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개전 초기 러시아군이 재블린을 막아보겠다고 쓰던 Tank Cope Cage가 최근 전장에서는 상당히 효과를 보이고 있음.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꽤 재미를 보고 있는데, 러시아군이 란셋 자폭무인기들을 대거 동원하기 시작하면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음.
원래 Tank Cope Cage는 지난 2010년대 중동에서 대IS전쟁 및 시리아 내전 등에서 등장한 것인데, 원래는 IS나 반군이 드론으로 떨구는 수류탄이나 박격포탄으로부터 전차 상부를 방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썼었음.
혹은 시가지 전투가 많은 전선 특성상, 반군이나 IS가 쏘아대는 RPG를 방어하려는 목적도 있었음. 그 때는 이게 어느정도 효과를 보긴 했는데, 중동에서 굴러다니는 RPG들의 경우 성능이 저열한 데드카피판이나, 북한제 발사관들이 주력이었기 때문임.
러시아제 정품이나 중국제 노린코 제품의 경우는 잘못하면 뚫는 경우도 있었고, 서방에서 준 토우나 밀란, 판저파우스트-III한테는 얄짤없긴 했지만. 그래도 주구장창 쓴 이유는 중동제 데드카피판이나 북한제 발사관이 매우 많이 굴러다녀서 효과가 있었기 때문임.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음. 아주 당연하게도 재블린이나 NLAW 등 서방제 대전차미사일은 중동에서 굴러다니던 잡다한 대전차화기와는 질적으로 달랐기 때문이었음. 그래서 한동안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이나 매니아들에게 비아냥을 들어왔었기도 했고.
그러나 작년 가을~겨울부터 러시아군이 대포병전에서 상당한 열세를 보이면서 란셋 자폭 무인기들을 대거 동원하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기갑, 포병, 중화기 거점 등을 타격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음.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갑자기 날아드니 상당히 대처가 어려웠고, 조기에 제거하기에도 무리가 많았기 때문임.
물론 란셋의 공격력이 높지 않아서 유의미하게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기갑차량이나 화포의 외부 장치들을 망가뜨려서 수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충분했고, 이에 대한 대책이 상당히 시급해졌음.
그러던 중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사용하던 Tank Cope Cage를 사용하기 시작함. 물론 러시아군처럼 전차에 붙히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위장그물 개념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자폭 무인기 방어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기 시작함. 란셋이나 Shahed-136 같은 계열의 자폭무인기들은 전차나 자주포 등의 Tank Cope Cage를 관통하지 못했음.
이는 매우 우연하게 발견된 것이기도 한데,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전선에서 T-72 전차에 설치된 위장그물이 란셋 자폭무인기를 막은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었기 때문임.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전차나 자주포 등에 직접 설치하는 것보다는 이동식으로 운용병들이 들고 다니면서 설치하는 방식으로 자폭 무인기 방호를 하기 시작했음.
비슷한 시기, 이러한 방호작전은 M777이나 D-20 같은 견인곡사포 계열 포대들에게도 이식되었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기갑이나 포병에게 자폭 무인기 공격이 먹히지 않자, 상대적으로 방호력이 약한 견인곡사포들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임. 이에 따라 작년부터 M777이나 D-20 곡사포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음.
그래서 사진과 같이 자폭 무인기 방호 목적으로 포대마다 Tank Cope Cage와 비슷한 개념으로 위장철망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슬슬 효과가 나오는 중임. 이러한 개념이 견인곡사포를 운용하는 포병들에게 늦게 도입된 것은 역설적으로 기동성 문제였음.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대포병전이 주효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포병대는 지속적으로 이동을 하면서 러시아군 포대나 주요 공세루트, 보급선을 포격하는 전술을 썼는데 이럴 때 위장막을 설치하는 것은 굉장히 성가신 일이었고, 또 러시아군의 대포병 사격 우려 문제 등으로 기피되고 있었음.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임.
하지만 작년 겨울부터 러시아군이 적극적으로 자폭무인기 등을 대거 전장에 투입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음. 견인곡사포들의 기동이 아무리 빨라도 자폭 무인기들보다는 느렸다는 점 때문임. 역설적으로 기동력이 자폭무인기를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손실이 상당했는데 최근 들어서 이를 바꾸기 시작한 것임.
러시아군의 포병 화력이 약화되고, 자폭무인기 활용이 늘어나다보니 이에 걸맞는 방식을 이식했다고 볼 수 있음. 비아냥만 듣던 러시아군의 Tank Cope Cage가 양 측의 전략이 바뀌면서 의외의 쓸모를 찾은 셈인데, 정작 러시아군은 요새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
설치할 자재 문제와 인적자질의 문제도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대포병 공격은 무인기 공습이 아닌 대전차화기 및 포병화력으로 진행하기 때문임. 창과 방패의 싸움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고, 정말 의외의 사례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는 점은 비슷하게 무인기 위협을 받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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