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잇재입니다.
매번 마음 속에만 품고 있던 뉴스레터를, 이제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많은 친구, 동생, 언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로요. 쏘 쏘리.
아마도 지금 제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신 분들은 저를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거라 생각해요. 저 웃긴 사람이 어떤 뉴스레터를 할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시겠죠. 생각보다 저는 웃기지 않아요. 제법 진지한 구석도 있거든요.
제가 뉴스레터를 받는 이유를 떠올려보면, 그 안에 '건질 것'이 있는지가 늘 중요했어요. 그래야 다음 메일도 열게 되니까요. 그런 의미로 '잇재의 노트'에서 여러분들이 건질 것이 많았으면 합니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게 끝나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아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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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는 기록하는 디자이너가 되었을까요?
비전공자로 시작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기까지

클라이언트분들과 미팅을 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대표님은 다른 곳하고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기분 좋게 듣고 대응할 수 있지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멘탈이 순두부톳무침 마냥 뭉개졌습니다. 덜덜 떨리는 맘으로 다시 여쭤봐야 했어요. 혹시, 비전공자인 것이 티가 나는 걸까 하구요.
그리고 곧 돌아온 대답에 긴장이 턱 풀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기획을 해준 곳도, 이런 기획안과 제안서를 받는 곳도 없었어요. 대표님은 제가 모르는 단어나 멈칫하는 부분에서는 설명도 해주셔서 정말 편하게 미팅을 할 수 있었어요."
저는 지방 국립대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했습니다. 디자인은 전공이 꼭 필요한 영역은 아니지만, 제게는 그 4년이 꽤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의 '감각'만 믿을 수 없었어요. 이게 답인지, 아닌지 늘 불안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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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이는 결과물을 만나도 왜 좋아 보이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했고,
클라이언트와 이야기할 때도 감각적인 말 몇 마디보다 선명한 정리와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차츰차츰, "많이 적는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눈을 잡아끄는 포스터, 기억에 오래 남는 브랜드의 말투, 읽기 편한 배치가 인상적인 페이지, 마음에 남은 문장과 색감까지.
저는 이 모두를 지나치지 않고 붙잡아두려 했어요.
감으로만 남겨두면, 다음에 다시 꺼내 쓸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쌓인 기록이 늘어갔습니다.
기획안을 쓸 때도, 로고를 만들 때도, 클라이언트의 말을 해석할 때도 저는 예전에 적어둔 제 기록을 들춰보며 생각을 가다듬곤 합니다.
이제 제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작업의 재료이자 일부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클라이언트가 말한 "다른 점"도 거기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어요.
보기 좋은 결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기획했고 어떻게 풀어갈 지 함께 설명하는 방식!
저는 그것이 비전공자로 시작한 제가 자연스레 만들어온 일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늘 뭔가를 쓰고, 그리고, 채우고 있습니다.
기록은 저에게 취향이 아니라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한 방법이었고, 불안을 줄여주는 해결책이자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습관이었습니다.
어떠한 형태든 기록하세요.
순간의 영감과 생각, 궁금증을 흘려버리지 말았으면 해요.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던 것들 속에서, 뜻밖의 발견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녹음하세요, 제발요.
맥북-애플워치-아이패드-아이폰-에어팟.
저는 사과농장의 오랜 단골입니다.
그런 제가, 갤럭시로 환승해야하나 고민에 잠겨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녹음".
저는 클라이언트와 미팅 혹은 전화통화를 할 때, 가능하면 꼭 녹음을 하고 있어요.
(아이폰의 전화 녹음은 정말 민망하게 "상대방이 녹음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멘트가 나옴)
처음엔 내가 놓치는 내용이 생길까봐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존 필수템입니다.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하는 그 순간엔, 이상하게 모든 것이 다 순조롭습니다.
제법 유능한 임원이 된 듯 고개도 끄덕여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기억이 없어요. (있었는데?) 아뇨, 그냥 없어요.

