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기억하고 싶은 말] ㄷ : 다시는 안 그럴게
기억하고 싶은 ㄷ으로 시작하는 말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듣기에 썩 유쾌한 말은 아닙니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싫어하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기억하고 싶은 이유는 앞으로는 스스로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고 말을 할 때에는 대개 크나큰 반성을 하고 있거나 후회를 할 때입니다. 그 순간에는 정말 진심으로 '절대' 이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지킬 수 있을 것처럼 일련의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잠깐 지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걸까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한 것들 가운데 태반은(실은 전부) 다시 그대로 하고 있더군요.실은 저만 그런 건 아닌듯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들었던 상황을 되짚어봐도 대부분의 사람은(실은 전부) 그 이후에도 같은 실수 혹은 잘못을 반복했거든요.
그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봤습니다. 보통 우리가 '다시는'이란 말까지 붙여가며 강력하게 반성하고, 결심하는 것들의 대다수는 오랫동안 습관으로 굳혀져 온 것들입니다. 그래서 매번 같은 잘못을 반복했고, 그에 따른 상대의 실망이 커지자 이를 고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혹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이런 어휘를 자주 활용하곤 합니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으면 대개 누그러지곤 합니다. 지금까지의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별 수 없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상대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잘 안 됩니다.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나쁜 버릇을 고치는 사람들은 '다시는'과 같은 말을 굳이 하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아버지께선 오랫동안 피우던 담배를 끊으셨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던 것도 아니고 문득 그냥 끊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갖고 있던 담배를 몽땅 버린다거나 마지막 담배라며 줄담배를 피우는 등 의지를 다지기 위한 퍼포먼스를 하시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똑같은 일상을 보내지만 흡연만 그만두신 거죠. 반대로 끊어야지, 끊어야지 말만 하는 사람들 중에 끊은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퇴사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나가는 사람이 없고, 조용히 잘 다니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직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는'이란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스미듯이 좋은 것은 더해가고, 나쁜 것은 지워가고 싶죠. 타고난 성향이 무언가를 시작하면 공표하는 것을 좋아하고 입밖에 내야 힘을 얻는다고 믿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시는'과 같이 강력한 어조로 말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절대'를 싫어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네요. 행여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혹은 오바하다가 '다시는'이란 말을 꺼내지 않도록 이 말을 잘 새겨야겠습니다. 다시는 다시는이라고 하지 않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겠죠?🤐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나무야
<다시는 하지 않을> 무언가가 쉬 떠오르지 않네요. 아마도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일까요. <다시는>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합니다.
조잘조잘
다시는, 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너무 강한 것은 부러지는 것처럼 너무 강하게 다짐하는 것은 쉬이 지켜지지 않는 때가 많은 듯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