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 혼자있는 시간

혼자있는 시간

회사를 그만두면서 최근에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었는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작년의 저라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시간을 보내고 했었는데, 원래 제가 그런 사람이었다가 혼자를 즐기게 된게 아니라 반대에요. 원래 책 읽기나 영화보는걸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텍스트에서 답을 찾으려는게 제가 가진 특성이에요. 살면서 궁금한게 너무 많았기에 책을보면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가이드를 얻기도했고요. 사람이 시기에 따라 궁금한게 달라지면서 책 분야도 많이 달라지잖아요. 어릴적 저는 심리학책을 대체로 읽었고 지금은 평론집에 관심이 많아요. 그게 살면서 중요하게 여기는게 달라서이기도 해서죠.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는게 아니냐 싶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인터넷에서는 많은 경우 논리가 빠져있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한 책이 나오려면 작가는 글을 쓰고 검토하는 편집자가 있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보다 당연히 더 복잡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뭔가 검색을 하더라도 결국 ‘왜’를 포함하고 있는 책을 찾게되더라고요. 저는 요즘 평론과 비평에 빠져있어요.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책을 읽고 흥미가 생긴것도 있고 또 어떤 영화를 보고나서 같은 글이 나오는게 절대 아니잖아요. 그래서 감탄할만한 예리한 분석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궁금했어요. 저도 언젠가 이런 사고방식에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서 비평에 대한 글을 찾고 보는거 같아요. 전문가나 잘 분석해놓은 어떤 독자의 글을 보면서 감탄하고 자책해요.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지”와 “난 왜 이생각을 못했지?” 사이에서 돌고돌며 통찰력있고 깊이있는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요. 앞에서 말했던 혼자있는 시간이 늘어야 사실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이동진 영화 평론가에게 어떤 분이 할게 그렇게 많고 바쁜데 언제 책을 보시는거냐 물었을 때 이동진 평론가는 답했죠. “인간관계가 망하면 돼요.” 저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제 인간관계가 망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제 주위에는 친하면 꼭 자주 봐야한다는 친구가 거의 없어요. 이동진 평론가도 비슷한 의미에서 말했을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자신의 인간관계가 망한 것보다도 누군가가 보기에 망해보일 수 있는 것 말이에요. 저랑 비슷하게 사람을 만나야겠다 싶은 시간이 또 충분히 맞는 친구들이 옆에 있기 때문에 관계가 이어지고 저는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대체로 공부하고 책을 읽어요. 더 쪼개보면 밥먹을때는 영화를 보고, 자기전에는 드라마를 봐요. 중간중간 뉴스 기사도 보고요. 누군가에게는 단조롭고 어쩌면 심심할지도 모르는 일상이 제게는 아주 잘 맞는 패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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