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성哭聲이든 곡성谷城이든 뭣이 중헌디?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두 곳의 지명을 다룹니다.

1️⃣ 밀양
2️⃣ 곡성

지난 메일에 이어 영화 속 지명 이야기를 조금 더 다뤄볼까 합니다. 자료 조사를 하던 와중에 지명을 제목으로 쓴 영화들을 찾아봤더니, 참 많덥니다. 장률 감독의 <경주>와 <군산>, 재난영화 <해운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등등… 지명을 다양하게 활용한 제목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겁니다. 당장 <부산행>이나 <달마야 서울가자> 같은 영화가 떠오르네요. 오늘 다룰 두 지명은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영화 제목이면서, 지명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던 영화들입니다. 영화 자체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라 보셨던 분들이 많을 것 같아 두 작품을 골라봤어요.

1️⃣ 밀양密陽: 추화가 밀양이 된 사연

경상남도 동북부에 위치한 밀양 지역은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라 지명의 유래에 관련된 기록이 많습니다. 신라시대 들어 '추화'를 지명으로 썼고요. 아마 말로는 '미리벌'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통일신라 때는 '밀성군'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조금 복잡하지만 한자를 뜯어보면 연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추화에서 첫 글자는 밀 추(推) 자입니다. 밀성의 '밀'이 여기에서 왔습니다. (뜻을 따와서 붙이는 것을 훈차라고 합니다) 신라에서는 촌락이나 성이라는 뜻으로 '벌'이나 '불'을 사용했는데요. (경주의 옛 이름, 서라'벌'은 아시죠?) 여기서 추화의 두 번째 글자가 '불'의 뜻을 가진 화火입니다. 이게 본래 의미와 같은 '성'으로 변해 밀성으로 불렀다고 보시면 됩니다. 잘 따라오고 계시나요…? 

밀성이 밀양이 된 것은 조선시대의 일인데요. 풍수지리상 배산임수(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보는 땅)의 지역의 이름에 '양'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 양양, 청양, 담양 등이 그 예시인데요. 밀양도 동북쪽에 산이 있고 남쪽으로 낙동강이 흐릅니다. 남쪽이 트여 있으니 해가 잘 들겠죠? 그래서 햇빛이 빽빽히 드는 곳, '밀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서는 밀양을 '비밀스러운 햇빛'이라고 설명합니다. 영어 제목도 Secret Sunshine입니다. 밀양의 본래 뜻과는 조금 다르지만, 영화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는 이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밀양에는 주인공 전도연 배우의 이름을 딴 '전도연 거리'도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사람 이름으로 된 거리나 지명을 다뤄보면 좋을 것 같네요. (쓰면서 소재 찾기… 이게 바로 무한 동력? 😎)

2️⃣ 곡성哭聲: 哭聲이 아니라 谷城입니다

'뭣이 중헌디?'로 기억되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진실과 사실에 대한 깊은 섬뜩하고도 날카로운 접근으로 호평을 많이 받았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까 여기까지 하고요.

전라남도에 가면 '곡성군'이 있습니다. 이 이름에는 재밌는 유래가 하나 있습니다. 

또 다른 설로는 동네에 골짜기 길이 너무 많아 장사꾼들이 '곡소리를 하며 다녔다'는 데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곡소리를 뜻하는 한자가 후에 곡식을 뜻하는 穀(곡식 곡)으로 바뀌었는데, 나라에서 이 한자를 보고 곡식이 풍족한 지역인 줄 알고 세금을 많이 부과하자 다시 골짜기 곡(谷)자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이 참 많은 이름입니다.

영화 <곡성>은 곡소리라는 뜻의 한자 哭聲을 사용했습니다. 곡성군이 영화 포스터에 한자를 꼭 병기하도록 제작사에 요청했다고 하네요. 음침한 영화 분위기 때문에 지역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도 합니다. 영화 속에는 '본 영화 내용은 곡성 지역과는 관련 없는 허구의 내용'이라는 자막도 들어갔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영화 개봉 이후 관광객 수가 늘었다네요. 도리어 홍보효과가 생겼던 겁니다. 이런 경우에는 항상 현명하고 차분한 접근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 오늘의 지명 복습

밀양: 햇빛이 빽빽한 동네라는 뜻. (영화에서는 비밀스러운 햇빛으로 쓰임)
곡성: 골짜기가 많은 동네라는 뜻. (영화에서는 곡소리라는 뜻으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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