역에 각기 다른 미디어플랜이 만개해야 한다.
서울 중심, 자본 중심의 획일적인 문화가 아니라 천개의 지역에서 천개의 지역학이, 지역 미디어가 만개한다면 그것은 지역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청년들이 지역 안에 스며들어 지역 주민들과 공감하고 공유하는 미디어로 일자리를 만들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을 본 지역의 청소년들이 지역을 더 이상 떠나지 않고 그 청년들을 롤 모델 삼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면 지역은 소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진공처럼 빠져 있는 10대부터 20대, 30대가 하고 싶은 일자리로 채워지면서 남녀노소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한 인구구조가 될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확인할 수 있는 미디어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행복지수를 한껏 높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알다시피 지역농촌의 직업군은 단조롭다. 정육점, 미용실, 교사, 공무원, 식당 등 확장성에서 한계가 명확한 직업군에 비해 미디어의 일자리는 피디, 작가, 아나운서, 배우, 기상캐스터, 메이크업, 일러스트, 미술감독, 카메라감독, 촬영기사, 기자, 쇼호스트, 성우, 스포츠 해설, 진행자, 가수, 개그맨 등 정말 다양한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다.
그런 꿈을 감히 꿔본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친구도, 연기를 꿈꾸는 친구도 굳이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지역의 TV에서 라디오에서 주민들에게 공유되고 소구될 수 있다면 그 친구들의 먹을거리 일자리가 담보될 수 있다면 큰 유명세를 타지 않고도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스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기축구를 프리미어리그처럼 중계할 수 있다면, 지역 탁구대회와 배드민턴 리그를 중계한다면, 옥천 런닝맨과 무한도전은 어떤가. 옥천 노래자랑을 매달 한 번씩 할 수 있다면, 6시 우리 마을 이야기를 매일 할 수 있다면, 옥천일기와 포도나무 사랑 걸렸네 등 농촌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다면, 매일 아침 7시 뉴스와 저녁 8시 뉴스를 볼 수 있다면. 옥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24시간 라디오와 TV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진다면. 동네 구멍가게와 과일가게, 이발소, 복덕방에서 종편 대신 지역 TV와 라디오를 하루 종일 본다면, 군의회가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면. 지역내에 일어나는 모든 강연과 토론회가 중계된다면. 정말 우리가 노래처럼 불렀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를 모두가 완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미디어플랜은 여기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더 낮은 곳으로 더 밀착되게’라는 지향을 갖고 읍면 커뮤니티 미디어센터를 건립하며 다양한 마을미디어가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또한 만들어지고 삶터의 공론장과 아카이브가 복원될 것이다.
공론장과 아카이브는 산업단지, 관광보다 강하다
지역은 어느새 열등감의 산물로 향소부곡이 되었고 거기 사는 사람들은 불가촉천민이 되었다. 지역을 비하하고 부정하며 배반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만든 미디어는 스스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자긍심과 자존감을 다시 살려줄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커뮤니티 저널리즘의 격언을 실천하며 지역의 모든 사람, 모든 것을 귀이 여길 것이다. 어떤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것보다, 어떤 출렁다리를 만들고 유람선을 띄우는 것보다 지역속에 파고들어 뿌리내리는 작은 미디어 플랫폼이 청년을 유입하며 어떻게 지역을 살려낼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 지역에 어렵게 자리잡은 옥천 기본미디어플랫폼 어벤져스가 이 일을 충분히 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옥천이 하면 다른 지역도 할 수 있다. 가능하다. 소외된 지역에 청년들이 뿌리내린 미디어가 지역의 삶의 질, 문화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같이 지켜봤으면 좋겠다.
관련 사이트
🌽 [필자] 황민호
2002년 옥천신문에 기자로 입사해 2021년 옥천신문 대표 노동자로 활동하고 있다. 3년 동안 옥천의 변방 청산면에서 살았던 경험과 신문사를 그만두고 3년 동안 로컬푸드 급식배달 노동자로 살았던 삶이 시야를 넓혀주고 생각을 깊게 했다. 관계를 이어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사회를 재구성하는 매개로 미디어가 매우 훌륭한 도구라 생각한다. 미디어는 기본 공론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역을 쏘다니고 있다.
