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귤레터] 27. 구구줄줄

그거 아세요? 원래는 줄귤레터가 아니라 구구줄줄이었다는 걸🙄

2023.02.09 | 조회 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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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귤

귤처럼 까먹는 줄글을 보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줄귤레터 발행인 정주리입니다.

이번에도 사과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습관성 지각과 휴재로 욕을 하셔도 할 말 없을 무 입니다...

저저번 주에는 장거리 출장 및 촬영으로 인해 회사 업무가 바빴고, 또 저번 주는 갑자기 코로나 확진이 되어 몸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었습니다. (상황 설명입니다. 물론 이해해주실 의무는 없습니다...) 한 줄 공지 없이 휴재를 한 것은 약속을 깼다는 과오이니,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립니다.

오늘은 가벼운 에세이를 한 편 발행하고자 합니다.

 

지난 일주일,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채로 어쩌다 방 안에 돋아난 버섯처럼 누워 있다가 떠올린 생각들을 주절거려볼까 합니다. 일주일 내내 글에 손을 대지 못하였으므로 아마 재미가 없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글만 다 읽고 구독 취소해 주시면 안 될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읽어주세요. 희박한 확률로 '이 인간 너무 미운데 안 미워'라는 마음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좀 구차한가요? 사실, 저는 제 구차함이 좋아요. 몇 없는 단점 중에 하나인데, 구차하게 구구절절 횡설수설을 읊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현재도 마른기침을 제법 밭게 토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요. (아마 이 글을 대표님과 실장님이 싫어하실 겁니다. 읽으실 일이 없기를...) 지난 일주일 간 가장 강렬하게 느낀 건 '역시 쉬니까 좋다''건강이 중요하다'였습니다. 늘 통제 가능했던 몸이 예상 불가능한 범위의 영역에 들어서니까 참 불편하더라고요. 평소보다 입맛이 없어서 무얼 물려줘도 맛이 없대고, 그나마 마시는 걸 물려주면 조금 먹기는 하는데 그것도 잠시고, 일어나 앉았다가 어지럽다고 도로 눕는 나약함까지. 일주일 간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가지가지한다."였으니 말 다 한 거죠. 어떤 면에서는 둔감한데 대개의 경우 무척 예민한 편이어서 실은 제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가장 힘이 듭니다.

 

무력하게 뻗은 채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해야 할 일의 목록이었습니다. 이미 마감에 늦은 글, 곧 마감에 늦을 것 같은 글 등이요. 담당자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조금 더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가 선택한 미래의 직업은 이토록 불투명한 것이로구나. 지금은 회사에 다니며 남는 시간에 글을 쓰지만 언젠가는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데 말이죠. 단순히 수려한 문체, 샘솟는 창의력이 있으면(물론 둘 다 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정도로 오만하지는 않아요.) 작가로서 대성하겠거니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병상에 누운 채 꼭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Unsplash의 Phil Desforges
Unsplash의 Phil Desforges

 

또 제가 아픈 동안 몇 년 전부터 마감 중인 플랫폼에서 제 첫 작품이 런칭되었습니다. 몸이 안 좋아 그런지 뻐렁치게 뿌듯하고 행복하지는 않더라고요. 드디어 됐구나, 하고는 친구들/가족들 단톡방과 SNS에 링크를 공유하고 차분히 읽었어요. 무려 3년 전에 쓴 글이라 그런지 처음 읽는 것 같은 기분에 다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창조한 캐릭터들이기에 잊고 살았던 친구들을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도 누렸고요. 무엇보다도, 저의 텍스트가 살아 숨 쉬도록 애쓴 노고가 눈에 보여 마음까지 뭉근했습니다. 이 또한 보람과 환희겠지요. 전처럼 짜릿하지는 않더라도요. 이제는 이렇게 담백한 성취감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조금씩 자주, 이런 기회를 늘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쓰다 보니까 말이죠. 참 구태의연하지 않나요? 아프다 돌아오면 늘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하잖아요. 저 또한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 글을 쭉 썼고요. 그런데 정말 건강이 중요하더라고요. 어지러운 머리는 글감을 던져주어도 재기발랄한 문장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어하고, 지끈대는 허리는 그 문장을 쓰기 위해서 한 두 시간 버티는 것도 싫다고 농성을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버티는 힘을 길러야겠죠? , 저만 기르면 되나요? 그렇다면 끈질기게 버티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올해부터 길러보겠습니다. 서른 살이 되어서야 미래를 위해 돈도 모으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시작하는 것이 늘 그렇듯 늦되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늘 이렇게 느렸다는 것을 반추해 보자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느리더라도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착점에 도달할 테니까요.

 

쉬니까 좋았는데요. 또 그 기간 동안 오롯이 아팠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울이 평온의 속도를 따라잡았고 지금까지도 자연스럽게 제 주위를 기웃대고 있어요. 그럼에도 시간은 갑니다. 난데없이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살아갈 겁니다. 삶이란 그렇게 버티어내는 것이잖아요. 구독자 여러분의 요즘은 어떻습니까? 부디 모두 평온하기를 빌지만 영 험상궂더라도 괜찮을 겁니다.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라요, 정말로 여러분은 그것을 버티어 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요.

 

 

우리, 꿋꿋을 길러내는 어른들이 되도록 해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당신의 심심한 목요일에 까먹을,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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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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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미

    0
    over 1 year 전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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