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에 대하여

2024.03.22 | 조회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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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좋은 오후입니다. 어제 임시저장까지 해놓고 글을 미처 못 보냈습니다. 어제 쓰던 걸 마저 보낼까 하다가 오늘은 또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 글은 다음에 보내려고요.

오늘 구독자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비교에 관한 것입니다. 구독자님은 남과 스스로를 자주 비교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인정하기 싫지만 자주 비교합니다. 대체로 비교를 통한 우월감을 느끼기 보다는 열등감을 느낍니다. 사실상 비교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죠.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것은, 내가 누가 봐도 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느끼기에 자신이 부족해 보일 때이니까요. 그럴 때,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슬며시 돌아보다가 부끄러운 스스로를 직면하고 자격지심이라거나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죠.

이걸 건강한 원동력 삼아 발전해가면 더할 나위 없지만 보통 그러한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한참 뒤입니다. 우선은 회피가 먼저 발동하죠.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방어 기제가 먼저 튀어나옵니다. 때로는 상대에 대한 분노나 질투로 이어집니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인데 상대가 잘 하는 데는 이런저런 긍정적인 조건이 있고, 내가 못 하는 데는 이런저런 '어쩔 수 없는' 요인이 있다는 자기 위로를 하죠.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해냈냐인데 남이 얼마나 해냈는 지만 신경쓰는 꼴입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제서야 부끄러운 자기 반성을 시작합니다. 스스로가 떳떳했다면 이런 마음을 가졌을 리도 없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의 노력이나 성취가 미흡했고 이를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자꾸만 탓을 외부로 돌리는 거죠. 그러고 나서야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노력에 들어갑니다. 앞의 단계를 상당히 축약시키거나 혹은 없앤다면 참 좋겠지만은 저는 이걸 알면서도 매번 잘 안 됩니다. 그래도 인정과 자기 객관화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빨리빨리 하는 것보다 아예 이 과정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떠올려봅니다.

기분 좋은 금요일 오후에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오늘도 남과 비교하다가 부끄러운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직업도 같고 대학원도 같이 진학한 친구가 있는데 일주일 전과 비교해 성장한 것 같다는 말이 계속 신경이 쓰이더니 냅다 혼자 짜증을 내고 또 사과했습니다. 아직 수업도 못 따라가고 있고, 회사 일에 급급하면서 공부에 손을 잠시 뗐는데 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가 성장했다는 말에 그렇지 못한 스스로가 보이면서 대상이 잘못된 짜증을 냈습니다.

그 뒤에 과정은 위에 제가 말했던 과정과 같았습니다. 전공이 다르고 우리는 교수님들도 이 수업 어렵다고 버티기만 하라고 했다는 둥, 주말에 할 거라는 둥, 나 말고도 다 어려워한다는 둥, 묻지도 않은 변명을 주절댑니다. 그런 말들이 죄다 변명인 걸 알아서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더 기분이 나빴습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침 공부나 산책을 하겠다는 계획을 미룬다거나 공부는 장기전이라며 합리화하려 침대에 일찍 들어갔던 시간들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잖아요. 남의 성장에 배 아파하는 게 아니라 저의 부족함이 미웠던 건데 말 그대로 대상이 잘못된 짜증이었죠.

한편으로는 말마따나 공부는 장기전이고, 앞으로 걸어가는 길에 무수한 '같은 업계' 사람들을 만날 거고, 지금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덮어지는 핑계들을 빼도박도 못하게 직면해야 할 때가 올 텐데 이런 작은 마음으로 어찌 버티려고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경쟁 의식을 가질 대상은 바로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아니라 차라리 n년 뒤 같은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바다 건너 인도의 누군가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구독자님도 이런 못난 마음이 드는지, 또 든다면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남들도 이렇게 사는 건지 제가 유독 못난 건지. 이 역시 또 비교네요, 하하.

제 삶에서 비교는 대체로 좋은 원동력이었습니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추진력을 붙여주는 것이요. 그런데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제가 속해 있던 집단에서 잘 하는 편이었기에, 제 마음 속에서 제가 비교를 할 대상이 많지 않았었고 잠시의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지 그게 저를 뒤흔들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더 좁아진 집단에 들어오면서부터 여기서도 소기의 성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 시야를 좁히고 마음을 불안케 하나 봅니다.

얼마전 인스타그램 릴스로 한 전 남친들의 장례식장에 간다는 할머니 영상을 봤습니다. 다 죽었고 본인만 살아있다며 과거를 회상하셨는데요. 꼭 죽음과 삶이 아니라 어떤 업계나 학계에서도 1등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발 붙이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 일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하고 싶어서 들어왔다는 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처음부터 앞서간 사람이 마라톤에서 1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지칠 때도 자신만의 페이스로 쭉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요.

또 습관적으로 '이긴다'는 표현을 썼군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이런 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한번에 고칠 수는 없겠지만, 그러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무던히도 깎는 과정이 필요할 거겠지요.

아무튼 간에 그런 오후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정말 정말 스스로의 부족함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소한 난 노력은 했다는 자신감이 붙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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