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주간, 두번째 편지, 음악.

2021.03.05 | 조회 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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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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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관한 노래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이적의 노래들이 떠오른다. 나는 스무살 무렵, 이적이 부르는 노래에 너무 깊이 공감했던 나머지, 나 자신이 어느 정도 이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이적의 환생이거나, 이적이라는 사람이 곧 나와 같은 인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그의 노래들, 특히 그 노래 가사들로부터 무척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노래들에는 바다가 꽤나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달팽이>이고,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에도 바다가 등장하며, <순례자>에도 바다가 살짝 언급된다. 그외에도 바다를 중심에 놓은 곡들이 더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들은 이 세 곡이었다. 예전에 <달팽이>에 대해서는 '내 인생의 노래'를 주제로 기고했던 적도 있었다. 오늘은 <순례자>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순례자>는 세계를 여행하는 어느 순례자의 심정을 독백처럼 담은 노래이다. 순례자는 어느 대지, 어느 하늘, 어느 바다 끝에 자신이 찾는 그 무엇이 있으리라 믿으며 세계를 여행한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펼쳐지는 대지와, 그 끝의 바다가 떠오르곤 했다. 사실, 내 마음 속에 이 노래는 대지 끝의 어느 해안절벽에 있을 바다와 다름 없었다.

노래 가사는 길을 찾아헤매다가 결국 이 길의 시작이 '지금 여기'라고 발견하는 순례자의 깨달음을 담고 있다. 청년 시절, 나는 이 노래의 메시지가 매일 내 삶의 나침반 같은 것이 되어준다고 믿곤 했다. 결국 정해진 길은 없다고, 내가 걷는 이 길이 매일 내 삶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그렇게 믿게 해주었다. 내 삶의 길을 걸어오는 일에, 이 노래가 작은 버팀목 하나가 되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어떤 시절에는 남들이 모두 걷는 길,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 남들이 보편적으로 옳다고 하는 라이프스타일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지 수도 없이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이 지나고 깨달은 것 하나는, 삶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세상 모든 삶들은 저마다 다른 길을 걷고 있고, 그렇기에 고유하고 특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점에서 남들보다 늦거나, 어떤 점을 삶에서 이루지 못하거나, 어떤 점이 내 삶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내 삶은 남들과 다른 나만의 삶이 되는 것이고, 언제나 그렇듯, 매일이 내 삶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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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에 대해 '주간경향'에 기고했던 글 - http://naver.me/GxOOxK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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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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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은

    0
    about 3 years 전

    🐌 닉을 오래써서 달팽이하면 내 얘긴가~ 싶은데요^^ 주간 경향 기고글도 잘 읽었습니다. 로시난테 생각나네요

    ㄴ 답글 (1)
  • 지나

    0
    about 3 years 전

    글도 음악도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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