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굽은 손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파리시립정신병원 쌩-안느병동의 미술치료사에서 노숙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공공예술을 하기까지 하기까지

2023.07.27 | 조회 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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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아이들과의 작업, 신체드로잉. 커다란 광목천에 커다란 몸집이 10명 정도 그려져 있다. 
다문화 아이들과의 작업, 신체드로잉. 커다란 광목천에 커다란 몸집이 10명 정도 그려져 있다. 

신승녀 작가는 푸른교실미술치료연구소를 운영하며 노숙인을 위로하며 격려하는 미술 작업 및 지역 예술가과 주민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신승녀 작가와는 구면이었다. 2018()대안공간 눈에서의 벽화 작업 중 멕시코 벽화 작가 호르헤 이달고의 태양 벽화 작업을 할 때 간식을 사 들고 오셨던 모습이 기억났다. 해외 작가들이 왔을 때 통역을 하면서 소통하는 모습도 보았다.

알고 보니 신 작가는 1992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자폐아를 위한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에서 조형예술, 미학, 인지기호학 등을 공부하면서 예술의 사회적 쓰임새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였다. 동시에 파리시립정신병원 쌩-안느 응급 병동에서 미술치료사로 긴 시간 일한 경험이 있었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수원푸른교실&미술치료연구소에서 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던 활동을 노숙인을 위한 심리치유 미술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신승녀 작가를 만나러 갔던 날 노숙인 미술 수업이 금방 끝난 직후였다. 신승녀 작가의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작품 같았다.

신승녀 작가의 수원푸른교실-미술치료연구소 
신승녀 작가의 수원푸른교실-미술치료연구소 

- 여기 있는 찰흙으로 만든 손도 노숙인들이 활동한 작품인가요? 어떤 의미의 활동이었는지.

이것은 그저 단순한 미술 놀이가 아니에요. 이게 다 상징에 대한 작업이죠. ‘인문적 가치를 위한 공동체 활동이죠. 미술치료는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수많은 상징이 있어요. 잘 만들었다, 못 했다 평가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튼튼하고 강한 손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한 이 분은 평생 손이 굽어 있었어요. 자신의 소망을 손에 투영하여 만든 거에요. 자신이 강력한 괴물처럼 강인해지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만든 것이죠. 평생 불쌍했던 각자의 손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해요. 기법을 절대 가르치지 않아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스스로 찾도록 기다려요. 제가 뭔가 가르치지 않아요. 매번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노숙인이 만든 강해지고 싶은 바램을 담은 손 
노숙인이 만든 강해지고 싶은 바램을 담은 손 

 

- 공공미술은 어떤 관점이 필요한가요?

제가 지금껏 해 온 일 중 하나는 미술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적인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이죠.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사교성은 없는데 아프로 소외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노숙인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7년 이상 진행해하고 있는데, 오전과 오후조로 나누어서 각 10명씩 수업을 합니다. 노숙인들이 푸른교실&미술치료연구소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각서를 써요. 먼저 고시원이나 꿈터(노숙인 거주공간) 등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요. 미술치료는 심리적인 문제를 돕는 일이지만 노숙인 프로그램의 경우 사회적 이슈에도 부응해야 해요.”


- 스케쥴이 정말 많으신데 자신이 생각하는 일의 원동력은?

신승녀 작가의 푸른미술교실에 찾아오는 아이들 
신승녀 작가의 푸른미술교실에 찾아오는 아이들 

센터에 직접 찾아오는 노숙인 및 청소년 프로그램 뿐 아니라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워크숍과 연수 강의도 다니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쉴 틈없이 일한다고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이에요. 일반적인 사교성은 없는데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이 있어요

 

신 작가는 우리나라에 자폐증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되기도 전부터 특수학급의 장애아를 위한 미술 치료 수업을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다. 교구도 없었던 때였기 때문에 해외의 몬테소리 교구에 대한 원서를 보고 직접 몬테소리 교구까지 제작했다고 한다. 목공소 다니면서 나무를 자르고, 칠하여 아이들용 교구를 만든 경험까지 있다. 1985년 미술치료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후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프랑스 유학을 결심했고 그 일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2020년에는 수원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소속 화가 26명과 성인장애인 평생교육시설 한빛학교, 칠보생태환경체험교육관, 수원푸른교실&미술치료연구소,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수원민예총 문학위원회 및 사진위원회 등이 참여하여 ‘2020 동네야놀자위로와 희망을 개최한 바 있다. 몇년간 코로나19로 문화를 통한 소통의 기회를 잃고 잔뜩 침체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위로와 희망'을 주제로 전시를 했다.

 

전국 228개 도시에 4억짜리 프로젝트가 깔린 적 있어요. 코로나로 힘들어진 예술가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프로젝트인데, 2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지원서 161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공모에 선정되어 1년간 준비한 전시를 연 거에요


- 수원문화재단의 비상임이사가 되어서 현장 일에 발벗고 나서기도 하셨네요..

 

어떤 감투를 쓴다는 건 회의만 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참여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모제로 들어갔는데 프랑스 철학자 러셀의 말에 영감을 받았죠. ‘분노하라는 말 때문에요. 문화예술 현장에 나 역시 수원 시민으로 참여해서 함께하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역할이에요. 지역의 문화예술 현장을 많이 알고 있기에 각 분야별로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았어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초대하여 같이 참여시키고. 장애인, 여성, 공동체 등의 파트 등 초기에 바람잡이역할이 필요하죠. 자문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분들을 클럽장으로 세우고 사람들에게 해 보라고 권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 예술을 통해 자기 탐색과 자각이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요?

중재하는 미술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스스로 알아가도록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탐색을 해 나가는 거에요. 어떤 결과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치료하는 사람들이 기법이나 레시피갖고 하거나 그림 보고 해독을 하면서 평가하고 단정지어요. 미술치료사는 예술가가 되어 창조하고 새로운 것 만들어내어야 해요. 참여를 통한 공공예술이 되어야겠죠. 이 작품은 다문화 아이들과의 작업이에요. 신체 드로잉인데 커다란 광목천에 커다란 몸집이 10명 정도 그려져 있습니다. 커다란 전지에 몸을 대고 그린 후, 종이를 오려 천에 붙이고 공동으로 채색을 하여 완성한 작품이에요.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요하기에 아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표현했는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미술치료는 혼돈의 시간에서 몰입을 느껴야 한다고... 
미술치료는 혼돈의 시간에서 몰입을 느껴야 한다고...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잠을 푹 자면, 잘 깰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는 혼돈의 시간에서 작업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몰입하는 순간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누구나 자기 탐색을 시작하고, 창조할 수 있어요.”


 

모든 사람들은 크고 작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미술치료가 어떤 약물요법처럼 단번에 치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면의 힘을 키우는 효과는 크다. 수원 행궁동 수원푸른교실&미술치료연구소는 어쩌면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동굴같은 곳 아닐까.


 

 

인터뷰어 : 김소라 작가 

수원에서 작은 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e수원뉴스 시민기자로 13년째 활동중이다. 사람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사람에게서 배운다.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 『여자의글쓰기』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사이판한달살기』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등 다양한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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