클라이언트가 유독 힘줘 말한 대목이나 잠깐 멈칫한 부분은 어느순간 사라집니다.
무엇보다 문장보다 말투와 속도에 진짜 뜻이 실려 있던 순간들은 다시 들어봐야 그제야 속뜻이 잘 들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획안을 정리하거나 디자인 방향을 잡을 땐, 무조건 녹음을 다시 들으며 메모를 덧붙여요.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정확하거든요.
특히나 맥락을 파악할 때, 상상으로 채우던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해요.
서면, 문자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있죠.
같은 말도 톤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괜찮아요"라는 한마디에는 정말 괜찮다는 뜻이 있을 수 있고,
조금 애매하지만 넘어가자는 뜻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로 오간 내용을 함께 다시 확인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녹음이나 메모가 있으면 서로의 기억보다 기록을 믿을 수 있으니까요.
계약의 문제 등이 겹친 경우에도 좋은 증거가 될 수 있구요.
디자인은 보는 일 같지만, 생각보다 듣는 일에서 많이 시작됩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녹음하세요, 제발요.

01. 레퍼런스 정리 못하겠으면, 그냥 이거 사세요.
레퍼런스 정리앱, Eagle.
저는 압니다.
핀터레스트에 중복으로 가득 쌓아둔 레퍼런스들이 있다는 걸.
사진앱에 들어가면, 셀카와 음식과 함께 어딘가에 뭉텅뭉텅 모여있는 레퍼런스들이 있다는 걸.
분명 어딘가에 저장했는데 못찾아서 폴더를 헤매게 만드는 레퍼런스들이 있다는 걸!

그럼, 그냥 이거 사시면 됩니다.
이거 is "Eagle". (Eagle 홈페이지로 연결된 링크)

이걸 사라고 추천한다해서 저에게 오는 이득은 없어요.
그런데도 추천하는 이유는 이것만큼 디자이너의 생산성을 올리는 프로그램(앱)은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이미지들을 저장하고, 꽤나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도와줘요.
무엇보다 "중복 이미지 삭제" 기능이 있답니다.

그리고 레퍼런스 내 여러 태그 분류 기능과 색 자동 추출 기능(색상코드 복사 가능) 등도 가지고 있어요.
문제는 "유료"란 것.
저는 구매한 지 오래된 상태였지만, 최근 저의 영업에 넘어가 구매한 사람들 말로는 가격이 꽤 올랐더라구요.
35달러 남짓에 평생 사용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합리적이지만,
더 달러 오르기 전에 구매하시길 추천해요.
02. 핀터레스트만 켜는 사람은 당장 옵니다.
제발 다른 곳도 좀 봐줘, 레퍼런스 사이트.
핀터레스트가 나쁜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만 아는 당신이 나쁜 것.
잇재 취향 범벅, COSMOS

그래픽부터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영역의 레퍼런스들이 있는 사이트.
에디토리얼, 뉴타이포그라피스타일 좋아하는 사람에겐 무조건 추천하는 최애 사이트입니다.
단점은 이제.. 웹 자체가.. 무거워...
앱도 무거워....
웹디자인을 한다면, 무조건 알아야하는 HTTPSTER.

UIUX의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사이트.
필터링도 가능하고, UIUX를 다루지않는 디자이너라도 "정렬, 그리드, 레이아웃"을 배우기 딱!
정제된 디자인 작업물이 가득, SAVEE.

다양한 스타일의 레퍼런스가 모두 모인 사이트.
디자이너들이 직접 모은 작업물들을 바탕으로 운영한다고 해요.
문제는.. 유료야..
그게 문제야..

감각으로 출발하고, 이유로 방향을 잡습니다.
눈길을 끄는 작업은 많지만, 오래 남는 작업에는 늘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끝까지 들여다보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습니다.
추천 아티클
롱블랙 | https://longblack.co/note/316
잇재의 노트의 처음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노트에서는 클라이언트와의 사전 미팅 꿀팁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또 다른 프로그램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궁금한 주제나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 혹은 DM으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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