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부족한 전투병 징집 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요리사들 역시 상당수를 징집했음. 키이우 전투에서는 자원한 시민들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고 있는 셰프 및 조리 경험이 있는 요리사들을 군대에 소집시켰음.
우크라이나군은 소집된 셰프들과 요리사들을 다른 병사들처럼 소총을 지급하는 대신, 전선 후방의 거대한 병영식당을 제공했고, 이곳에서 수 만 명의 병력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도록 지시했음. 인구 300만 명에 달하는 키이우는 생각보다 식량 공급이 여전히 원활했고, 도심지를 기반으로 전선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식사 준비는 생각보다 쉬웠다고 함.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도 거대한 농업국가이기도 했으며, 러시아군이 도심지 고사에 실패하자 풍부한 생산량을 바탕으로 식량 공급이 이어지다보니 물자가 많았던 편이었다고 함.
현장에 있었던 셰프들의 말을 빌리자면, 1년 동안 죽을 만들어서 먹여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식량 공급이 상당히 많았다고. 물론 징집된 셰프들은 그렇게 식단을 만들어서 주진 않았음. 맛있고 갓 만든 식단을 제공해야만이 우크라이나군 전투부대가 제대로 싸울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임.
덕분에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공급한 신선식품들을 도심지 내의 레스토랑 냉동고로 분산해서 밤낮으로 질좋은 식사를 공급하는데 주력했다고 함. 보통 후방에 위치한 1개 식당에서 한 끼에 600~1,000끼 이상을 공급했고 7개 식당에서 하루 평균 15만끼를 제공했음.
우크라이나군이 셰프들까지 징집한 것은, 군사개혁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평시 식단 등이 잘 준비되었지만 한국군처럼 따로 조리병 체계나 이동식 조리 트레일러 등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 이는 우크라이나 사회 내에 깊숙히 뿌리박혀 있는 구 소련 시절의 영향 때문이기도 했음.
우크라이나 사회의 모든 측면은 조립식 산업화 시스템이 뿌리깊게 박혀있었고, 식량 공급 역시 이러한 시스템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음식 준비와 조리를 할 수 있는 것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음. 그러다보니 우크라이나군은 기본적으로 야전식단 준비를 하는 것에 취약한 문제점을 자주 드러냈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 부대가 전장에서 조리에 필요한 물품과 도구를 지급하는 것도 중요함.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러한 물품과 도구가 항상 모자랐고, 언젠가 개편을 해야할 필요성은 제기되었으나 전투부대의 개선이 더욱 시급한 사안이다보니 전쟁 직전까지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음.
개전 초기 미국과 독일, 한국 등에서 MRE와 같은 즉각취식형 전투식량들이 대거 제공된 것도 우크라이나군 내의 야전식단 준비 부족 문제와 연결되었기 때문이었음. 여담이지만 한국군이 제공한 MRE는 간편한 발열과 함께 물을 소비할 필요가 없어서 인기가 상당했었다고. 전선에서 식수 공급은 어려운 일인데 소비를 줄여주는 MRE라는 평가였음.
어쨌거나 다시 돌아와서 이러한 해외 제공 전투식량은 전선부대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좋았던 편이었음. 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을 우려한 병사들이 초코바와 에너지 드링크만 먹으며 버티고 있던 경우도 잦았기 때문임. 위생이 보장된 전투식량들은 그래서 전선부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음.
그렇기 때문에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군과 정부는 전국 대도시에서 셰프와 같은 요리사들을 대거 징집했고, 이들은 전투병이 아닌 오로지 전선부대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식단을 안전하게 조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었음.
키이우 뿐만 아니라 헤르손, 하르키우, 자포리자, 드니프로 일대의 주요 도시에서 이러한 방식의 징집이 이어졌으며 방어전에 있어서 전선 부대들을 제대로 먹이고 싸우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 러시아군이 몇 년 지난 전식을 먹고 있을 때, 우크라이나군은 후방에서 갓 만들어서 따뜻한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는 점임.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식단 제공은 제한점이 많다는 것임. 개전 초기의 경우 전선이 도심지에서 비교적 가까웠기 때문에 조리한 음식을 곧바로 전선부대에 공급이 가능했지만, 도심지에서 점차 멀어지고 전선이 고착되면서부터 이런 식의 공급은 상당히 어려워졌음. 게다가 전선이 멀어지면서 신선식품으로 만든 음식이 쉽게 상한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음.
그래서 지금은 우크라이나군의 각 부대가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동식 조리 트레일러나 조리병 등의 정규보직의 도입, 조리도구 지급 등이 대표적임. 전쟁을 거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병영식을 제공할 수 있는, 어쩌면 전쟁의 기본이라고 볼 수 있는 식사 제공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임.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준 효과적인 시가지 방어전투나 제병협동전투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식단 제공 노력을 통하여 충분한 전투력을 확보하려는 행동은 상당히 눈여겨 볼만 한 것이기도 함. 군대는 배가 불러야 전진한다는 나폴레옹의 격언이 2023년의 전쟁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이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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