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여섯 번째 한 권, 첫 번째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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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로 고른 책은,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이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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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레터를 다소 늦은 시점에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신년 첫 책인 만큼, 어떤 책으로 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장 생각하기에 추천하기 '적절'하게 느껴지는 책들이 있긴 있으나, 조금 더 나의 '진심'이랄 것을 담아보려면 어떤 책을 추천하면 좋을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어쨌든 이 뉴스레터의 컨셉은 '진심 책 추천'이니 말이죠.
그 때 떠오른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는 것이었고,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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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0년쯤 전에 저는 이 소설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여전히 기억나는데, 한 열흘 정도는 아주 짙은 수증기가 가득한 세상에 빠졌다가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짙은 감성을 주는 소설을 읽은 게 무척 오랜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감성'은 마냥 유쾌하거나 즐겁기 보다는, 꽤나 쓸쓸하거나 불안하기도 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사랑, 삶, 죽음, 권태, 열정 같은 것들에 대해 그렇게 '깊이' 느껴봤던 기억이 새해 겨울을 시작하면서 문득 생각났고, 그리워졌습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반드시 꼭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한 소설들이 몇 권 있습니다. 르 클레지오의 <우연>이라든지, 폴 오스터의 <보이지 않는> 같은 책들이지요.
어째서인지 새로운 소설 보다는 옛날에 좋아했던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나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느낀 것은 한 마디로 "엄청나게 강렬하면서도 날카롭고 아름다운 권태의 향기로 가득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눈앞에 영화로 보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중간중간 계속 개입해 들어오는 작가의 목소리, 생각 같은 것들이 한참을 멈춰 있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제임스 설터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확실히 다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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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를 떠올리게 하는, 욕망의 반복과 권태, 늙어감과 시들어감의 문제,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과 가족의 문제,
영화 <차일드 인 타임>을 떠올리게 하는, 상실의 문제,
같은 것들에 깊이 접근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널려 있습니다.
화가로 친다면, 에드워드 호퍼와 이렇게 찰떡궁합인 소설도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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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의 소망으로, 이 책을 두고 사람들과 둘러앉아 밤 새도록 이야기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군요.
그럼, 겨울이 가기 전, 이 책과 함께 삶의 가장 깊은 곳으로 한 번 들어가보시기를 바라보겠습니다.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오실 때는, 행여나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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