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은 못 갚아도

2022.11.21 | 조회 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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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참 작은 말 한 마디입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수제맥주집을 찾았습니다. 아직 메뉴판도 어설프고 음식 맛도 영 좋지 못했습니다. 제가 전문 컨설턴트도 아니면서 개선해야 할 점들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공간을 귀엽게 꾸며 놨지만 어딘가 불편한 동선과 구성에 '두 번은 안 온다'는 생각이 움텄죠.

그래도 곳곳에 귀여운 소품들과 잘 짜놓은 컨셉은 좋았습니다. 특히나 맥주 맛이 참 좋았어요. 사실 맥주집이니 맥주가 맛있으면 됐지, 라는 생각에 눈 감고 지나 간 것도 많네요.

대화 중에 사장님이 불쑥 오시더니 절반 담긴 맥주를 건네 주십니다. 흑맥주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른 종류 흑맥주도 맛보시라고 하시더군요. 일단 거기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손님이 여럿 계시는데 어떤 메뉴를 주문한지 기억하시고 취향에 맞는 서비스라뇨.

가게를 나오는데, 기억하시겠다면서 다음에 또 와달라고 말씀을 덧붙이시더라고요.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나오면서는, 다음에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부쩍 커졌습니다. 같이 간 일행과 봄쯤에 다시 오자는 약속도 잡았죠. 사장님의 작은 친절이 냉정한(!) 고객들의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장사가 처음이신듯 보이는 젊은 사장님이지만 가게 곳곳 디테일에 신경쓰며 애정을 담아 공간을 꾸렸더라고요. 아직 메뉴도, 음식도 솔직히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성실한 사장님이시라면 추후 방문했을 때 더 발전했을 것 같아 기대도 되고요.

이래저래 포장했지만 결국 서비스와 사장님의 친절한 말씀때문에 미화된 것이 맞습니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것을 실감했네요.

알면서도 한번 더 참고, 수긍하는 법은 아직도 많이 배워가는 중입니다만 잘 안 되네요. 학생 신분을 벗어나면서 제 나름대로 많이 닳고 닳았는데도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요. 말 한 마디로 10냥 빚은 갚아보겠습니다.

구독자님, 다시 시작하는 이번 주도 즐겁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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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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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over 1 year 전

    짧지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저는 늘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운>의 뒷면엔 '말과 표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의 힘이 매일 쌓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90년대, 한 겨울에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끔 우린(알바생들) 리프트에서 고객들을 맞이할 인사말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고심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말들이 고객들을 즐겁게 할지 어린 마음에 들떴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사말로 인사를 했고, 고객들의 환한 표정, 고맙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생면부지의 일부 고객들과는 친분도 쌓았습니다.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습니다. 좋은 말도, 나쁜 말도~ 건네는 말에 기운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 이왕이면 좋은 기운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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