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트렌드

#5 '투자 안 받아' 이슈에 맞닥뜨린 VC들

Not For Sale인 스타트업의 특징과 이에 대한 투자자의 대책은?

2024.06.12 | 조회 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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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와 트렌드 끄적끄적

주니어 VC가 바라보는 트렌드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기록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이번 주도 TIPS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나름 노하우가 쌓인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매번 떨리네요 🥶

제가 뉴스레터를 쓴 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요. 이 뉴스레터를 저의 제품이라고 생각했을 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구독자나 조회수가 레터의 핵심 지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느끼는 파급력이 높지는 않아 고민입니다. 다행히도 디스콰이엇에 발행하는 글은 많이 노출되고 있지만, 돌아보니 생각보다 레터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은데요. 하지만, 조회수를 위해 링크드인이나 기타 다른 채널에 널리널리 공유한다면, 그만큼 제 생각을 자유로이 서술하기는 또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그렇게 하려고 생각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 생각을 마음껏 적고 싶은 주제가 더 많거든요!

서론이 길었는데, (저의 강요를 포함하여) 이 레터를 받아보시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초기 투자 트렌드: NFS에 익숙해지기

NFS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스포츠, 특히 이적시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단어이실 겁니다. 바로 Not For Sale이라는 뜻인데요.

위 기사와 같이 '매물 아님' 이라고 선언하는 일입니다. 이 단어의 함의는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1. 눈길도 주지마! (평생 안 팔 거임)
  2. 눈길도 주지마! (이번 시즌 한정)
  3. 안..안 판다고! (남은 계약기간을 확인하며)

위에 나오는 알렉산더 아놀드는 1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NFS는 사실...

프로의 세계는 보통 냉정한 편입니다
프로의 세계는 보통 냉정한 편입니다

즉, 더욱 만족스러운 제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에 가깝습니다. 보통 더 큰 이적료를 제시하거나, 혹은 선수에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하는 식으로 딜이 마무리되고는 하는데요. 실제로, 2020년부터 NFS였던 킬리안 음바페는 결국 얼마 전 5년간 3,300억원 규모의 계약과 함께 소속팀을 떠납니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현상이 현재 초기 스타트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다수의 투자 제안을 거절하고 사업과 제품에만 집중하겠다는 건데요. 사실 처음 이러한 케이스를 경험했을 때는 잘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투자 받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또 그러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이것이 새로운 현상 또는 트렌드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NFS 중인 스타트업의 특징


1. 여전히 스타트업의 정의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지분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비즈니스는 많습니다. 흔히 '레거시' 산업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절대 다수의 사업은 사실 내 돈, 혹은 부채를 일으켜 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글에 다루는 기업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합니다. 그런데 이제 투자는 안 받는다니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거죠.

2. 투자해봄직한 상황에 있음 (=투심 통과할 것 같음)

그런데 이제 시드 투자를 받은 웬만한 스타트업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지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의 유저, 이미 발생하는 매출, 그런데 마케팅 비용은 0원. 투자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어찌 보면 곁에서 그분들의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3.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것 같음 (꿈이 크다)

2번에 해당하는 팀이라면, 필연적으로 양자택일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로프러너(1인 창업가) 수준에서 완전 자동화를 지향하며 패시브 인컴을 만들 수도 있구요(부럽습니다). 혹은,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니콘의 길을 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중 역시 VC가 선호하는 팀은 후자입니다. 전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 스타트업 씬이구요.

4. 훌륭한 팀 구성 (특히 제품 쪽)

그냥 좋은 스타트업의 기준과 동일한데요. 그럼에도, 팀 역량 중 제품 vs 비즈니스(그로스)를 고르자면 제품 쪽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보통 이런 팀은 개발자+PM/PO 조합이 많은데요. 잘 만든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미친듯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이전 조직에서 유사한 경험을 해본 분들이 자신의 제품에서 유의미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도 봅니다. 실제로 제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는 확신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5. 창업팀의 내부 기준이 매우 높음

여기까지 보면 흔히 '투자 잘 받고 지표 잘 나오는 스타트업 특징 아님?' 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런 팀들은 괄목할 만한 지표를 보이고 있음에도 '아직 PMF를 찾았다'고 섣불리 확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받아버리면 이제 모든 의사결정에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조금 더 투자 유치에 신중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투자에는 필연적으로 가치 산정(밸류에이션) 과정이 들어갑니다. 분명 근시일 내에 지표가 수 십배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덥썩 이 밸류로 투자를 받으면 너무나 과소평가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합니다.

6. 제품과 사업 외의 문제에 투입할 리소스를 아끼고 싶어함

투자자로서 적합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투자를 받고 나면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등기도 해야 하고, 이런저런 등록도 해야 하구요. 외부 주주가 생겼으니 그만큼 정기적으로 해야 할 서류 처리도 많습니다. 유저 인터뷰하고 제품 만들 시간도 모자란 소수정예의 팀이 이런 부차적인 이슈까지 신경쓴다면 아무래도 성장에 병목이 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직원이 많아지고 생존의 기로에 선다면 창업자의 지상과제는 자금조달이 맞습니다만, 그게 지금은 아닌 거죠.

 

NFS를 대하는 투자자의 태도, 혹은 구애방법?


결국 지표도 잘 나오고 돈도 벌면서 팀도 좋은데 투자는 안 받겠다는 팀을 종종 볼 수 있다는 건데요. 이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드립니다. 어찌 보면 VC의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당분간 AI와 함께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 같아 근시일 내에 스탠스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아직 구애의 춤을 출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는데...
아직 구애의 춤을 출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는데...

1. 큰 고민이 필요없는 소액을 SAFE로 투자한다

가치 산정에 대한 협상이 초기 성장에 병목을 불러온다면, 다음 라운드로 미루면 됩니다. SAFE의 탄생 의의도 결국 이것입니다. 다만, 그 금액이 커지면 어쩔 수 없이 지분 희석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안 해볼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소액을 SAFE로 투자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금액은 딱 예창패-초창패 정도, 즉 5천만원-1억원 사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최초로 창안한 건 당연히 아니고, 이미 그렇게 하는 VC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아직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2. 귀찮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베네핏을 빠르게 제공한다

소위 '액셀러레이터'라고 하면 보육, 교육, 멘토링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사실 앞서 설명한 스타트업의 조건을 감안하면 사실 멘토링을 강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알아서 잘하고 있는 팀인데, 굳이 시간 낭비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더 잘하기 위한 수단을 외부에서 찾을 때 투자자로서 이를 누구보다 빠르게 연결해줄 수는 있어야겠죠. 

3.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다음 라운드에 대한 룸을 확보한다 

유의미한 지분도 못 얻는데, 또 혜택은 준다고 하니 투자자가 너무 저자세로 가는 게 아닌지 우려가 다소 들었는데요. 결론적으로, 이러한 접근법은 1) 그들의 성장 방식을 찬찬히 뜯어보며 black box를 해체하고 2) 본격적으로 라운드를 열었을 때 예상되는 투자 경쟁 속에서 룸을 확보하기 위한 일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를 명문화된 조항으로 강제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장 먼저 발굴하고, 유무형의 지원을 통해 상호간의 신뢰가 굳어진다면 후속 투자를 제안할 때 이를 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결론: VC의 차별화 전략은 '패키지 다변화'에 있을 수도?


한국에는 AC, VC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또 차별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각 VC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의 정체성, 또는 대표 포트폴리오 정도가 각 하우스를 구분짓는 특징인데요.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점차 다양한 베네핏을 각 기업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와 개인 단위에서 이러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는데, 단기간 내에는 어렵지만 곧 결실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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