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춥지 않은 연말 어떻게 통과하고 계시나요? 라고 시작하려고 지지난주에 써놓고 시간이 지나 이제 제대로 한겨울이 되었습니다.
저는 연말 모임이 많지 않아 비교적 차분한(?) 날들입니다. 그래도 일이 줄지 않는 것은 제 탓일까요? 시대 탓일까요? 하하.
이렇게 소식지가 늦어진 것을 변명하며 시작해 보겠습니다.
12월은 출판계에서도 각종 통계치와 내년 전망들이 난무하는 시기입니다.
소식 1) 2023년 출판 통계
저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발표회에도 가고 출판인들을 짬짬이 만나면서 귀팅 눈팅을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통계 자료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늘 아쉬운 점은 이 통계는 22년도의 것이며 23년도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2년도 통계 집계가 23년도에 이루어지기 때문!)
22년도는 그나마 코로나 특수(?)가 있었던 2021년보다 신간의 발행 종수도 줄고 발행 부수도 줄었으며 도서의 가격은 올랐습니다.
카테고리로 보면 특이하게도 학습참고서의 총발행수가 34.4%나 하락했음에도 아동서의 경우 11.8%가 상승했습니다. 다른 카테고리의 경우 거의 10% 정도의 하락률을 보였으며, 어학의 경우 그 하락이 심화(-18.5%)된 것이 보입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제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열공하기를 포기한 것일까요?
문학의 감소폭이 적다는 것은 워낙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
간혹 도서관에 들러 신간들을 살펴볼 때가 있는데요. 도서관의 신간 코너는 사서들이 선정한 도서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서점보다 더 다양한 책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요즘 도서관은 퇴직 후의 노년층이 많이 눈에 띕니다. 신문도 보시고 책도 읽으시고 잠도 주무십니다! (코를 골고 주무시는 분도...) 그런데 아쉬운 점은 할아버지는 계셔도 할머니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도 저같이 소설 애호가들은 작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소설을 읽는 노인들!’이란 기사 제목을 보게 될 날을요.
대략적인 통계 수치를 볼게요. <2023 한국출판연감>에서 가져온 자료들입니다.
2022년 신간 발행 종수 61,181종 발행 부수 72,9210,992부
평균 가격 17,899원, 번역 도서 10,472종
소식 2 <한국계/한국 작가들의 영어권 출판>
출판시장은 각국이 치열한 저작권 경쟁을 하면서 세계가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저작권 수출은 중국 시장이 거의 문이 닫히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그 바람에 영어권에 단순히 저작권이 아니라 영문 도서를 출판하는 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개인출판(self-publishing)을 하시는 분들이 더욱 관심을 갖는 뉴스이기도 합니다. 요즘 AI 번역이 잘된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니 말이죠.
https://welcon.kocca.kr/ko/info/content-news/3283
소식 3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마을' 참가사 모집>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마을> 참가사를 모집하네요
독립출판이라고 하더라도 판매 도서는 ISBN을 받은 책에 한정한다고 하고요, 올해도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섹션이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일 시 6월 26일(수) ~ 30일(일), 총 5일간
장 소 코엑스 C&D1홀
주 최 대한출판문화협회
주 관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
〈책마을〉 공모 일정
모집 기간 2023년 12월 19일(화) - 2024년 1월 16일(화) 자정 마감
선정 발표 2024년 1월 26일(금)
소)
소식 4)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 리뷰
“그의 뇌는 반으로 가른 사과 같았다. 나는 누군가에 의해 쪼개진 사과 반쪽을 보는 기분이었다.”
뇌경색을 앓고 있는 남편과 살고 있는 일명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삶.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미안함만 가득한 남자.
그 남자를 바라보며 원망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여인.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서로 적응해가면서도 어딘가 있는 코르시카를 꿈꾸는 부부.
모든 사람은 20대에 멋진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 속 미래는 대부분 장밋빛이다.
그 그림에는 20대의 체력을 가진 멋진 몸매의 남자와 팽팽한 얼굴과 몸을 가진 여자가 등장한다그들은 멋진 집에 살며 폼나는 멋진 자동차를 몰고, 우아한 식당에서 혹은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집안의 식탁에서 와인을 마시며 맛있는 식사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 멋진 그림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그림 중 어느 하나만 틀려져도 그 그림은 엉망이 되고, 멋진 풍경화는 이해할 수 없는 추상화가 되고 만다. 건강이든, 돈이든, 자녀이든 한 요소만으로도 우리 삶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이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을 통해 우리에게 이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 여기 있는 이 여인은 그 상황을 이렇게 풀어보았어.
당신은 어떻게 할래?
당신이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당신은 이 여인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건데?
그런데, 이 여인이 닥친 삶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 여인을 너무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가족 중 누구일 수도, 우리 이웃의 누구일 수도, 아니면 학교동창 중 누구일 수도 있다.
우리가 주인공일 수 있다.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삶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 삶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우리는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20대가 아님에도 우리는 여전히 멋진 그림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여인을 ‘프롤레타리아 여인’라고 표현하면서 우리 대부분이 약간은 다른 형태이더라도 닥칠 상황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뭔가를 잘못하지 않았어도, 어느 순간 엉켜버려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이 상황에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서 여인은 쉽지 않은 현실을 이기기 위해 도피를 꿈꾼다.
불구의 남편으로부터 젊은 날 멋진 과외친구였던 남자로.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인 기역자로 구부러진 싱크대 모서리”로부터 ‘코르시카’로.
“가방을 열었다. 차곡차곡 개켜진 속옷, 양말, 손수건 등의 한쪽에는 내가 몇 년째 사용하는 제품의 칫솔과 치약이 있다. 어느 낯선 곳 낯선 욕실에 들어가 이를 닦을 일이 생긴다면 나는 저, 프라그가 많이 함유되고 조금은 짠맛이 나는 치약을 쓸 것이다.”
“언젠가는 7번 국도 끝까지 올라가, 바다가 보이는 작은 민박집에서 아주 긴 잠을 자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꿈이 아니다.”
어쩌면 이 상황에 처하면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처럼이나 소박하게 꿈꾸는 이 여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나를 천박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그러면 너의 해결책은 무엇이냐고,
남들 눈에 천박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시간을 거치며 여인은 새로운 단계로 올라선다.
“뱃살을 출렁거리며 달리다가 호흡이 가빠지면 이상하게도 힘이 더욱 솟는 것을 느꼈다. 주변 경치가 빠르게 스쳐 지나면 기분이 좋았다.”
“그네들의 하소연에 가끔 혼잣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애들아, 너희들만 자라는 게 아니다. 나이든 아줌마도 자라는 중이란다.”
이 작품은 중년의 성장 이야기이다.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중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젊은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 속에서 자라는 이야기이다.
청소년 성장스토리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중년의 성장스토리는 못 들어보았지만, 중년들도 분명 자라야 하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중년 이후, 다양한 상황이 우리 앞에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 여인의 삶을 읽으면서 현재와 미래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 글쓴이 : 황용택
책 읽는 자. 최근에는 신화에 빠져 읽다가 요즘은 역사 책으로 관심을 확장하여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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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
요 며칠 정말 춥네요. 어학의 폭이 크게 감소한 건 유튜브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어학공부는 책 대신 유튜브 동영상으로~ 그림, 요리 등 뭔가를 배워야겠다 싶으면 유튜브부터 찾게 되더라고요.
글에서책으로
맞아요 그렇겠네요 ㅎㅎ 작가 중의 한분은 자신의 시집을 아마존에 올렸는데 그걸 어느 유튜버가 한국어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자랑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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