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아버지와 지난 3주를 함께 보냈습니다. 월~금은 서울에 올라오시고 주말은 본가로 내려가셨는데요. 마지막주 주말은 어머니께서도 서울에 올라오셔서 셋이 같이 보냈습니다.
휴학했을 때, 6개월 동안 본가에서 산 것 외에 저는 내도록 혼자 서울에서 살았는데요. 혼자 산 기간이 길다보니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타인과 3주나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걱정이 됐습니다. 투룸이라고 해도 원래 집에 비하면 좁기도 하고, 딱히 제가 사는 동네에 아버지께서 즐기실만한 것들도 별로 없다는 점도 걱정됐고요.
결론적으로 3주간 함께 살면서 저는 3가지를 느꼈습니다. 먼저, 퇴근 후 시간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평소 저는 퇴근하면 웬만해서는 멀리서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다음날이 휴가나 주말이 아니라면 저녁 약속을 꺼리기도 하고요. 잡아도 집 근처에서 보거나 산책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오신 후 3주간 한번도..! 퇴근 후 집에만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못해도 근처 산책이라도 하고, 쇼핑센터 구경이라도 가고, 심지어 미술 전시도 보러 다녔습니다. 세상에나... 저는 제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퇴근 후 그냥 누워서 시간 보낸 적 없이, 입사 이래 가장 활기찬 3주를 보냈습니다.
두 번째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전 아빠랑 사이가 참 좋은 편이고, 둘이서도 잘 놀러다니지만 그것과 별개로 오롯한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족이 있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또, 저는 성인이 된 이래 계속 나와 살다보니, 고향에 내려가는 건 가족과 시간을 보내러 가는 것이 1순위 목표여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함께 있는데 따로 시간을 보낼 거면 굳이 왜 내려가나, 하는 생각이 박혀 있었죠.
그런데 이제 제 집에 오시니까 반대로 또 함께 계속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물론 제 일상을 흐트리지말고 신경쓰지 말고 보내라고 하셨지만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아빠를 두고 혼자 누워서 내도록 폰을 만지거나 책을 읽기도 좀 머쓱했고요. 그래서일까요, 부모님과 헤어진 마지막 주말에는 내도록 누워만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는 게 제게는 정말 큰 행복이더라고요..^.^
세 번째는 그럼에도 함께 하는 삶이 좋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도 집에 와서 같이 얘기하고, 산책을 하며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하고 하니 사실 3주동안은 괴로운 일이 딱히 없었습니다. 아빠라는 오롯한 내 편이 집에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기도 했고요. 유일한 힘든 점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는 것뿐! 그리고 아빠가 아침도 챙겨주고 집안일도 이것저것 해주셔서 편하고 좋았고요^^... 쓰고보니 조금 불효막심하네요.
아무튼 아빠도 3주간 보내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없는 게 힘드셨을 거 같긴합니다. 그래서 아빠도 중간중간 친구도 만나러 가시고, 내려가셨을 때도 제가 저 없이 보내는 월요일 어떻냐고 여쭤보니 나쁘지만은 않다고 하셔서^^;; 모든 인간은 적당한 간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너무 멀어지면 또 외로운 것 같아요. 산다는 건 참 모순적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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