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뭔 제품 분석이냐?
이전까지는 주로 내 이야기를 다뤘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 주제가 ‘제품 분석’이라 당황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왜 갑자기 제품 분석을 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공유해보려 한다.
내 구독자들은 대부분 "본인이 주체적인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대학교 다닐 때보다 아이디어가 적게 떠오르네요..."
회사에 다니면, 풀어야 할 문제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적으로 새로운 인풋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좋은 아웃풋(아이디어)을 내려면, 좋은 인풋(정보)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사업 아이디어의 인풋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한 가지를 믿는다.
세상에 아이디어는 넘치고, 문제는 그게 ‘발견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아서’라는 것.
두려움, 마케팅, 팀 빌딩 등…
수많은 이유로 고객에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인풋을 주려면, 뭘 보여줘야 할까?
그리고 답을 찾았다.
“돈을 벌고 있는 제품은 어떻게 0에서 1까지 갔는가?”
이 과정을 보여주면, 많은 막막함이 해소될 것 같았다.
비슷한 기회를 발견했을 때, 어떤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면 될지 감이 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찾아보고 분석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본 수많은 제품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분석 시작
오늘 분석해볼 프로덕트의 주제는 “모바일 앱”이다.
별점은 ⭐ 4.8점
리뷰는 7만개+
누적 다운로드는 100만+
→ 참고로 Android만 계산했다.
하루를 기록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하루콩이다.
글이 아닌 이모지로 기록하는 감정 다이어리
하루콩은 2019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선후배 4명이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들은 1인 가구의 정서적 지원을 위해 반려로봇을 개발하려 했고, 이를 위해 수많은 1인 가구를 인터뷰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깨달았다.
정작 1인 가구에게 정서적 지원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반려로봇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하루콩이다.
하루콩이 기존 기록 서비스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은 글자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루콩에서는 하루를 구성하는 17가지 카테고리(기분, 식사, 사람, 날씨 등) 중 원하는 것만 선택할 수 있다.
글을 쓰지 않아도, 이모지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감정과 하루를 기록할 수 있다.
필요하면 간단한 한 줄 메모나 사진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쌓인 기록들은 캘린더에 한눈에 정리되며, 사용자는 자신의 감정 변화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능이 많지만 위 내용이 하루콩에서 가장 어필하는 기능이다.
참고로 하루콩은 글로벌 서비스이다.
수익모델
첫 번째 수익원은 광고다.
사용자가 감정을 기록할 때마다 약 10초 정도의 광고를 보게 된다.
매일같이 일기를 쓰는 서비스 특성상,
꾸준한 사용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 모델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구독권
다음은 광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이다.
다른 앱들과 비교했을 가격이 꽤 저렴한 편이다.
부담 없이 결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입 장벽을 낮춘 느낌이다.
테마스토어
하루콩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아이덴티티는 '콩'이라는 귀여운 캐릭터다.
이 캐릭터와 테마를 판매하는 스토어 구조는 확장에도 유리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콩 디자인이나 테마가 추가될수록 사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무료 이용자들이 실제로 구매로 전환될 확률도 높아진다.
또한, 테마나 캐릭터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공유 이벤트 같은 바이럴 요소를 붙이면, 신규 고객 유입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심리상담
아직 서비스되고 있진 않지만,
추후에 심리 상담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만약 실제로 도입된다면, 하루콩에 쌓인 감정 기록 데이터가 상담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 상담 서비스는, 유료 모델로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다.
MVP 방법론
이런 리뷰를 보면,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든 건 아닌 것 같다.
최소 기능(MVP)만 구현해서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사용자 반응을 보며 개선해온 흔적이 느껴진다.
하루콩이 퍼스트 펭귄이였을까
나도 처음엔 하루콩의 아이디어 발굴 과정을 듣고
“와… 고객이 진짜 필요한 솔루션을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도출했지?”
“어떻게 이렇게 공감받는 제품을 만들었을까?” 싶었다.
그런데 Daylio라는 프로덕트를 발견하고 나서 비슷한 선례가 있었구나 싶었다.
Daylio는 1,000만 다운로드를 넘긴 서비스다.
MVP 구조만 놓고 보면, 하루콩과 꽤 비슷하다.
Daylio의 출시일: 2015. 8. 17.
하루콩의 출시일: 2021. 2. 25.
🤔… 퍼스트 펭귄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
누가 먼저 했느냐보다, 누가 더 잘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하루콩 카피앱들
하루콩과 비슷하게 이모지를 통해 감정을 기록하는 앱들은 정말 많았다. (10개+)
블루시그넘을 살펴보자
라고 한다.
하루콩 말고도 만드는 “정신건강을 혁신”하기 위해 만드는 앱들이 많았다. (7개+)
기술스택
- 하이브리드: iOS와 Android를 동시에 개발
- 네이티브: iOS, Android를 각각 따로 개발
채용 공고를 보니 iOS, Android 개발자를 각각 따로 뽑고 있었다.
즉, 하이브리드 앱이 아니라 네이티브 앱을 주로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부 앱에서는 Flutter도 사용하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앱은 네이티브로 개발하고,
실험이 필요한 앱은 하이브리드로 빠르게 만들어보는 방식인 것 같다.
~~가 하고 있다던데요.
어떤 창업가가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피칭하고 있었다.
그 밑에 달린 댓글 하나.
“이거 ~~가 이미 하고 있던데요.”
세상에 안 되는 이유는 진짜로 무한정 많다.
“시장 작다”, “돈 안 된다”, “~~가 먼저 했다”, “너무 어렵다”...
안 되는 이유로만 따지면, 이 세상에 존재할 제품이 몇 개나 되겠냐.
근데 웃긴 건,
오늘 소개한 사례에서도 그렇듯
꼭 퍼스트 펭귄이어야 성공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누가 제일 먼저 했냐가 아니라,
누가 제일 잘 풀었냐다.
나도 초반에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가 이미 하고 있는데, 내가 이걸 해도 될까?”
“이건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시장 아닌가?”
근데 깨달았다.
이런 가설은 틀릴 때가 훨씬 더 많다.
누가 하고 있다고 해서 내가 못 하는 건 아니고, 안 좋은 조건이라고 해서 불가능한 건 더더욱 아니다.
시장에서 이미 뭔가 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방식대로, 나는 내 방식대로 풀면 된다.
그래서, “이미 누가 하고 있다던데요”는 무조건 안 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어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떻게 보셨나요?
아래 항목 중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좋았다면 의사를 꼭 표시해주세요!
반응이 좋지 않다면, 없애려고 합니다 🥹
매번 보내주시는 피드백이 정말 큰 도움이 돼요. 감사해요!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