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열한 번째 한 권, 소개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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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로 고른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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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알랭 드 보통의 책을 한 권 정도는 소개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알랭 드 보통 하면, 가장 유명한 책은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인다면, <불안>이나 <여행의 기술> 같은 책들이 따라오기도 하고요.
저는 청년 시절 알랭 드 보통의 모든 책을 다 읽었는데, 대체로 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유머와 문체, 삶을 바라보는 특유의 여유와 깊이가 좋아서 어떤 책이든 편안하게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청년 시절 좋아했던 책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였는데, 여전히 한 문인, 즉 인물과 소설에 관한 특이한 느낌의 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하다보니 한 10년 만에 다시 읽고 싶어지는군요.
다만, 오늘 소개할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여러 책 중에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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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사랑 이야기도 많고, 사랑에 대한 책도 많지만, 의외로 사랑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는 드문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만 하더라도,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몇 편의 영화들, <우리도 사랑일까>, <블루 발렌타인> 같은 영화들을 비롯해서 <결혼이야기>, <비포 미드나잇> 같은 영화들이 생각나지만, 아주 대세라거나 이런 영화가 많다고 볼 수는 없겠죠(모두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입니다).
책의 영역으로 오게 되어도, 사랑에 대해서 아주 현실적으로 그 속성을 밝혀주는 '이야기'가 은근히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낭만적인 희망이나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많아도, 진짜 우리가 현실에서 어떤 사랑을 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드문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드물고 귀한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책은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고,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과 이혼의 위기까지 겪으면서 이어나가는 '현실적 사랑'의 여정을 그려냅니다.
그러면서도 사랑이 할 만한 것이라는, 가치있는 것이라는 초점을 잃지 않으면서 그 나름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단단한 철학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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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상 큰 스포일러는 아니라는 생각에 말씀드리면, 이 책의 결론은 '헌신의 가치'랄 것입니다.
사랑이 처음에는 낭만과 환상으로 시작되지만,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들을 거쳐, 마지막에는 헌신에 대한 가치로 이른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 자체가 아주 와 닿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어떤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지금에서는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정성과 마음을 쏟은 시간에 대한 일종의 존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 처음에는 온갖 환상과 동경, 욕망과 정념으로 시작될 수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쓴 시간에 대한 일종의 신뢰와 존중이 되는 때가 오는 것이죠.
시절에 따라, 살아감에 따라 사랑에 대한 마음들이 그렇게 변해가는 여정을 잘 담아낸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약간 건조하게 소개하긴 했지만, 책 자체는 실제로 '소설'이어서 굉장히 흥미롭게, 지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매력을 익히 아는 분이라면 당연히 좋아할테고, 모르는 분도 알랭 드 보통에 입문하는 책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제가 쓴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에서 한 꼭지 다루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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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알랭 드 보통의 세계로 입장해보는 그런 시간이 되길 바라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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