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셋째 주 - 조급함과 쉼

시간을 구해서 나에게 선물해줘

2025.02.10 | 조회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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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지인의 속도대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 메일을 열어보고 있는 구독자님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요? 졸린 눈을 비비며 열었던 메일창에서 뜻밖의 편지를 발견해서 반가웠을수도, 오후의 나른함 속에서 잠을 쫓고자 이 글을 읽고 있을수도, 하루의 끝에서 지친 마음으로 이 글을 열어보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상태이든 이렇게 와주어 반가워요. 

2023년 11월, 매주 총 네 편의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느꼈던 행복감을 기억해요. 미국 유타주로 교환학생을 가 있었던 때였는데, 외롭다고 느껴질 때 노트북을 켜고 한 주를 돌아보며 한 문장 한 문장을 쓰던 기억이 나요. 메일함 건너편에서 제 글을 읽어주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은 저를 안심시켜주기도 하고(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고 있어! 궁금해하고 있어!) 가슴 벅차게 만들기도 하며(특히 잘 읽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요...!) 또 구독자분들께 이야기를 들려드릴 생각에 앞으로 다가올 한 주를 기대하게 만들었어요. 

11월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쓰던 날, 너무 늦지 않게 잊혀질 때 즈음에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2025년 2월의 뉴스레터가 되었습니다!! 🥳🎉 와아아아~

2월의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겨우내 쌓인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시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저의 이야기가 구독자님의 삶과 연결되어 작은 파장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소망도 있습니다. 

첫 번째 뉴스레터에 무슨 내용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쉼'에 대해 써보기로 했어요. 먼저, 최근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 2개를 들려드릴게요. 

 

삼재는 끝났다고 했는데...

저는 용띠예요. 사주나 띠별 운세 그런 걸 진지하게 믿진 않지만, 엄마가 2024년을 끝으로 용띠의 삼재가 끝나고 2025년부터는 잘 풀릴 거라 말했을 때, 저는 반쯤 기대하는 마음이었어요. 2024년에 열심히 노력했던 것들이 2025년에 드디어 잘 풀리나보다. 드디어 때가 왔어! 제게 2024년은 겨울에 씨를 뿌리는 것처럼 어찌 보면 희망 없는 일을 계속 하는 해처럼 느껴졌기에 2025년 새해 일출을 보러 갔을 때 간절히 손을 모으고 기도한 건 '올해에는 다르길' 하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2025년 1월, 새해 소망. (drawing by. 임진아 작가님)
2025년 1월, 새해 소망. (drawing by. 임진아 작가님)

 

그리고 2025년 1월. 저는 두 가지 일을 겪습니다. 첫째로, 좋아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제 인생에서 떠나갔어요. 아직 내 마음은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득한데, 변해버린 현실은 이제 그 마음을 버려야 할 때라고 알려주고 있었어요. 마음과 현실의 시차가 맞지 않아서 한참을 울고 한참을 누워 있었어요. 쓰레기통을 비우다 들려온 Laufey의 'Promise'라는 곡에 쪼그려 앉은 채로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하고 샤워하다가 차가운 물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투두둑 흐르기도 하는 날들을 보냈어요. 자연스레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하지 않게 되었어요.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드니까 그런 취약한 상태에서 어떤 새로운 정보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친구를 만나는 일도 많이 없었어요. 누군가를 만나면 작은 일에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다들 힘드니까 버텨!'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진짜 친구들이라면 그런 제 모습이라도 개의치 않아할 텐데 말이죠.