#2. [특집] 공동체라디오 건강 검진 있겠습니다 - 호주의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자가 진단 툴킷
공동체라디오는 일반적으로 FM 대역에서 10W(와트) 이내 소출력 방송을 하는 주민 주도 지역 밀착형 라디오를 말한다. 출력이 작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보통 구나 시 단위 정도를 커버한다. 2009년 정식 개국한 서울의 관악FM, 마포FM을 비롯해 전국에서 27개 공동체라디오가 허가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주파수 없이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온라인 활동을 하는 마을공동체라디오도 많다.
호주는 한국보다 공동체라디오의 역사가 훨씬 길다. CBAA (Community Broadcasting Association of Australia, 호주공동체방송연합)는 1970년대부터 호주 내 공동체방송 운영주체에 대한 가이드 제공, 네트워킹은 물론 정책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CBAA에서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을 위한 온라인 자가 진단 툴을 제공한다. 이 자가 진단은 방송국을 운영하는 주체가 스스로의 미션과 비전, 운영 및 소통 방식 등을 평가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30분 정도면 완료할 수 있는 설문 답변을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곧 진단 결과와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 제안까지 담긴 결과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진단 항목 구성
CBAA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 자가 진단은 크게 4가지 범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비전과 미션, 2) 민주적 조직 운영(Governance), 3) 문화 및 리더십, 4) 의사 결정이다.
네 가지 범주 중에서도 2) 민주적 조직 운영에 대해 가장 강조하고 있다(실제로 자가 진단 문항 수가 눈에 띄게 길고 많다). CBAA는 “조직 운영을 잘 해야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건강한 조직이 된다”고 강조하며, “여기서 말하는 민주적 운영이란 전반적인 프로세스, 활동과 관계를 포괄하는 ‘시스템’을 말하며, 이는 방송국 이사회 또는 운영위원회의 책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가 진단 설문지는 방송국의 이사회 또는 운영위원회가 모인 자리에서 의견을 모아 작성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한다.
CBAA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 자가 진단의 네 가지 범주에 담긴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비전과 미션
가장 먼저 방송국이 명확한 목표 하에 운영되고 있는지, 또 운영 주체들이 그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2) 민주적 운영(Governance)
① 위원회 운영: 이사회 또는 운영위원회 등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② 정책과 절차: 운영에 관한 정책 및 절차와 내부 분쟁 조정 구조가 마련되어 있고 회원과 자원활동가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규정되어 있는지, 더불어 위의 정책, 절차, 구조, 규정 등이 관련 법규나 공인된 협약과 충돌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내/외부 재검토를 거치는지
③ 위기 관리: 미리 연간 예산을 책정하고 관리하는지, 방송국의 재무 건전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수익원이 적절히 분산되어 있는지, 재정 보고를 포함한 연간보고서를 공개하는지 등
④ 관련법 준수: 운영 전반은 물론 시설 관리나 식음료 제공 시 관련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보험은 적절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또 방송국 허가(라이선스) 갱신 조건에 대해 이사회 또는 운영위원회에서 인지하고 있는지 등
⑤ 계획: 방송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주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방송국의 이해공동체가 여기에 관여하는지, 또 이사회/운영위원회는 계획에 따른 실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지
⑥ 실무인력: 직원과 자원활동가를 얼마나 자주 채용/모집하는지, 베테랑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지, 직원/자원활동가들에게 업무 피드백과 연수 기회를 얼마나 자주 제공하는지 등
3) 문화와 리더십
① 소통: 이해관계자의 정기적인 피드백을 받는지, 방송국 홍보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공동체라디오 섹터 차원의 네트워킹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프로그램 소개/다시듣기/회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웹사이트가 있는지,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 등
② 가치: 다양한 회원/후원회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실질적 전략이 있는지, 공동체를 위해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지 등
4) 의사결정
① 후원자: 회원/후원인 중 작년에 이어 유지한 비율과 신규 비율은 어떤지, 탈퇴/후원 중지하는 이들에게 그 이유를 조사하는지
② 회원 관리: 회원 정보 보안 정도 등
결과 리포트 활용하기
이 온라인 자가 진단 설문지를 작성해 제출하면, 설문지에 기입한 이메일을 통해 분석 결과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리포트에는 위에서 본 4가지 범주 각각의 평가 결과,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을 잘 운영하기 위한 필수 요인별 평가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리포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방송국에 가장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분야가 무엇인지, 또 그에 따라 추천하는 실행 계획(Action Plan)에 대한 내용이다. 거기다 이 리포트에는 관련 온라인 자료 링크까지 결과에 맞추어 제공된다.
