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정재이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편지를 쓰고 있는 현재, 어지러운 사회 상황으로 인해 '잘 지냈느냐'는 인사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하루가 안온하게 흘러갔기를 바랍니다.
한 달만에 쓰는 편지라 그런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가득이지만, 제 마음속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한 가지 이슈와 모임 소식으로 이번 편지를 채우려고 해요(안 그러면 백서 수준의 편지가 완성될지도...).
우리의 삶은 단 10분 뒤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요
11월 29일, 도쿄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선 순간 했던 생각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넘어지셔서 오른팔을 수술하셨거든요(눈물). 그날은 전국에 첫눈이자 폭설이 내린 날의 다음날이었습니다.
10분 차이로 하루가 달라졌어요. 갑자기 눈이 많이 왔고 길이 미끄러우니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실 생각에 서두르셨어요. 최대한 미끄럽지 않은 신발로 골라 신으셨고요. 저 보고 잘 다녀오라며 인사하고 나가셨고, 그 뒤를 이어 제가 공항 버스 정류장에 나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희 어머니가 오른팔을 부여 잡은 채 울 것 같은 얼굴로 서 계시더라고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다행히 아버지가 계셔서 함께 병원에 가셨고 저는 공항으로 향하긴 했지만 마음이 불편했죠. 버스 안에서 울상이 된 어머니의 얼굴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냐 물었을 때 어머니가 '나 넘어졌어'라고 하시면서, 자책을 하셨거든요. 원래도 좋지 않았던 팔을, 눈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을 다치고 말았으니 모든 게 도루묵이 됐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왜 나는 넘어질까, 왜 나는 자꾸 다칠까, 이제 좀 일도 하고 재밌게 지내려는데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해. 이런 말들을 하셨던 것 같아요. 은근히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 고생하셨었는데... 얼마 전에 시작한 여가 활동까지 완벽하게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출국 수속을 모두 마친 뒤 곧 입원할 예정이란 얘길 전화로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밝게 인사했던 엄마가 10분 뒤 모든 절망과 실망을 짊어진 엄마가 되었을 때. 순식간에 달라진 하루를 마주하며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나는 내 힘으로 나의 하루도 지킬 수 없구나.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최대한 이 여행을 즐기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쿄 여행은 4번째인데요. 또 선택한 이유는 만만해서였어요. 교통도 쉽고, 적당히 말도 통하고, 한두 명의 친구가 있으니까. 큰 감흥 없이 준비한 여행이었지만 모든 걸 새로운 눈으로 보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쑥쓰러워도 식당에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크게 인사했고, 보면 아는 것일지라도 부러 질문했고, 어떤 점심밥은 기꺼이 토핑을 추가해 먹기도 했어요. 잠자는 사이 화재 경보가 울린 적 있는 오스트리아에서의 여행을 기억하며 '나중에'란 건 없을 수 있음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하진 않으려 했어요. 힘들면 꼭 쉬었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여행의 하루를 지키고 싶었어요.
구독자님에게는 평온한 하루를 완성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종종 흰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신 뒤 잠을 청하는데요. 출출함도 이기면서 잠도 잘 수 있어 일석이조더라고요.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쓰고 읽는 일, 안부를 묻는 일, 시시콜콜한 소망을 나누는 일을 더 얘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오늘도 우유를 데워 마실까 해요. 안 그래도 분주한 연말연시가 더욱 어지러워졌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싶어요. 물론 구독자님만의 좋은 방법을 알려 주시면 저도 따라서 하루를 지키고 싶습니다 :)
호텔에서 TV를 보는데 시민들을 대상으로 "올해 안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더라고요. 전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봤는데 아직 답을 내진 못했어요. 어떤 꼬마는 이번에야말로 산타의 정체를 밝히겠다 하던데, 저도 어서 하나 정도는 떠올려 볼까 싶습니다.
우선 이 편지를 마친 뒤 병원으로 엄마를 모시러 갑니다. 같이 저녁을 먹고 싶어요. 우리는 어떤 내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하루를 살고 있으니까요.
정재이&정재이프레스가 알려 드리는 소식
1. 2025 만다라트 공유회 - 12/18까지 신청
새해 만다라트 계획표, 같이 완성해보면 어떨까요? 🤗 참가비는 모두와 나눠 먹을 과자 1개입니다(하트). 현재 블로그에서 신청을 받고 있어요.
https://blog.naver.com/kk646/223689929135
2. 유튜브 재개 준비 중🙂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립출판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상을 제작해볼까 해요. 이후 원데이 클래스(온라인/오프라인)도 기획해 보려고 합니다. 독립출판에 도전해보고 싶거나 제작 과정에 관심 있는 재이프렌즈 계신지 궁금하네요✨(댓글로 소리질러~)
3. 독서모임 '사안이사 시즌7' 모집 시작(12월 18일 예정)
제가 진행 중인 독서모임 '사안이사'의 참여자 모집을 12월 18일부터 진행할 예정이에요(1~2일 늦어질 수 있음). 사안이사는 오픈채팅방에서 사진과 함께 독서 인증을 주3회만 하면 되는 모임입니다. 미뤄둔 독서가 가볍고 쉬워졌다는 후기를 들을 때면 정말 뿌듯하답니다! 참가비는 8주에 만 원이고, 전체 인증 성공 시 50%를 환급해드려요✨ 이전 모집글 링크를 남겨 드리니 살펴보시고 관심 있으시면 시즌7에 함께해 주세요!(블로그로 모집 공지를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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