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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로봇 노동자, 그리고 세대 계승

인구 감소와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동시에 경험하는 시대. 기술 발전과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세대 간의 연결고리는 결국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2024.05.16 | 조회 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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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레터 JAY LETTER

Tech, Business and Culture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5월 13일에 출산율이 낮아지는 베이비 버스트(baby bust)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텅 빈 놀이터를 바라보는 장면 (일본)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텅 빈 놀이터를 바라보는 장면 (일본)

 

기사에 당연히 한국 이야기도 나오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면서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인구 절벽의 구간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을 인구치환율(replacement rate)이라고 하며 그 기준이 2.2 수준인데, 미국은 오래전에 그 이하로 떨어져 지금은 1.62 수준이고,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전세계 최하위 0.72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2.2명은 낳아야 현재의 인구가 유지되는데, 한국은 1/3 수준인 0.72명을 낳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23년 기준 전 세계 평균 인구치환율은 2.15명, 미국은 1.62명, 한국은 0.72명
23년 기준 전 세계 평균 인구치환율은 2.15명, 미국은 1.62명, 한국은 0.72명

 

0.72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어떤것일까 궁금해 간단히 예시를 만들어 봤습니다. 

여성 100명이 출산율 0.7명으로 자녀를 낳으면 70명의 자녀가 태어나고, 자녀의 성비가 남녀 반반이고 그 자녀 세대가 동일한 출산율 0.7명으로 자녀를 낳으면, 그 다음세대는 25명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성 100명이 포함된 200명이 자녀 70명을 낳는 것이므로, 그 다음세대 25명은 200명이 두 세대를 거친 후의 인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출산율 0.72의 의미입니다. 200명이 두 세대만에 25명으로 80% 가까이 줄어드는 현상이 바로 인구 절벽인거죠. 무섭습니다 ㅠㅠ 

 

기사는 또한 주요 국가의 총 출산율의 40년간 추이를 비교하는데 한국과 함께 중국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소하는 속도와 기울기는 중국이 한국보다 급격하고, 전통적으로 다산(多産) 국가인 멕시코와 인도의 감속하는 기울기도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산율 1.0 이하는 한국이 유일하며, 중국도 최근 급격히 떨어져 1.0에 가까운 수준을 보임
출산율 1.0 이하는 한국이 유일하며, 중국도 최근 급격히 떨어져 1.0에 가까운 수준을 보임

 

기사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취업률이 증가하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추세가 나타나며, 그래서 선진국의 출산율이 낮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선진국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와 계층에서 넓고 빠르게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도시화와 인터넷 보급으로 글로벌 문화에 노출되어 아이를 적게 낳아 삶의 질을 높이려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숙련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이민을 늘려 인구 감소를 대응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난민을 신청하는 비숙련 이민자가 많아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고, 트럼프는 대표적으로 이민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출산율 말고 또 다른 놀라운 통계가 있습니다. 
바로 로봇 노동자 비율입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은 직원 1만명 당 1,012대 비율로 로봇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고 있고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아래 인포그래픽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과 중국은 최근 5년 사이에 산업 자동화 경쟁에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국가입니다. 

 

제조업에서 노동자 1만명 당 로봇을 운영하고 있는 비중이며, 17년 대비 22년 증가폭을 의미 
제조업에서 노동자 1만명 당 로봇을 운영하고 있는 비중이며, 17년 대비 22년 증가폭을 의미 

 

한국은 인구 감소가 가장 빠른 나라인데, 동시에 로봇 노동자를 도입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인구 감소가 로봇 도입을 촉진하는지 여부를 검증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가 걱정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현상입니다. 

한국은 새로운 문화와 사물을 도입하고 사용하는데 적극적인 사회이며, 테스트 베드로서 최적의 조건을 가진 국가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이 빠르게 산업 현장에서 물리적 노동을 대체하듯이, AI가 빠르게 사무 현장에서 지적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범위와 속도입니다.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고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엊그제 발표한 GPT-4o를 보면서 영화 <Her>의 사만다를 떠 올린 건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AI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교감하는 테오도르 
AI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교감하는 테오도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해 지는 것과 로봇과 AI가 노동자를 대체해서 일자리가 부족해 지는 현상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시대이며, 둘 다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는 사회 구조 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 체계에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그리고 가족 구성원이 갖고 있는 가치 체계와 신념과 삶의 방식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지 못할 수 있고, 이는 사회의 연속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세대 계승은 단지 과거의 전통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인구 감소와 자동화 시대에도, 그리고 일자리 상실에 의한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는 시대에도, 개인과 가족의 가치와 신념을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답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발전과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세대 간의 연결고리는 결국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Even in an era of population decline and automation, preserving family values and beliefs is our strongest response to these challenges. The bonds between generations will always be forged by human connections."

 

출처 : Craiyon.com - 이 글을 읽고 AI가 만들어 준 이미지
출처 : Craiyon.com - 이 글을 읽고 AI가 만들어 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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