두 번째 일은 그로부터 2주 뒤에 일어나요.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준비했던 미국 대학원 입학이 좌절되는 순간이었어요. 학부생으로 졸업하고 바로 석박사 유학을 가는 사람이 없기도 했고, 해외 대학원 지원이다보니 정보가 없어 혼자 이리저리 정보를 얻으려고 애썼던 기억들이 나요. 영어로 에세이를 쓰는 과정도 너무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이거 내가 지원해도 안 붙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지원했던 대학원은 미국에서 명망 있는 대학의 임상 심리 프로그램이었고, 연구경험이 최소 2년은 있는 사람들이 붙는다고 들었어요. 단편적인 연구경험만 있고 학부연구생도 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자주 들었지만 '그래도 지원해보는 게 어디냐. 내가 언제 이 대학원에 지원해보겠어.'라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버티다가 어느 날은 내일도 일어나서 가망 없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일 아침이 찾아오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 순간 이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원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멈출 수는 없었어요. 울면서 에세이 쓰고 친구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수정하고 또 읽어보고 그 과정을 계속했어요.

 

약 3달동안 준비했던 미국 대학원 원서 접수 끝!
약 3달동안 준비했던 미국 대학원 원서 접수 끝!

 

그렇게 지원을 마치고, 원래 지원하려고 했던 다른 5군데의 대학원 지원을 모두 포기하고 진이 빠진 채로 2달이 흐르고 1월이 되었어요. 면접 대상자에게는 연락이 모두 갔다고 하는데 저는 메일을 받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 내가 그렇게 간절하진 않았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후 만난 친구에게 처음으로 '나 대학원 떨어졌어..'라는 말을 하고 집에 온 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슬펐구나. 슬펐던 거구나. 그런데 안 보려고 했구나. 안 간절한 거 아니었고, 너무 간절했는데 안 되니까 너무 슬퍼서 마주하기 힘들었던 거구나. 늦었지만 그제야 제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

'내 인생 망한 거 아니겠지?' 우습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인간관계도 미래도 아무것도 예측할 수가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제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게 없다고 느껴졌어요. 주변의 친구들은 하나둘씩 제 갈길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 저는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서서히 고여가는 웅덩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4학년 학부 생활이 모두 끝나고 졸업할 시기가 되자 그런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물론, 지난 학부 4년간 제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어요. 20대 초반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학시절 내내 제가 노력한 것,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일 거예요.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우며, 어떤 사람들과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지. 어떨 때 기쁘고, 어떨 때 슬퍼지며,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사회에서 가르쳐주지도 않고 이런 일을 한다고 인정해주지도 않지만, 사회적 인정과 상관없이 살면서 한 번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를 20대 초에 줄곧 해왔다는 게 저는 뿌듯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제가 해왔던 일이 뿌듯하면서도 동시에 '나 지난 4년간 뭐했지?'라는 생각도 드는 거예요. 나라는 인격체가 만들어지는 일에는 열과 성을 다했는데 그 외 진로를 고민하는 것 등은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았기 때문이죠. 소위 말하는 '사회에서 쳐주는 스펙' 같은 건 없다고 느껴졌어요. 

더군다나 1월의 힘들었던 두 가지 사건을 겪고 난 후의 저는 소진된 상태였어요. 감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여유가 없다고 느꼈고 간단한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조차 버거웠어요. 그러던 중 미국에 있는 아빠와 통화를 하게 되었어요.

 

-다 실패한 거 같아. 더 이상 뭘 해볼 힘도 없어. -지금은 그런 기분이 들지. -...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어. 다들 자기 길을 찾아가는데. -지인아, 넘어질 수 있지.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이 넘어지겠어. 넘어지면 털고 일어나면 되는거야. -난 넘어지고 싶지 않아. 넘어지면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 -힘들지. 근데 넘어지고 안 넘어지고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 넘어지면 일어서면 되는거야. 지금 힘들면 좀 쉬다가 하고 싶은 거 하다가 힘 생기면 다시 일어나보고. -아무것도 할 힘이 없어. -그럼 그냥 밥 잘 챙겨먹고 잠 잘 자고 그것만 해도 돼. 그것만 한 달 내내 해도 돼. -한 달이 넘어가면? 몇 달 내내 그러면? -그래도 괜찮지. 인생 길게 보면 지금 좀 빨리 가고 늦게 가는 거는 별 문제 아니다.

