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께서 아주 상쾌하네요. 원래 오늘은 ㅂ으로 시작하는 살아가면서 기억하고 싶은 말을 쓰는 날입니다.
제가 생각해둔 말은 '비 온 뒤 맑음'이었는데요. 의미 있는 말인 것은 맞지만 요즘처럼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쓸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잠시 넣어두려 합니다. 그렇다고 ㅂ으로 시작하는 다른 말이 아직은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무난한 일기로 돌아왔습니다.
구독자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전 기분 좋은 바쁨의 연속입니다. 바쁘기는 정말 바쁜데 마냥 힘들지는 않아요. 기존에 해오던 일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해보고 있는데 이걸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알던 것은 전부가 아니고 아직도 내가 배울 게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이 재미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또 하나는 마음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강해졌다는 표현을 쓰기엔 아직 확신을 못하겠지만 무뎌진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를 여전히 하지만 그 강도가 줄었습니다. 특히 슬픔의 강도는 대폭 줄었습니다. 예전엔 존재하는 슬픔을 모른 척 하고 억제하려고 노력했다면 이젠 애초에 슬픔이 크게 자리 잡지 않는 듯합니다. 그런 무뎌짐이 서글프기보다는 반갑습니다. 세상에 슬픈 일이 얼마나 많은데 사소한 것들에서도 매번 슬픔을 느끼면 삶이 너무 버겁잖아요. 버릴 부분은 버리고 살릴 부분은 살리는 취사선택이 중요합니다.
종합적으로는 남의 말에 덜 휘둘리는 요즘입니다. 갈 길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이런저런 말들에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고요. 전 걱정을 앞세워서 하는 말들에 잘 휘둘렸었는데요. '잘 되라고 하는 소리'이기에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 되라고 하는 소리가 맞긴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제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사는 사람들은 아니더라고요. 서로의 지향점이 다른데 '잘 된다'는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죠. 감사함은 갖되 거기서만 멈추면 좋을 듯합니다. 괜한 자존심과 치기로 나 지금 잘 하고 있다는 걸 입증할 필요도 없고요. 증명하려는 게 욕심이었습니다. 정말 잘 하고 있으면 굳이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듯합니다. 여전히 불쑥 불쑥 튀어나오지만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떠올리면 다시 고이 접어 넣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건데 남한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시기는 늘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좀 재미있나 봅니다. 요 시기가 더 길게 이어지면 좋겠네요.
구독자님, 하지만 재미있게 살려면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이 핵심입니다. 항상 조심하시고, 여러모로 잘 챙기면서 살아갑시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시고 이번주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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