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천외 도로명 이야기 ①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두 곳의 지명을 다룹니다.

1️⃣ 콩쥐팥쥐로
2️⃣ 사파이어로/루비로/크리스탈로

도로명주소가 2009년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의 많은 길이 고유한 이름을 가지게 됐죠. 구전되거나 오래 전부터 붙여졌던 이름을 그대로 가져간 도로도 있지만, 새롭거나 뜬금없는 이름이 붙은 곳들도 있습니다. 오늘부터 두세 회에 걸쳐 다소 신기하고 오묘하고 기상천외한 도로 이름들을 다뤄 보려고 합니다. 눈을 의심하게 되실 수 있습니다..🫠

1️⃣ 콩쥐팥쥐로: 콩쥐팥쥐 배경이 전라북도라고?

이런 이름의 길이 있을리가 싶으시겠지만 실존합니다. (지금 네이버맵이나 카카오맵에 검색해 보세요!) 전북 김제시에서 시작해 전주 완산구 효자동에서 끝나는 이 도로는 콩쥐팥쥐 이야기의 배경 마을이 이 거리의 인근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입니다. 전래동화는 알아도 배경이 '완주군 이서면 앵곡마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혹시 구독자님이 알고 계셨다면 저보다 낫군요! 

여기서 재밌는 사실. 완주군과 김제시는 2005년부터 자기네 마을이 '콩쥐팥쥐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며 싸워(?)왔다는데요. 콩쥐팥쥐의 '전주성 서문 밖 30리'라는 표현이 자기네 마을 이야기라는 거죠. 사실 두 마을이 거리상 2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긴 하지만… 학계에선 여러 문헌들을 참고해 완주군의 손을 들어줬다네요. 김제야 괜찮아…

그나저나 저는 왜 콩쥐야 X대써…만 생각이 날까요? 

2️⃣ 루비로/사파이어로/크리스탈로: 설계회사 아이디어의 나비효과

청라신도시에 가보셨나요? (저는 안 가봤어요) 지난해 한글날 우연히 이런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한글날만 되면 나오는 부류의 기사입니다.

’MZ의 신조어 열풍, 외래어 남용 어쩌구 세종대왕 한탄‘ 이런 기사는 이젠 좀 질리긴 합니다만… 지금 이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실제로 도로명을 살펴보니 청라루비로, 청라에메랄드로, 사파이어로, 크리스탈로 등 보석 이름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이외에도 보석로, 로봇랜드로 등 여러 이름이 꽤나 무분별해 보이긴 했습니다. 시비 걸릴 만도 하죠(?).

청라에서 보석이 많이 났는지, 종로3가처럼 금은방이 많은 건지 궁금하시겠지만, 사실 청라는 보석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청라 개발을 맡았던 설계회사 직원들이 청라지구의 콘셉트를 '서해의 푸른 보석'으로 잡으면서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 계획안에 청라지구가 에메랄드존/루비존/사파이어존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LH가 그걸 그대로 사용했고, 도로명을 붙일 때까지 도로명위원회가 해당 지역의 메인 도로 이름에 이 구역명을 그대로 반영한 겁니다.

'국제도시'를 꿈꿨으니 보석 이름을 쓰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싶기도 하네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보석 산업이라도 하든지 찐 국제도시가 되어 보든지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베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 이름들이 후대에 어떻게 기억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 뇌리엔 팍 박혔네요. 절반의 성공이라 봐야할지도…?

🛤 오늘의 지명 복습 

콩쥐팥쥐로: 콩쥐팥쥐의 고향 마을이 인근에 있다 하여 지어진 이름.
루비로/사파이어로/크리스탈로: '푸른 보석'이라는 설계 콘셉트에서 시작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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