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기억보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

기억보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

에피레터는 5월 한 달간 추억이라는 소재로 매주 뉴스레터를 보냈는데요. 그러다 보니 문득 '추억'과 '기억'은 서로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더라고요.

딱 한 글자만 다른 추억과 기억. 이 둘은 서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최근 새롭게 우리 곁으로 찾아온 똑똑한 동료 ChatGPT에게 물어보니 추억과 기억은 서로 이런 차이점이 있다고 해요.

결론적으로 기억과 추억은 우리의 과거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기억은 객관적인 정보와 관련이 있고 추억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미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고 해요.

즉, 5월 3일에 친구를 만났다는 간단한 문장으로 서술되는 과거의 경험은 기억이 되지만, 그날 친구와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의 피자와 파스타를 먹기 위해 약 1시간 동안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대기하며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줄이 빠르게 줄어들지 않아서 점점 배는 고팠지만 그래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개인적인 감정을 곁들일 수 있다면 이는 추억으로 남게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억과 추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고 나니 제가 쓰고 있는 일기는 기억과 추억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기록인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주로 오늘의 할 일 목록만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썼었고, 오늘의 감정이나 느낀 점도 추가로 일기장에 남기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과거의 어느 특정한 시점에 ‘무엇을’ 했는지는 바로 찾아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더라고요. 제 감정을 탐구하려면 이날 무슨 일을 했는지 적어놓은 기록을 통해 과거의 일을 탐정처럼 더듬어보고 재구성하는 노력이 추가로 필요했어요.

ChatGPT는 기억이 추억보다는 조금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왜냐하면 추억은 주로 과거의 긍정적인 경험을 서술하는 개념이니 미화되거나 변형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무언가를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보다는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추억거리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더라고요. 추억거리가 많다는 건 과거의 특정한 순간에 얻은 감정이나 느낌을 숨기지 않고 후회 없이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증거나 다름없어 보여서요.

사실 제가 과거에는 일기장에 오늘의 할 일 목록을 주로 적었던 이유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일기장에 저의 솔직한 이야기를 적어두기 부끄러워서였어요. 하지만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만을 적어놓은 단순한 기록으로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과거의 저를 알기 위해, 그리고 과거의 제 모습으로부터 현재의 저를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감정이나 느낌을 숨기지 않고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많이 기록하고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타인을 대할 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솔직해지면 자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뿐만 아니라, 어떤 과거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는 낙관적인 사람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억보다 추억을 더 쌓을 수 있도록, 부끄러움은 조금 내려놓고 솔직한 감정이 담긴 기록을 앞으로는 더 많이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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