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지도 한 장 들고 전국을 여행하던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나요?

지도 한 장 들고 전국을 여행하던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나요?

지금은 처음가는 지역에 가더라도 네비게이션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든 막힘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에요. 심지어 해외를 나가도 무서울 것이 없죠. 그런데 10여년 전 저의 유년시절 여행을 생각해보면 그 때의 풍경은 조금 달랐어요. 아빠가 운전대를 잡고 조수석 엄마는 종이 지도를 들고 전국을 여행 했었는데요. 두꺼운 전국도로지도가 항상 차에 준비되어 있었고 초행길은 특히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나요. 

그 때만의 감성이 있었달까요? 강원도 여행을 할 때면 엄마는 조수석에서 아빠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모르는 길에 들어서면 창문을 내려 동네 주민분께 길을 물어보기도 했었어요. 생각해보면 참 정감있고 길을 잃을수도 있다는 약간의 긴장감이 여행을 더 재밌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게임 퀘스트도 쉬우면 재미가 없듯이 새로운 동네에서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던 과정은 어린 저에게 재미난 모험의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처음보는 길을 물어 물어 도착하면 그 과정과 결과는 얼마나 재밌는지. 어린 저는 도움이 별로 되진 않았지만 길을 잘못들었을 때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던 그 시절은 아날로그만이 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인 것 같아요. 

이리저리 물어보고 찾아보며 하는 여행은 속도는 지금보단 늦을 지 몰라도 그 과정속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줬어요. 한 번에 정확한 길을 찾고 그 길만 따라가면 목적지가 나오는 여행도 좋지만, 약간의 불확실성이 가미 되었을 때의 그 순간이 우리의 여행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 주곤 하니까요. 생판 처음 도착한 곳에서 주민분들께 맛집을 물어보기도 하고, 헤매다가 예상치도 못하게 멋진 장소를 찾기도 하고 말이죠. 가끔은 옛날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여행을 해보고 싶지만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진 저의 몸과 마음은 도로 위의 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는 것 보다는 네비게이션에서 최단 경로를 찾고 있어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봐요. 만약 지금 나에게 지도 한 장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약간의 두려움과 흥분으로 시작하는 여행은 어쩌면 손쉽게 길을 찾는 여행보다 더 재미난 추억을 안겨 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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