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범벅이었던 수능날의 기억

2022.11.18 | 조회 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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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은 수능날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조각조각 단편으로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그때의 기억을 꺼내봅니다.

1. 입실

교문 앞에 응원와 계시는 선생님들 보자마자 눈물이 핑 나더군요. 선생님 부둥켜 안고 울다가 들어갔습니다. 선생님께서 왜 우냐고 그러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왜' 우는지 궁금하셨을 것 같네요😅

그러고 교실을 찾아 들어갔는데 세상에,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는 제일 친한 친구가 앉아 있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하지만 수능 당일인 관계로 서로 별말 없이 눈빛만 교환하고 각자 준비를 했네요.

2. 시험

저는 수능을 기점으로 알았습니다. 제가 한 번에 결정되는 큰 시험에는 젬병이라는 것을요. 난이도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이 시험 한 방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물론 전혀 아닙니다)는 생각이 들자 멘탈이 엄청 흔들리더군요. 국어를 마치자마자 머릿속에 재수만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수학을 치고나니 더더욱 그랬고요.

평소 두 과목 다 자신있는 과목이었어서 '못쳤다'고 생각하니 정말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제 나름대로는 고3 시절을 너무 열심히 살았어서 수험생활을 1년 더 할 엄두가 안났기에 벌써부터 무서워졌습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한테 유부초밥 싸달라며 신나게 다녀와야지~ 했는데 그날 도시락을 먹었는지도 기억도 안 나네요.

그리고 대망의 영어시간, 듣기를 놓치자마자 그대로 눈물을 시험지에 뚝뚝 흘리면서 시험쳤습니다. 그거 몇개 못들어도 그냥 뒤에꺼 잘 풀면 되는데 참..😶 그때는 마음이 거의 창호지 수준이었네요. 그대로 멘탈이 깨진 상태로 제 2외국어까지 시험 보고 교실 밖을 나왔네요.

3. 퇴실

엄마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해서 나왔는데 도저히 교문 밖으로 못나가겠더라고요. 교문에 학부모들이 엄청 서계시는데 그 틈으로 나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문 가까이 걸어가다가 그대로 뒤돌아서 다시 학교로 들어갔어요.

나중에 어머니께 들으니 이때 마음이 무너지셨다고 하네요. 옆에서 다른 학부모들께서도 "어머, 어떡해.."하시면서 안타까워 하시고..😅 저를 아시는 학부모들께서는 어머니께 위로 아닌 위로의 말씀을 전하시고..😂

아무튼 들어가서 아빠한테 전화 걸어서 울면서 못나가겠다고 하다가 괜찮다는 위로를 듣고 다시 나갔습니다. 엄마가 한걸음에 달려와 제 손 붙잡고 그대로 직진하시는데 엄마 보자마자 또 팡팡 울었네요. 그대로 길 걸으면서 내내 우는데 누가 봐도 수능 끝난 애가 울면서 걸으니까 사방팔방에서 쳐다보던 게 아직 기억나네요.

그러고 동네에 새로 생긴 초밥집가서 밥 먹고, 거기서 오픈 기념으로 폴라로이드 찍어주길래 퉁퉁 부은 눈으로 사진도 야무지게 찍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답안지 떴길래 대로변에서 가방 내려놓고 시험지 매긴 기억이 있네요. 영어 빼고는 다 잘 봤길래 결론적으로는 기분 좋게 집에 갔습니다

그 이후로 이런 저런 입시 과정을 거쳐서 대학에 갔는데 처음 지망한 대학과 전공은 아니었지만, 잘 다니고 졸업까지 마쳤습니다.

지금 오만한🙂 어른 입장에서는 수능이 전부가 아니고, 그때의 성적이 결정 짓는 건 대학이지 인생이 아니라는 말에 백번 동의하지만 수험생일 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죠. 그 모든 말이 위선으로 들리고, 이미 잘 된 사람의 기만으로 들리기도 했답니다.

여전히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다만 살면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고 노력해 본 경험은 정말 소중했네요. 그 이후에 또 다른 도전을 할 때에 '한 번 해봤다'는 것은 큰 응원이 되기도 하고요.

별로 기억 안 난다면서 적고 보니 이제껏 적은 편지 중에 가장 길게 적은 것 같습니다. 이래서 '라떼는'이 참 위험합니다. 아무튼, 11월만 되면 항상 생각나는 기억이네요. 몇 년은 더 생생하게 떠오를 것 같습니다.

마무리는 짧게 하겠습니다. 이번주도 고생많으셨어요, 구독자님! 오늘 하루 튼튼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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