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려고 지명수배 구독했어요?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세 곳의 지명을 다룹니다.

1️⃣ 이포
2️⃣ 무진

저는 지명 이야기만큼이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속 지명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어떤 뜻으로 지었을지, 가상의 도시겠지만 어느쯤을 상정하고 만들었을지 나름대로 추측하게 됩니다.

영화, 드라마에서 가상의 도시 이름을 짓고 쓰는 데는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고, 실제 도시를 배경으로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지역 이미지 훼손 등)를 방지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가상의 지명일 뿐이지만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오늘 주제로 가져왔어요. 구독자님께도 재밌는 접근이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가상의 도시들을 다뤄보고, 다음 호에서는 영화에서 다뤄진 진짜 지명들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1️⃣ 이포梨浦: 이러려고 이포에 왔어요?

<헤어질 결심> 보셨나요?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참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취향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영화 속 중요한 배경인 '이포'는 위치상으로는 경상북도 경주나 울산 정도로 보입니다. 부산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인 것으로 나오니까요. 원자력발전소가 있으니 부산 고리나 경주 월성쯤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이포'라는 이름의 유래를 찾을 수는 없는데요. 각본집에 한자가 표기돼 있어,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포라는 지명은 배 리(梨)에 개천 포(浦)라는 한자를 사용하는데요. '배가 드나들던 개천'이라는 간단한 뜻을 가지고 있겠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포의 첫 글자 배 리(梨)는 타는 배가 아니라 먹는 배(pear)라는 뜻의 한자인데요. '배 나루'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훈차하는 과정에서 저렇게 표기하게 됐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읽히는 대로 지어진 이름들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배나무가 자라는 나루는 아닐 것 같아서요... 단순한 영화 속 지명일 뿐인데 너무 과몰입했나요…? 어쩌겠습니까.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세요?

2️⃣ 무진霧津: 안개가 자욱한 무진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읽어보셨나요? '무진'이라는 도시의 모습은 소설 속에 아주 자세히 묘사돼 있습니다. 제목부터 무진을 다녀온 이야기라는 뜻이니 그럴 수밖에요. 무진은 인구 5~6만의 소도시고요. 얕은 앞바다와 작은 항구를 끼고 있는, 항상 안개가 자욱한 도시랍니다. 특징 그대로 안개 무(霧)와 나루 진(津)을 사용한 지명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나루라는 뜻이겠죠? 

재밌는 사실은 이 '무진'이라는 지명이 2000년대 이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배경으로 나오고 있다는 건데요. 가장 유명한 건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죠. 이를 영화화한 황동혁 감독의 영화 <도가니> 속에서도 안개 자욱한 도시 모습이 그려집니다. 황동혁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오징어 게임>에서도 생존 게임이 진행되는 섬으로 가기 위해 '무진항'을 거치는 모습이 나오고요. 무진이라는 이름이 어딘가 서늘한 도시라는 대명사가 되었다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 오늘의 지명 복습 

이포: 배가 드나들던 개천 어귀라는 뜻(이라고 마음대로 추측해 보았음).
무진: 안개가 많은 나루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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