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잼도시는 지명도 노잼일까

전과자, 대표자 등의 유튜브 대표 히트작을 냈던 ootb 스튜디오가 얼마 전 '전역자'라는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전역자는 '전 세계의 역을 리뷰하는 자'의 줄임말이더라고요. 지명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교통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역 주변 맛집이나 리뷰하려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역 주변 지역을 자세히 살피고 평소라면 지나칠 법한 역내 시설들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게 꽤나 재밌었습니다. 저만 재밌는 건가 싶긴 하지만 조회수가 꽤 나오는 걸로 봐서는 다른 분들도 만족하나 봅니다. 이번 편도 재밌어요. 해운대역엔 왜 6번 출구가 없을까요? 궁금하시면 지명수배 다 읽고(!) 한번 보셔도 좋겠네요.

오늘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대표 노잼 도시 대전과 울산의 이름 유래를 알아봅니다.

오늘 지명수배에서는 두 곳의 지명을 다룹니다.

1️⃣ 대전
2️⃣ 울산

1️⃣ 대전: 큰 들판의 도시

대전大田의 유래는 많이들 아실 것 같아요. 대전은 '큰 들'을 의미합니다. 대전의 옛 이름은 '한밭'인데요. 크다는 의미의 '한'과 들판이라는 의미의 '밭'이 합쳐져 한밭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렇게 불리던 이름이 조선 초기 한자식 지명을 만들며 '대전'이 된 것인데요. 대전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최초의 기록은 조선 성종 때 쓰인 <동국여지승람>입니다. 당시에는 '공주'였던 대전 지역을 설명하며 '대전천은 유성 동쪽 25리 지점에 있다'고 설명하거든요.

이렇게 작은 천 하나 혹은 주변 마을 정도를 설명하던 대전이라는 이름은 1895년 '대전리'가 되고요. 이후 일제에 의해 '대전면'을 거쳐 '대전읍'이 되었다가 '대전부'로 승격하게 됩니다. 해방 이후에서야 '대전시'가 되는데요. 1989년 '대전직할시'를 거쳐 1995년 '대전광역시'가 되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광역시까지, 마치 사원에서 대표까지 올라온 어느 회사 대표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대전은 어쩌다 노잼 도시가 된 걸까요? '억까'는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1. 특색 없는 자연 환경, 2. 짧은 역사, 3. 손꼽힐 만한 대표 관광자원의 부재 등이 꼽히더라고요. 노잼도시가 된 이유를 분석한 논문도 있고, 이런저런 재밌는 분석들도 많으니 시간이 되실 때 찾아보셔요.

2️⃣ 울산: 삼국시대 전부터 있던 '우시산국'에서 온 이름

울산이 처음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조선 태종 때인 1413년의 일입니다. 당시 조선은 전국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했는데요. 이 울산이라는 이름은 삼국시대 전 이 지역에 있었다고 알려진 '우시산국于尸山國'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글이 생기기 전 고대 향찰 표기에서는 시尸를 'ㄹ'로 읽기도 했다고 해요. 우于와 시尸가 합쳐지며 '울'이 되어 '울산'이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요. 그때는 우시산보다는 '울뫼' 정도로 읽히지 않았을까, 추측할 따름입니다.

고려 때부터 이 지역은 '울주'라고 불렸습니다. 지금 울산에 속해 있는 울주군이 여기서 온 이름이고요. 더 옛 이름은 '굴아화'였습니다. 굴아는 '굽은 천'을 뜻하고요. 화火는 벌伐이나 불弗 등과 같이 성읍 도시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서라벌, 달구벌 아시죠?) 울산을 굽어 흐르는 태화강 인근의 지역이라서 '굴아화'라고 불렸던 거겠네요. 굴아화도 읽을 때는 '울~'로 읽혔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한데요. 발음이야 어쨌든 '울'이라는 말이 여기까지 살아서 우리에게 온 셈이네요.

두 지역의 유래, 어떠셨나요? 전 나름 재밌었는데요. 유래로는 유잼 도시, 인정할 만한가요?

🛤 오늘의 지명 복습

대전: 옛 이름인 '한밭'을 한자화한 이름. 큰 들이라는 뜻.
울산: 삼국시대 전부터 있던 '우시산국'에서 온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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