2017년 11월 CBAA는 자가 진단 툴 활용 웨비나를 통해 자세한 항목별 설명과 함께 ‘DIY FM’라는 가상의 방송국 자가 진단 결과 리포트로 예시를 보여주었다.
먼저 리포트에는 전체 항목이 요약된 그래프가 들어있다. 초록색은 이미 잘 되고 있는 부분, 파란색은 괜찮은 것으로 보여 개선이 시급하지 않은 부분, 노란색은 보통, 그리고 빨간색이 평가 점수가 낮아 가장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DIY FM'의 예시에서는 문화와 리더십, 조직 운영 두 가지가 개선 시급으로 나타났다.
위 그래프는 ‘DIY FM'을 잘 운영하기 위한 필수 요인별 평가가 드러나 있다. 색깔 표시는 앞선 그림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위원회 운영, 정책과 절차, 위기 관리, 플래닝, 소통이 개선 시급 요인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이에 따른 피드백으로 위 이미지와 같은 항목별 세부 조언, 관련해서 참고할만한 온라인 자료 링크(이미지 내 표 좌측 하단 Resources)가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실행 계획(Action Plan)이다. ‘DIY FM'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조직 운영 범주의 위원회 운영 항목, 그 중에서도 “이사회 또는 운영위원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내용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위원회 운영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 관련 자료 링크(「이사회/운영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사회/운영위원회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등으로, 해당 자료 역시 CBAA 웹페이지에서 제공됨)를 명시하고 있다.
끝으로 CBAA는 이 자가 진단을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 조직의 상태와 상황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방송국의 당시 상황에 가장 적합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국 20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을 신규 허가했다. 2009년 한국에서 최초로 정식 허가를 받았던 7개 방송국에서 10여년이 지나고서야 이룬 획기적인 변화다. 위 27개 방송국에 더해, 전국에 주파수 없이 온라인/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동체(마을)라디오까지 포함하면 140여 곳에 달할 정도로 그 양적인 성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아직은 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공동체라디오들은 각자의 필요와 욕구, 또는 여력에 맞게 운영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20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신규 허가와 함께 관련 정책도 한 걸음을 내딛는 시기인 만큼, 방송국에서도 각자의 비전과 미션, 운영 원칙을 다시 점검하며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할 때는 아닐까.
출처 및 참고 자료
[미디어오늘] 공동체라디오 7개→27개, 예산은 그대로?
[ACT! 26호] 우리는 호주의 가장 큰 미디어섹터다! -호주공동체방송연합 CBAA
[CBAA]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자가 진단 툴에 대하여
[CBAA] 웨비나: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자가 진단 가이드 (2017.11.29.) 다시보기
🐼 [필자] 이경진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교육을 듣는 것으로 독립 미디어 영역에 들어섰으나 창작에는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방황하다 현재는 독립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3. [특집] 공동체미디어 정치 참여 - 지역 정치와의 상호작용 전략과 방법
커뮤니티를 위한 민주주의 플랫폼으로서 공동체미디어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보통 시민들의 가장 대표적인 정치 참여는 선거와 투표이지만, 일상적 과정으로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번 글에서는 공동체미디어에서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지역 정치와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전략과 방법들을 알기 쉽게 소개한 호주공동체방송연합 CBAA의 <공동체미디어 정치 참여 툴킷>을 소개한다.
