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게 보내는 안녕

2024.04.30 | 조회 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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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눈 감았다 뜨면 한 달, 한 달이 지나 있습니다. 이러다가 조만간 굿바이 2024를 말할까 무섭네요.

구독자님은 어떤 4월을 보내셨나요. 왜인지 3월의 마지막즈음에 보낸 편지를 다시 읽고 싶어 찾았는데, 그때의 마음이랑 지금이 크게 다르지는 않네요. 저는 여전히 잦게 또 얕게 우울했습니다. 그리 오래가지 않는 우울이라는 것에 감사하되 그 빈도가 잦다는 건 좀 서글픈데요. 그만큼 자주 긍정적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불행이 엄습하면 의식적으로 행복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몇 걸음 차이로 버스를 놓쳤다면 그 덕분에 버스정류장 옆의 진달래 무더기를 더 오래 볼 수 있었다는 식으로요.

4월의 우울의 원인은 평가에 있었습니다. 아직 수업 진도를 채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3월에 머물러 있는데 시험을 쳐야 한다니 덜컥 겁이 난 거죠. 오래 박혀 있는 범생 기질때문에 뒤처지는 것을 결벽적으로 두려워하거든요. 좀 못할 수도 있고, 늘상 잘한 것도 아니면서 언제나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다시 학생으로 돌아오면서 그 불씨가 살아났나 봅니다.

그렇게 무서워하는 만큼 노력했다면 참 좋았겠지만 그것도 잘 안 됐습니다. 회사 일도 바쁜 시즌이 겹치면서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았고요. 워낙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제가 두어달 간 관악에 박혀서 최소한의 만남만 가지다보니 은은한 우울감이 커져갔습니다. 구독자님도 아시겠지만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힘들잖아요😉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는 '당연한' 것이기에 무작정 참고 삭혀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물론 요가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구독자님, 꼭 요가가 아니더라도 하루 중 긴장을 풀고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은 꼭꼭 필요합니다.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군요. 아무튼 공부 진도는 안 나가고, 이해도 안 되고, 아무리 다들 어렵다고 해도 중요한 건 내가 알고 모르고인데 내가 모르겠으니까 참 정신적으로 해지더라고요. 못된 버릇이 되살아나서 하기 싫으니까 안 하고 싶어서 놓고 딴 일에 집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4월 말이 되면서는 차츰 회복됐는데요. 공부하기 싫어서 안 했던 시기에, 한 발 떨어져서 보니까 머리가 개운해지더라고요.

아니, 당연히 3년 넘게 회사 다니고 경제학의 ㄱ도 안 보고, 수학이라곤 산수만 하다가 갑자기 해석학이랑 선형대수학 하면 어렵고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한글이랑 워드만 켜다가 stata랑 r을 어떻게 바로 씁니까. 자리에 앉아서 안 졸고 수업만 들어도 잘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저는 졸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해 보니 당연히 어려운 건데 왜 그리 스스로한테 가혹하게 굴었지 싶은 겁니다.

입학한 지 겨우 2개월 됐는데 배운 거 다 이해 못할 수도 있죠. 이번에 배우는 게 졸업시험 과목들이니 졸업시험 칠 때까지만 꼭꼭 씹어 소화시키면 되지 당장 한 학기 안에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들어온 이상 목표는 졸업이고,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뾰족하게 잡아가고 관련 연구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을 쌓는 것이 석사 과정에 임하는 자세 아닌가요!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받을 수도 없고) 결국은 필드에서 일하면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주제를 찾고 싶은 건데 당장 수학 한 두 문제(사실은 수백문제,,,) 이해 못한다고 세상 우울을 다 끌어안을 필요는 없단 겁니다. 그렇게 노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약속을 일주일에 하나도 채 안 잡고 산 보이는 창가에서 앉아만 있어도 잘 하는 거 아니냐고요,,,


라고 스스로를 도닥이면서 멘털을 잡았습니다. 엄마도 그냥 한 학기 등록금을 줄 테니까 이번 학기는 없는 셈치고 다녀도 된다며 말씀주셨는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만 진짜 한 학기, 한 과목 때문에 몸과 마음 상해가면서까지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또 실제로 그렇게 안 해도 된다는 말을 가까운 이의 입을 통해 듣고나니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한 학기를 더 보내고 나면 한 학기 분량만큼 더 오래 살죠 뭐. 아빠도 그냥 원래 5학기 다니러 온 거 아니었냐며 보다 거국적인 꿈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에게 가혹해질 때마다 줄을 느슨하게 만들어주는 분들이 곁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여전히 마음이 왔다갔다합니다만은 그 깊이가 얕아지길, 그 빈도가 줄어들길 기도합니다. 언젠가 돌아본 이 편지가 제게도 큰 위로가 되길 바라며..!

아무튼 5월은 좀 쉬어가려 합니다. 사람도 그래도 주 1회는 만나고, 전공 관련해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도 좀 활성화하고, 관련 책도 읽기 시작하려고요. 이왕 하는 공부와 이왕 따는 학위를 좀 더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았는데, 하나 둘 실천으로 옮겨보겠습니다.

결의서도 아니고 글이 매우 깁니다. 내일 근로자의 날인 관계로 하루 쉬니까, 이틀치 편지라고 생각해 주세요^.^ 구독자님, 이번 4월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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