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의 ‘대학’은 어느 대학일까요?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두 곳+@의 지명을 다룹니다.

1️⃣ 대학로
2️⃣ 대학동

구독자 님, 얼마 전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를 보셨나요? 난데없이 영화 감상을 읊으려는 건 아니에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다가 문득 이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제 상황과 지명수배를 돌아보게 됐거든요.

그 장면은 바로 영화 속 실험의 대상이 된 네 동물이 서로의 이름을 짓고 불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이들은 ’실험체‘이기 때문에 그에 알맞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는 로켓의 원래 이름은 ‘89P13’이었죠. 빌런 입장에서 수단일뿐인 생명체에게는 정체성을 부여해 줄 필요가 없잖아요? 오히려 이름을 내세우며 반항심만 키울지도요.

누추하고 지저분한 우리에서, 학대받은 몸을 이끌고 누워 있으면서도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스스로를 명명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네 생명체의 대화 장면은 꽤 뭉클했습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제가 이름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해 주었네요.

이야기가 쪼~금 감성적으로 흘렀네요. 범박하자면 이름들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써보겠다는 뜻입니다. 5호에서는 피드백으로 들어 온 내용 중 하나를 다뤄보려고 해요. ‘서울에 대학이 많은데 왜 혜화역 인근이 대학로라고 불리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대학로’와 ‘대학동’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역사 이야기가 조금 들어 있으니 심호흡 한번 하고 따라오세요!

1️⃣ 대학로: 그 대학이 경성제국대라고?

‘대학로’ 하면 어느 대학이 먼저 떠오르세요? 현재 대학로 주변의 가장 큰 대학이 성균관대학교이다 보니 대학로의 대학을 성균관대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실제로 대학로에서 성균관대 정문까지는 15~2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입니다. 성균관대의 대학로라고 하기엔… 꽤 멀죠?

그 '대학'은 사실 서울대입니다. 엄밀하게는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교'인데요. 일제강점기 당시 유일한 대학이었던 경성제국대학이 있는 거리였다고 해서 그때부터 '대학로'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해방 이후 경성제국대학교가 미군정에 의해 서울대학교로 개칭된 이후로도 지명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지금 마로니에공원이 있는 공간이 원래는 서울대 동숭동캠퍼스였어요. 물론 아직도 연건캠퍼스가 대학로에 남아있기는 합니다. 서울대병원이 있는 그곳입니다. 옛 흔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서울대가 현재 위치(관악산 기슭)으로 옮겨온 것은 1975년의 일입니다. 독재를 이어가던 박정희 대통령이 학생 운동을 손쉽게 진압하기 위해 학교를 도심이 아닌 먼 곳, 게다가 산기슭으로 몰아놓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지금이야 교통이 나아져서 괜찮지만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입구라고 보기 어렵지만 신림선을 타면 서울대까지 진짜로 들어갈 수 있어요!) 난데없는 캠퍼스 이전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2️⃣ 대학동: 대학과 함께 옮겨온 지명

관악구에 '대학동'이 있는 것 아시나요? 재미있게도 (저만 재밌나요?) 서울대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서울대가 옮겨오자마자 붙은 이름은 아니고, 2008년 '신림9동'을 '대학동'으로 개칭했는데요. 서울대학교와 대학동 일대를 이루는 고시촌에서 그 의미를 따와 '큰 배움(大學)의 동네'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저기에선 대학로, 여기에선 대학동…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의미가 크다는 게 지명에서도 느껴지네요.

🛤 오늘의 지명 복습 

대학로: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이 있던 거리라는 뜻으로 지어졌음.
대학동: '큰 배움의 동네'라는 뜻. 서울대와 고시촌이 일대를 이루고 있다고 하여 지어졌다.
신사동: 강남, 관악, 은평에 모두 있는 혼돈의 동네 이름… 조심합시다.

흥미로운 지명 이야기를 수요일에 배송해드리는
오늘의 지명수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피드백을 남겨 주시면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피드백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