공동체미디어와 정치 참여
이 툴킷에서 소개하는 ‘정치 참여’는 특정 정치 집단을 옹호하는 당파적 활동이 아니다. 정치 참여는 중앙정부, 국회, 지역의회, 지자체장을 포함하여 선출 혹은 임명된 대표자들과 방송국이 상호 유익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한다. 정치 참여 활동은 공동체미디어의 운영 원리에 기초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 참여는 왜 필요한가? 첫째, 정치적 무관심과 환멸이 높은 시대에 성공적인 정치 참여 전략은 정치인들이 대표하는 지역 사회 주민들의 실생활 및 관심사와 정치인들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정치 참여 활동은 정부, 정당, 의회 등 주요 의사 결정자들이 공동체미디어의 대의를 옹호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정치인들은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대규모의 네트워크와 연결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공동체미디어의 새로운 수용자를 구축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정치 참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방송국과 지역 사회 연결을 강화하는 중요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정치인에 대해 알고 이해하기
모든 형태의 의사소통에서와 마찬가지로, 누구와 대화하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치 참여에서 공동체미디어가 상호작용해야 할 정치인들은 누구인가? 중앙 정치 차원에서는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원, 공동체미디어와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커뮤니케이션 부처 장관 및 실무 책임자, 그리고 방송국에서 전문 분야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 관련 부처 장차관 등과 상호작용을 할 필요가 있다. 지역 정치 차원에서는 도의회 및 시의회(구의회) 의원을 비롯해서 지역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관련 부서 실무 책임자가 될 수 있다.
정치 참여 활동을 기획하기에 앞서 정치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함으로써 보다 생산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툴킷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불평 또는 불만 제기보다는 그들이 하는 긍정적 일을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건강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솔루션이 없는 요구보다는 정치인이 즉시 응답하고 행동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요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동체미디어 홍보하기
정치인과 대화할 때에는 공동체미디어를 홍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차원에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소개와 함께 공동체방송국이 지역 사회 공동체에 어떻게 복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포함한다.
공동체미디어는 공동체에서, 공동체를 위해, 공동체에 대해, 공동체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 정치인이나 잠재적인 후원자에게 공동체미디어를 ‘홍보’할 2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툴킷에서는 ‘엘리베이터 피치’(어떤 상품, 서비스, 기업 가치에 대한 빠르고 간단한 요약 설명)를 연습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소개서를 뒷주머니에 넣어두라고 조언한다!
공동체미디어 스냅샷 소개서 (A4 1~2장)
7가지 정치 참여 도구
다른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정치 참여 캠페인은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다. 이 툴킷에서는 직접 참여 또는 간접 참여의 방식 등 다양한 전략을 결합하여 공동체미디어의 정치 참여가 방송국은 물론 지역 공동체 모두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7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1) 대면 회의는 공동체미디어의 요구를 소개하는 좋은 방법이다.
2) 방송은 정치인이 방송국에 참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강한 관계를 위한 출발점이다.
3) 이벤트를 주최하거나 참석, 취재하는 어떤 경우라도 그 행사에 참여한 정치인을 꼭 만난다.
4) 인터넷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정치적 참여를 위한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5) 디지털 시대에도 불구하고 TV, 라디오 및 신문은 여전히 중요한 뉴스 소스이다.
6) 공동체미디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재정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7) 이메일과 편지는 대면 대화와 전화 다음으로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정치 참여 기획 및 전략
이 툴킷에서는 공동체미디어가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정치 참여와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들은 그것을 완성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들이 필요하며, 이러한 계획은 결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툴킷의 마지막 부분에는 반드시 이 모든 정치 참여 계획 프로세스에 이사회, 스태프 및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팀워크를 육성하며, 캠페인에 대한 주인의식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 참여 활동과 관련해서 몇 가지 편견들이 있을 수 있다. 일부 공동체방송국들은 정치 참여 활동이 정치인과 관련되는 것이라 꺼려질 수도 있고, 정치인들도 공동체미디어가 특정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 때문에 방송국에 참여하는 것에 거리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공동체의 삶을 구성하고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정치인들의 정책이나 관점을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정보의 기회를 확장하는 것이며, 지역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토론과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정치 참여 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이 툴킷에서도 상호작용적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의 공동체미디어 활동에서도 지역 공동체에 꼭 필요한 상호작용적 정치 참여 기획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필자] 박채은
3도 4촌의 노마드 생활자이자 영화프로듀서, 연구활동가로 살고 있다.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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