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우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세 곳의 지명을 다룹니다.

1️⃣ 약수
2️⃣ 옥수
3️⃣ 합정

지명에 큰 관심을 두고 공부하던 초반에 찾아봤던 지명들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처음 다루기에 적합한 내용인 것 같아 가지고 왔답니다. 구독자님도 어떤 뜻일지 추측 한번 해 보실래요? 내 추측이 맞는지 알아보는 재미도 있겠네요.

1️⃣ 약수: 약수터가 있던 동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수'의 뜻은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그 약수藥水가 맞습니다. 3호선 약수역이나 중구 약수동으로 많이 쓰이는 약수라는 지명은 남산의 줄기인 응봉 기슭에 약수터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어요. (위장병에 좋았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지금 그 약수터를 찾아볼 수는 없는데요. 금호터널을 만들면서 사라졌다고 해요.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약수동'이라는 지명이 한번 사라진 지명이었고, 비교적 최근 다시 '소환'됐다는 건데요. 1970년 즈음 '신당제3동'으로 변경되며 사라졌다가 2013년에 다시 '약수동'으로 개칭했다고 합니다. 약수역의 역할도 컸고, 실제로 '약수동'이라는 말이 계속 쓰여 온 것도 한몫했다네요. 이런 역사를 보면 과장을 조금 보태 지명도 생물生物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가끔은 이렇게 수월하게 추측되는 지명들도 있답니다. 그만큼 인간의 일상에 닿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죠!

2️⃣ 옥수: 옥수로(?) 재밌는 옥수의 유래

눈치 빠른 분들은 '옥수'도 물과 관련된 지명이라는 걸 그새 파악하셨을 텐데요. 지금의 옥수 주변에는 과거 '옥정수'라는 유명한 우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물 이름에서 비롯된 이름인 셈인데요. 우물이 고대부터 근대까지 일상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는 건 다들 잘 알고 계시죠? 지명이 되기에 딱 적합하겠죠.

옥정수의 물은 바위틈에서 나와 맛이 좋았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바치기도 했다네요. 물론 약수동에 있던 약수터가 다 사라진 것처럼 옥정수 우물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금 남아 있었다면 K-에비앙일지도..?) 1960년, 도로공사를 하면서 매몰했다고 해요.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옥정수 우물도 죽어서 이름을 남겼네요.

3️⃣ 합정: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 (아님)

지리적으로 약수, 옥수와 다소 떨어져 있는 합정인데 왜 여기 껴 있나 싶으시죠? 그 이유는 합정도 '우물'과 관련 있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바닥에 조개껍데기가 많은 우물이 있었다고 해서 '합정蛤井'이 되었는데요. 한강 가까이 있는 곳이라 우물을 파면 민물조개 껍데기가 곧잘 나왔다고 하네요.

문제(?)는 우물이 생긴 이유였는데… 옛날 사극에서 망나니들이 죄인의 목을 베기 전에 칼춤을 추며 물 뿌리는 거 보신 적 있죠? (주여정 아님) 이 조개 우물이 그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답니다😱

병인박해 동안, 합정에 있는 작은 암벽 인근에서 수많은 천주교 신자가 처형되었는데요. 그 암벽이 합정에 있는 '절두산切頭山'입니다. '머리를 자른 산'이라는 의미지요. 그때도 조개 우물이 이래저래 쓰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냥 재밌는 이름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네요. 

덧붙여 지금은 합할 합(合)자를 쓰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조개 합(蛤)자가 쓰기 어렵다는 이유로 바뀌었대요. 지명에 행한 '창씨 개명' 같은 거려나요? 지금은 목 아프게 높은 빌딩이 늘어선 합정이 옛날엔 망나니들의 조개 우물이었다니.. 이런 걸 격세지감, 상전벽해라고 하던가요?

🛤 오늘의 지명 복습 

약수: 응봉 기슭(금호터널 인근)에 있었던 약수터에서 유래한 이름. (위장병에 좋았다고 함)
옥수: '옥정수'라는 유명한 우물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 (왕에게도 바치던 K-에비앙)
합정: 조개 우물이라는 뜻, 바닥에 조개 껍데기가 많은 우물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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