 

어떻게 보면 뻔한 말일수도 있지만, 넘어지면 일어서면 된다는 말은 묘한 위로가 되었어요. '빨리' '당장' '지금' 일어설 필요도 없고, 그냥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면 지금 충분한 시간을 가져도 되는 거잖아요. 인생 길다는 말이 예전에는 와닿지 않았어요. 제게 삶은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당장 하고 싶었고, 5년 후, 10년 후의 미래를 그리는 일은 어려웠어요. 

그런데 50년 넘게 이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 저를 생각해서 해주는 '인생은 생각보다 길단다.'라는 말은 좁아진 저의 시야를 넓혀주었어요. 길게 보자. 이 말이 100% 와닿지는 않아도 일단 믿어보자. 지금 몇 년 차이는 별 거 아니다. 조급함으로 가득 차 곧 터질 것 같았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괜찮다. 누군가에게 지금은 꽃을 피울 시기이지만, 나에게는 겨울에 양분을 저축하는 시기인 것일 뿐이다. 

 

감기와 쉼

1월 말 즈음,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손등에도 물집 같은 게 나고 입 주변에서는 피가 나고, 감기에도 걸리고 말았어요. 특히 감기는 저를 새벽 5시에 아파서 깨울 정도로 지독했답니다. 목이 너무 부어 침을 삼키기도 어려운 상황속에서 '이렇게 감기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파서 눈물을 흘리며 아침에 병원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어요.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오자, 동생이 저를 위해 밥을 해놓고 있었어요. '언니야 먹어. 잘 챙겨먹어야 한다.' 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 누웠어요. 몇 시간 동안 잠을 잤어요. 일어나니 저녁이었어요. 평소같으면 아픈 날에도 '잤으니까 이제 할 일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였을까요..) 그 날에는 제가 설거지를 하려고 일어서려 할 때마다 동생이 저를 말리며 누워있어라고 하는 거예요. 누워 있으라고? 아무것도 안하고? 잠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또 자라고? 그렇게 해도 되는 거야? 나... 아무런 생산성 없이 그렇게 지내도 되는거야? 너무 낯선 느낌에 이게 맞나 하는 생각과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만한 고통이 있었기에 동생 말을 듣기로 했어요. 아주 오랜만에 동생의 보살핌을 받으며 하루 동안 밥 먹고, 잠 자는 것만 했어요. 좀 힘이 생기면 누워서 웃긴 영화를 봤어요. 극한직업은 여전히 재밌더라고요. 

 

동생이 만들어준 배추된장국과 반찬들.
동생이 만들어준 배추된장국과 반찬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저는 전날보단 훨씬 살만하다고 느꼈어요. 이게 인간다운 삶이구나. 마치 그 전까지는 이런 쉼을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새삼스럽게 느껴졌어요. 그 전까지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어떻게 쉼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가만히 누워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건데 그런 쉼이 왜 필요하지? 누워있으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서 이게 쉼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조급함이 가득하니까 누워 있어도 쉴 수 없었던 거예요. 

지금은 사람마다 쉼의 방식이 다양하고, 정신적/감정적/신체적 등 어떤 쉼이 필요한가에 따라 한 사람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쉴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 모든 쉼의 방식을 실행하기에 앞서, 언제나 저를 가로막는 생각은 이것이었어요. "쉬면 죄책감이 든다. 뭔가를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누가 봐도 쉬어야 할 상태인데 정작 스스로는 쉬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몇 달 전 상담을 받았던 일도 기억이 나네요. 상담 선생님께서 '지인씨는 쉬는 걸 좋아해요?'라고 했을 때 저는 '아니요.'라고 답했어요. 상담 선생님은 놀란 표정으로 '왜요?'라고 물으셨고 그 때 제가 했던 답은 '쉬면 생각이 더 많아져요' 였어요. 지금 돌아보면 저는 진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서 쉼이 얼마나 좋은 건지 몰랐던 것 같기도 해요. 감기에 걸린 덕분에, 동생이 반강제적으로 '언니야 누워있어'라고 한 덕분에 쉰다는 게 뭔지 알게 되었지만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제대로 쉬는 것'이 뭔지 가슴속에 물음표를 가지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해요. 

