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추억 속 그 시절은 왜 아름답게만 느껴질까?

추억 속 그 시절은 왜 아름답게만 느껴질까?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기질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런데 추억을 떠올릴 때는 예외인가보다. 과거의 추억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과거의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가장 먼저 떠올리니 말이다.

며칠 전 우연히 10년 전 유행했던 음악들을 모아둔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보게 되었다. 아직도 나에게는 최신 노래나 다름없는 노래들이 10년 전 유행했던 음악 속에 포함되어 있어 놀랐고,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10년 전 우리가 즐겼던 일상들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지 보게 되어서 또 한 번 놀랐다. 그 당시 유행했던 노래 몇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애정 어린 추억을 이렇게 많이 발굴할 수 있다니!

댓글들을 찬찬히 읽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치열했던 10년 전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10년 전 누군가는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신입 사원이었고, 누군가는 수능 준비가 한창인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대학에 막 입학한 시기였고, 다른 누군가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진로를 탐색하던 시기였다.

이 모든 시간이 늘 즐겁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첫 취업의 기쁨은 바쁜 회사 생활 때문에 점차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대입을 위한 공부 외에는 무엇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기도 있었을 것이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고민만 쌓이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마냥 즐겁기만은 않은 순간들도 분명히 겪었음에도, 10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그 시절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래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과거의 가장 좋았던 순간이라니. 어쩌면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강인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나쁜 순간보다는 좋은 순간에 집중할 줄 알고,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현재의 모습에 슬퍼하거나 좌절하기 전에 지난날의 자신에게서 아름다운 모습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추억 속 그 시절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과거를 직시했을 때 슬픔이나 후회보다는 아름다움과 긍정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 또한 10년 전에는 지금만큼이나 힘들고 지친 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참 대견하게만 느껴진다.

10년 전의 나는 운동과 담을 쌓던 삶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혼자서 페스티벌에 가보기도 했다. 물론 그 시절이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았다. 학교 선배들의 텃세, 도무지 해도 해도 재미가 없는 공부, 실수가 잦았던 인간관계 등등 나를 힘들게 하는 일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 시간 속에서도 아름다웠던 추억거리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10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추억했을 때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까?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게서 어떤 대견한 점을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굳이 10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를 조금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도는 지금 바로 시작해 볼 수도 있으니까.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발견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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