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귤레터] 30. 봄편지

봄을 머금은 편지 같은 일기 도착!!! 🌸💐🌺🌻🌼🌷☘

2023.03.03 | 조회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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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귤

귤처럼 까먹는 줄글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근황을 나누어 볼까 봐요.

벌써 2월이 끝나고 3월이 되니 마치 개강을 앞둔 것처럼 기분이 오묘한데, 아무래도 등교를 위해 아침 버스를 만원으로 만든 학생들을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가장 가까운 대학 시절을 떠올려 봐도 3월의 첫 등교일이 가장 설렜어요. 비단 새내기 시절뿐만이 아니라, 온 캠퍼스가 생동감으로 몸부림치는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회사에 싫증이 나서인지 이번 겨울은 유독 춥고 길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지 않아도, 바빠도, 대충 다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아무런 보장 없이 그만둘 수는 없어서 잘 참아왔지만 곧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러면서도 생계를 위해 계속 다닐 수도 있겠죠. 모를 일입니다. 섣불리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없는 법이기 때문이죠.

 

2월에는 다종 다양한 모임을 했습니다.

2주에 한 번 주말에 만나는 영상 모임에서 <에린 왕자>를 낭독하고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도 했고요. 쑥스럽지만 주인공인 '에린 왕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나름대로 아이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사투리를 할 때면 목소리가 절로 구수해져서 쉽지 않았어요. 소년 치고 능글맞은 에린 왕자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지금 사는 지역에 이사오고 나서는 개인적인 일정이 바빠 모임 외의 약속을 잘 잡지 않았는데요. 2월에는 결혼을 앞둔 친척언니도 만나고 외할아버지 생신을 맞이해 외가에도 가고 발령을 앞둔 후배들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함께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퍽 즐거웠어요. 간혹 느끼는 큰 기쁨이죠. 마음이 맞는, 지금 지역의 언니들과도 시간을 보냈어요. 긴 시간 동안 양껏 마시고 양껏 먹으며 가감없이 수다를 떨었습니다. 너무나 좋아서, 잠시 정적이 흐를 때면 "너무 좋다"는 말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어요. 아무래도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희구하기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우리는 더 즐겁고 열심히 살아야 하겠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서 주위 사람들도 자주 돌아보기. 새롭게 인생의 목표에 추가해 봅니다.

 

 

  Unsplash의 dariana
  Unsplash의 dariana

원데이 클래스로 고블렛 잔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해 보았는데요. 아크릴 물감은 처음 다루어봐서 긴장했는데 친절한 선생님이 돌아다니며 봐 주셔서 할 수 있는 대로 열심히 해 봤습니다. 칭찬도 많이 해 주셔서, 나름대로 과감한 시도까지! 고블렛 잔에 다양한 색감의 아크릴 물감을 옅게 여러 번 덧바르고, 날카로운 나이프 같은 것으로 물감을 덕지덕지 올렸어요. 제 인생에서 해본 작업 중 '덕지덕지'라는 표현을 쓰고 나서 성공한 것은 이 잔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하되,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더니 더욱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 마음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어요!

 

2월의 마지막 날에는 회사에 오후 반차를 낸 뒤 부업을 위한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었고, 전부터 말로만 간다고 되뇌던 공간에도 방문한 다음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며칠 전 잡아둔 숙소로 향했습니다. 큰 TV를 보며 게으르게 누워 궁금했던 드라마를 몇 편 보다가, 입욕제를 넣고 반신욕도 따끈하게 한 다음, 보송보송해진 컨디션에 나른하게 하품도 조금 하다가, 멋드러진 아파트 밖 비가 내리는 영상을 틀어두고 책도 조금 읽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이 눈꺼풀이 무거워 잠에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양껏 시간을 사치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이 또한 가끔 누려야 하는 행복인 것이, 너무 자주 반복되었다가는 그저 게으른 사람이 될 것 같더라고요.

 

3월의 첫 아침은 무척 일찍 눈을 떴습니다. 새벽에 일어난 김에 조식을 먹고 조식에 관련된 짧은 에세이를 한 권 읽고 체크아웃 시간까지 버티다가 겨우 나왔습니다. 하룻밤이지만 노곤하게 쉬고 나니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더라고요. 하지만 늘 그렇듯 일상은 저를 피곤하게 하고 흔한 악당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겁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해서 좋은 것들을 좇아 볼 예정입니다.

 

저에게 좋은 것들이란 곧 집 앞을 수놓을 방실한 벚꽃과 활기가 넘치는 푸릇한 들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다양한 학생들의 재잘대는 얼굴과 목소리 같은 것입니다. 일상에는 흔한 악당과 흔한 선인이 혼재되어 있어요. 수시로 얼굴을 바꾸면서 말이죠. 우리 또한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인생이란, 인간과의 얽힘이란 참으로 오묘합니다.

 

매일같이 확인하는 기온의 오르내림을 보면서 인생의 얄궂음을 자주 떠올립니다.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는, 기필코 나쁜 일이 예기치 않은 증정품처럼 따라오는 우리네 인생 말이죠. 그래도 일 년이 다시 주어지는 것 같은 봄의 어귀에서 여러분과 반갑게 격려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힘 내요!⚔

 

 

 

 

 

 

 

 

일 주일에 한 번 당신을 미소짓게 하고 싶은,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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