생산성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일하다가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곤 해요. 과로사하는 사람이 있는 사회에서, '쉼'은 주말에만 반짝 누릴 수 있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 이전을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에요. 쉰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사냥을 하다가 쉬고, 동물 떼를 피해 달아나다가 동굴 안에서 쉬면서 우리의 에너지를 비축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쉬는 게 생존을 위해 꼭 필요시되고 또 장려되는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게 믿기시나요? 저는 처음 '휴식은 저항이다' (트리샤 허시 저)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들을 읽었을 때 저의 생각도 지극히 자본주의의 틀 안에 갇혀 있었음을 알고 놀랐어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일도 가능한 일이었던 거예요. 

 

숨의 소리를 들어봐

평일 저녁 21시 40분. 저는 집 근처 요가원에 있습니다. 선생님이 수업 전에 하시는 말이 들려옵니다. '요가는 현재의 내 상태를 알아차리는 수행이에요.'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움직입니다. 꼭 현대무용 하는 사람 같다고 생각하며 몸을 늘리고, 구부리고, 굴리고, 가만히 둡니다. 숨을 들이마실때는 자세를 취하고, 내쉴때는 거기서 멈추어서 호흡이 어디로 가는지 느껴봅니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억지로 호흡의 길이를 조절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운 숨을 쉽니다. 

선생님이 어려운 자세를 가르쳐주실 때, 저는 그 자세를 잘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그 자세를 연습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무리해서 몸을 쭉 뻗어 봅니다. 미간이 절로 찡그려집니다. 코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그러다가 털썩- 몸이 땅으로 떨어집니다. 힘껏 취했던 자세는 풀어지고 지친 상태로 땅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순간 깨닫습니다. 

 

"지금 조급하구나. 잘 하고 싶구나."

 

요가가 지금 제 상태를 알려준다는 말은 정말이었어요. 같은 자세 수행을 해도 사람마다 다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 신기해요. 그날의 저는 선생님과 다른 수행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 조급한 마음으로 제 한계를 넘는 자세를 취했던 거예요. 

또 넘어졌습니다.

떨어진 곳에서 숨을 쉽니다. 거칠었던 숨이 평소 숨소리처럼 규칙적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마음은 먼저 달려나가서 얼른 그 자세를 다시 연습하고 싶지만 숨소리는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라는 걸 알려줍니다. 30초 정도 지났을까요. 긴 시간도 아닌데 30초의 멈춤의 시간을 가지니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게 필요한 쉼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앞만 보고 달려가려 했던 나의 조급함에 제동장치가 생긴 순간.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 안 하는 걸 선택하는 순간. 안 하기로 선택하는 것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깨닫는 순간. 암흑기라고 생각했던, 조급함으로 가득한 달이었다고 정의했던 나의 1월이 꼭 필요했던 멈춤의 시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순간. 

과거에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고, 일어난 일들이 내 통제력 바깥에 있는 일이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는 것이겠죠. 과거의 힘든 일이 현재의 나까지 힘들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기 전에,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새롭게 해석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연습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나아지지 않는다고 믿는 순간에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미래의 나를 위해 부지런히 뭔가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믿는 연습도 하고 있어요. 

 

오늘은 오랜만에 쓰는 편지라 그런지 좀 길어졌네요.

여러분은 어떤 삶의 계절을 통과하고 있나요? 

어디에 계시던지 구독자님이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 시간을 가지도록 허락해주시길 바래요.

자신에게 시간을 구해서 선물해준다는 마음으로요. 🌸

 

이번 주는 좀 따뜻하대요. 봄이 오고 있나봐요. 

 

 

-2025년 2월 10일 월요일,

지인 드림. 

 

 

 

🎧글을 쓰면서 들은 노래

*Bruno Major - To let a good thing die

*Honne - la la la that's how it g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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