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시니까 아시죠? 깔끔하고 딱 그런..

비전공 디자이너의 노트#02

2026.04.28 | 조회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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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이미지 클릭 시, 스튜디오 잇재 리틀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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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잇재입니다.

무려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돌아와버린 잇재... 삼월 내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왔으니 봐주십사...

 

힇희...
힇희...

 

오늘은 지난 호에서 예고한 다음 편인 '사전 미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방에서 비전공 디자이너로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도, 한 번도 일이 끊긴 적 없는 저만의 킥을 여기서 야곰야곰 적어두려고 해요. 하지만, 물론 제가 하는 것이 모두 답은 아니라는 점!

 

오래된 것 같지만.. 암튼 지난 1편에서 제가 "녹음하세요, 제발요" 라고 외친 것 기억하시나요.

 

이번 호는 그 녹음 버튼을 누르기 전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말해보려 해요. 미팅은 생각보다 '듣기'에서 대부분 끝난다는 걸, 저는 꽤 늦게 알아버렸지 모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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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말합니다.

"깔끔하게 해주세요."

 

예전의 저는 이 말에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적었어요. 깔끔. 모던. 미니멀. 이런 단어들을 머릿속 서랍에 정리하고, 네 알겠습니다 호호호 하면서 미팅을 끝냈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시안을 들고 간 자리에서 클라이언트는 이렇게 말씀주셨어요.

 

"음… 이게 제가 생각한 깔끔한 느낌은 아닌데…"

 

네..?!!?!?!
네..?!!?!?!

머릿속이 콘센트 빠진 가습기처럼 뿌옇게 변하지요. 곧 오픈예정인 업체인지라 일정도 더는 밀릴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속으로는 "분명 깔끔하게라고 하셨잖아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해보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키고, 시안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으며 생각해봤어요. 왜일까? 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요.

아, 나와 이 분은 같은 단어를 쓰면서 다른 그림을 보고 있었네!

 

'모던'이라는 단어 하나만 놓고 봐도 그래요. 어떤 분은 타이포 위주의 여백 많은 스타일을 모던하다고 느끼고, 어떤 분은 네모난 오브제와 직선 배치를 모던하다고 느낍니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에요. 다만 제가 이 분의 '모던'이 어느 쪽인지 모른 채로 작업에 들어가면, 그 시간은 호다닥 증발하고 말아요.

 

그래서 저는 사전 미팅의 목표 하나를 이렇게 고쳐 잡았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뱉는 단어 안에 숨어 있는 진짜 그림을 꺼내는 것.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방법은 단순해요. 클라이언트의 말 속에서 단어가 나오면 멈추고 되묻는 거죠.

"혹시 그 '깔끔한'이 느껴지는 레퍼런스를 한두 개만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어서 하나 더 묻습니다.

"그 이미지의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어요?"

 

저는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답 속에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한 진짜 힌트가 들어있거든요. "여백이 많아서"인지, "색을 두세 개만 써서"인지, "타이포가 얇아서"인지 말이죠. 이 조각들이 모여야 '이 분의 깔끔'이 어떤 모양인지 윤곽이 잡힙니다. 감으로 때려 맞추는 게 아니라, 본인 입으로 말하게 만드는 거예요.

 

디자인은 보는 일 같지만, 시작은 거의 듣는 일입니다. 저번 호에서 했던 말이지만, 저는 이 문장을 매번 마음에 새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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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전 미팅에서 실제로 챙기는 것들을 미팅 전 / 중 / 후로 나눠 봤어요.

 

⏰ 미팅 전

클라이언트를 파악하자!

  • 의뢰서, 전화, 카톡 상담, 뭐든 지금까지 오간 기록을 다시 읽어봅니다. 말투가 빠르신 분인지, 결정이 빠르신 분인지, 이전에 어떤 용어를 쓰셨는지 살짝 메모해두는 것도 팁. 이걸 읽어두면 미팅 방식도 꽤나 달라질 수 있어요. 말이 빠른 분에겐 제가 속도를 맞춰야 하고, 조심스러운 분에겐 천천히 여쭤봐야 하니까요.

미팅이 어떻게 흐를지를 1분 안에 설명할 수 있게 준비하기!

  • 저는 미팅 시작할 때 "오늘은 이런 순서로 이야기 나눌 거예요"라고 짧은 목차를 전달해드리고 있어요. 초면인 분에게도, 이전에 뵌 분에게도요. 이게 있으면 상대방도 한결 편해하십니다. 어디쯤 왔는지가 보이기때문에 서로 시간을 의식하고 너무 루즈해지지 않도록 주의할 수도 있어요.

디자인 작업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도 안내 준비하기!

  • 저는 노션으로 전 작업 과정을 공유하는데, 이걸 처음부터 말씀드려야 나중에 소통 방식으로 헤매지 않아요. 그 외에 "소통"과 관련한 매체도 확실히 지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톡 채널을 이용한다거나 네이버 톡톡 문의를 이용한다 처럼요.

녹음 장비는 무조건 두 개 + 충전 연결은 기본값!

