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스물네 번째 한 권, 소개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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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째로 고른 책은,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의 <모든 것은 빛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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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는 무렵, 겨울 맞이 편지를 보냅니다.
지난 달은 제가 또 건너뛰고 말았군요.
아무래도 가을이란, 글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가장 바쁜 계절인지라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이번 가을에는 올해 중 가장 분주했던 것 같습니다.
제주, 부산 등을 오가며 북토크나 강의를 다니기도 했고, 여러 마감이나 일들에 휩싸여 보냈네요.
그렇지만, 사실 여러 경로를 통해 또 꾸준한 책 추천은 해왔습니다.
특히,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가 좋아했던 여러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들을 SNS에 소개하기도 했지요.
뉴스레터 롱블랙에는 우치다 다쓰루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실으며 <무지의 즐거움>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편지를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은 못될 것 같습니다.
담담히 사과의 말씀 전하며, 오늘의 책 소개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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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모든 것은 빛난다>라는 책입니다.
저로서는 우연히 집어든 책이었는데, 무척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된 책입니다.
특히, 문학사와 철학사를 이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에 담아내면서, 저자 특유의 주장을 풀어내는 뚝심에 매료되었습니다.
저자는 현상학 철학자들인데, 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공부해봤을 법한 학문이 바로 '현상학'이죠.
현상학이란, 말하자면 세상이든 삶이든 인간이든 무엇을 대하든 가능한 한 '투명하게' 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 현대인의 삶을 조명하면서, 우리가 고대 그리스,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철학들에서 무엇을 참고하고 배워야할지를 알려줍니다.
책에서는 현대인이 전례 없는 '선택의 홍수'에 빠져 있지만, 그 중 무엇을 선택해야할지에 대한 '확실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그 '확실성'을 찾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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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 '확실한' 느낌으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일은 참 드물어진 것 같습니다.
자신의 결혼 상대, 직업, 꿈, 살 곳 등 무엇도 확신하지 못하다 보니 남들을 쫓아 살기 바쁩니다.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는 오래 전의 문학과 철학을 경유하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 확실성을 찾을 수 있을지를 탐구합니다.
저는 오랜만에 '정통 인문학'을 읽는 것 같아서 참 즐거웠습니다.
요즘은 여러모로 과학의 시대라고 할 만하지요.
한 때 종교나 인문학의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뇌과학자 등 과학자들에게 지혜를 구하는 세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만나면서 인문학의 힘과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구독자님도 그런 만남을 가져보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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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오늘은 제가 기획하고 참여한 책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도 함께 소개드립니다. 사려 깊게 만든 책이니 만큼 관심을 가져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책방지기, 말 수의사, 보드게임 개발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메디컬라이터,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전시 기획자, 투자 상담가, 인사 담당자 등 이 책에 참여한 열다섯 명의 직업인들 면면은 다채로우며 경력도, 일하는 현장이나 일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고유의 가치를 찾고 있다는 점만은 같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기쁨과 슬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 일의 의미를 진솔하게 펼쳐 보인 글들을 통해 우리의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하는 시간과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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