  • 한 번은 배터리가 얼마 남지않은 폰 하나만 믿고 미팅 들어간 적이 있어요. 끝나고 보니, 세상에.. 중간부터 녹음이 끊겨 있더라구요. 하필 가장 중요한 견적 얘기가 오간 구간이었답니다. 또르르... 끙끙거리며 머리를 쥐어싸매고 겨우 회의록을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는 폰과 노트북 둘 다, 충전기 연결까지 기본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 인쇄물 의뢰라면 종이 샘플 챙기기!

  • 대면 미팅에 한정이긴 하지만, 종이 얘기를 말로만 하면 서로 머릿속에 다른 종이를 그려요. 샘플 한 뭉치 가져가면 설명이 반으로 줄고, 제가 이 영역을 챙긴다는 신뢰도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 미팅 중

녹음 동의 먼저, 시작은 그 다음!

  • "정확한 전달을 위해 녹음을 해도 될까요?"라고 꼭 사전에 여쭙습니다. 이건 예의이자 저 자신을 지키는 최소선이에요.

말만 듣지 말고 표정도 들으세요!

  • 대면/화상 미팅에서는 어떤 단어에 반응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봅니다. "로고 색은 빨간색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에 어깨가 살짝 내려가는 분이 있고, 눈이 반짝이는 분이 있어요. 음성 미팅에서도 같아요. 목소리 톤, 한 박자 쉬는 지점, "음…"이라는 반응은 사실 제일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 거에요.

시각 자료 없이 스타일 이야기 금지!

  •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게 진짜 제일 중요합니다. "모던하게, 깔끔하게, 감성 있게" 이런 단어가 나오면 멈춰서 레퍼런스를 같이 봅니다. 제가 자주 쓰는 사이트를 화면으로 띄워놓고 함께 스크롤 하기도 해요.

✅ 호불호를 말하기 어려워하시는 분을 위한 질문하기!

  • 계시거든요. "다 괜찮아요"라고 웃으시는 분들이. 그런데 이 분들이 나중에 제일 많이 뒤집어요. 시안을, 그리고 제 속을.. 부들... 감정이 억눌려 있다가 시안 보고 폭발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반대 방향에서 여쭙니다. "혹시 절대 안 썼으면 하는 색이나 스타일은 있으세요?" "이전에 보셨던 디자인 중에 마음에 안 드셨던 게 있을까요?" 좋은 걸 묻는 것보다 싫은 걸 묻는 쪽이 답이 더 빨리 나올 때가 많습니다.

계약 진행 건이라면 계약서 2부 준비하기!

  • 당연한 얘기지만, 빠뜨리면 다음 미팅을 한 번 더 잡아야 합니다. 시간 낭비예요.

 

👀 미팅 후

녹음을 전사하고, 전사문을 반드시 한 번 더 검수하기!

  •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속도는 빠른데, 특히 한국어는 오타가 은근히 많이 나와요. 게다가 목소리 구분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도 많답니다. 무조건 검수해주세요.

간략한 회의록을 노션에 올리고 클라이언트와 공유하기!

  • 길게 쓸 필요 없어요. 오간 이야기, 결정된 것, 보류된 것, 제가 받기로 한 자료, 제가 드리기로 한 것, 다음 일정. 이 다섯 줄이면 충분합니다.
  • 공유한 회의록 아래에 "혹시 추가로 체크하실 부분이 있을까요?"를 붙이기. 이 한 줄이 나중의 분쟁을 한 70%쯤 줄여줄 수 있다는 거..!

탁상달력 + 디지털 캘린더에 일정 이중 체크하기!

  • 저는 책상 위 종이 달력과 BusyCal(아래에서 또 얘기할 거예요)에 일정을 이중으로 넣어둡니다. 둘 다 봐야 안심이 되는 타입이라서요.

 

여기까지가 제 실무 순서입니다. 많아 보이지만 습관이 되면 거의 자연스럽게 실행하게 된답니다. 중요한 건 하나씩 내 루틴으로 만드는 것. 한 번에 다 하려고 하면 탈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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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운전 중에도 메모하고 싶다면, Jot

Jot - Instant Brain Dump.

 

앱스토어에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앱스토어에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저는 운전하다가 떠오르는 생각이 제일 아깝더라구요. 음성메모 앱 켜려고 폰을 만지는 것도 번거롭고, 시리는 제 발음을 자꾸 오해하고. 그러다 만난 게 Jot 이라는 앱이에요.

 

실제로 사용중인 Jot의 Inbox 화면
실제로 사용중인 Jot의 Inbox 화면

 

애플워치 위젯이나 아이폰 락스크린 위젯으로 한 번 탭하면 바로 녹음이 시작되고, 녹음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전사까지 돼요. 운전하면서도, 걷다가도, 설거지하다가도 탭 한 번이면 생각을 건져낼 수 있습니다. "건져내기"가 이 앱의 철학 자체예요.

 

제 맥북 상단을 꽉 채운 아이콘들 중에서도 맨 처음
제 맥북 상단을 꽉 채운 아이콘들 중에서도 맨 처음 "코끼리" 모양이 바로 Jot

 

장점

  • 진입 속도가 빠른 앱은 많지만, 여기만큼 '위젯 한 번 누르고 바로 말하기'가 매끄러운 앱은 못 봤어요. 애플워치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단점

  • 이 앱으로 긴 미팅이나 회의를 녹음하진 마세요. 실시간 전사가 중심이라 오디오 파일이 남지 않는 구조에 가까워서, 전사가 엉망이면 복구할 길이 없습니다. 짧은 아이디어·할 일·떠오른 문장용으로만.
  • 아참, 참고로 한글로 말할 수 없는 이름이란 점도...(누가 물으면 제이오티라고 해요...)

 

가격

  • 유료 구독 모델입니다. 다만 앱이 계속 업데이트 중이라 요금이 바뀔 수 있어요. 제가 구매한 시점에는 프로모션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식 앱스토어에서 직접 확인하는게 좋다는 거!

 


 

02. 맥 쓰신다면 이건 셈이 쉬워요, Setapp

Apple(Mac) 어플 구독제 서비스 Setapp

화면을 누르시면 Setapp 홈페이지로 넘어갑니다!
화면을 누르시면 Setapp 홈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맥북 쓰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하나 사면 하나 더 필요하고, 그거 사면 또 하나 필요하고. 맥용 유틸리티 앱들이 그래요. 개별로 사면 1년에 30만 원 우습게 넘어갑니다.. 껄걸.. 

Setapp을 실행하면 보이는 화면!다 영 어 라 서 영 어 공 부 가 자 연 스 럽 게!
Setapp을 실행하면 보이는 화면!
다 영 어 라 서 영 어 공 부 가 자 연 스 럽 게!

Setapp은 맥/iOS용 앱 250개 이상을 하나의 구독으로 묶어주는 서비스인데, 저는 3년째 쓰고 있어요. 월 요금 하나로 이 앱들을 다 쓸 수 있거든요.

 

제가 Setapp 안에서 실제로 매일 쓰는 앱만 추려볼게요.

 

•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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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 요소 없는 글쓰기 앱. 제가 이 레터 초안도 여기서 쓰고 있어요. 엄청 가벼운 앱이라, 윈도우의 '메모장'과 같다고 생각하면 좋아요.

 

• AlDente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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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배터리 충전 한도를 제한해주는 앱. 100%까지 안 채우고 80%에서 멈추게 해서 배터리 수명을 지켜줘요.

 

• Text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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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한 영역의 글자를 바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앱!  이미지 속 텍스트를 타이핑하는 일이 사라집니다.

 

• Unclu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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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맨드 + Q를 누르면 상단 메뉴 하단에 이렇게 나만의 임시 파일 보관함이!
커맨드 + Q를 누르면 상단 메뉴 하단에 이렇게 나만의 임시 파일 보관함이!

단축키를 누르면 클립보드 히스토리, 포스트잇 메모, 임시 파일 보관함이 한 번에 열리는 앱. 이것 하나로 사고의 동선이 짧아져요.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함!

 

• Busy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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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앞서 말씀드린 캘린더 앱. 기본 캘린더보다 가독성과 일정 입력 속도가 더 좋아요.

 

장점

  • 개별로 사면 연 $291.85짜리 앱들을, Setapp 연 구독 $107.88로 묶어서 사용 가능. 여러 툴을 오가며 일하는 디자이너한테는 계산이 안 나올 이유가 없어요.

 

단점

  • 이제.. 결국.. 또 구독이야… 한 달이라도 안 쓰면 뽕을 못 뽑습니다. 맥을 매일 쓰지 않는 분이라면 개별 구매가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가격

  • 참고 (2026년 4월 기준), Mac 단독 플랜은 월 $9.99, Mac + iOS(아이폰·아이패드 4대) 플랜은 월 $12.49, Power User 플랜은 월 $14.99. 저처럼 사과농장 전체를 다 쓰시는 분이라면 Mac + iOS 플랜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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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모모는 마을에 친구가 아주 많은데, 그 이유가 특별하지 않습니다. 말을 잘해서도, 조언을 잘해서도 아니에요. 그냥 잘 들어줘서. 사람들은 모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신기하게 해결된 것 같아."

모모는 아무것도 안 해요. 그냥 들어줬을 뿐인데.

 

저는 사전 미팅을 생각하면 이 장면이 자꾸 떠올라요.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드문 세상이잖아요. 클라이언트가 "깔끔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할 때, 그 문장 뒤에 얼마나 많은 불안과 기대와 이전 경험이 숨어 있을까요? 그걸 꺼내는 건 잘 만들어진 질문이 아니라, 잘 기다리는 침묵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좋은 시안은 그린 만큼 나오는 게 아니라, 들은 만큼 나온다고 생각해요. 매번 생각하는 점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잇재의 노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은 스크랩 노션 템플릿 공유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

 

그 외 궁금한 주제나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 혹은 DM으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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