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최신 비만약이죠, 그 유명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최근 한국에 상륙하며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이 약은 인크레틴 기반 GLP-1 유사체(GLP-1RA)로, 각종 임상시험에서 놀라울 만큼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위고비와 비슷한 약은 이미 많습니다. 한국에서만 삭센다, 오젬픽, 리벨서스, 마운자로 등이 식약처 승인을 받았죠(용법, 적응증 다름).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신약도 있고, 해외에서 이 바닥 선두주자로 알려진 릴리(Eli Lilly)는 무려 삼중 수용체 작용 버전을 개발하는 위엄을 보였습니다.
비만과 2형 당뇨는 물론이요 이와 연관된 각종 병증(심혈관계, 퇴행성관절염, 우울증, 아동청소년 자살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며 연전연승하는 듯한 최신 비만약. 과연 좋기만 할까요? 살을 빼기 위해 GLP-1RA 이용을 고민하는 환자가 있다면, 아래 내용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1.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약 중 리벨서스를 제외한 약은 전부 주사제(subcutaneous)입니다. 문제는 주사 한 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매주 맞아야 하는 위고비의 임상시험은 68주간, 마운자로의 임상시험은 72주간 진행됐습니다. 연구에서 주장하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려면 못해도 일 년 이상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참고로 삭센다는 매일... 맞아야 합니다.)
2. 비만도가 높아야만 그 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임상시험은 모두 BMI가 30 이상(또는 27 이상 c 합병증)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행됐습니다. 마운자로 임상시험 참여자의 평균 BMI는 38, 체중으로는 무려 104 kg 이상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면 고도비만에 해당합니다. 향후 기준이 바뀔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주변에 흔치 않다는 것입니다.
경험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살이 훅훅 잘 빠지지 않습니까? BMI가 30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GLP-1 유사체를 썼을 때 과연 비슷한 효과가 날지는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3. 가격이 높습니다.
위고비의 공급가는 약 37만 원, 환자가 지불하는 대략적인 비용은 한 달에 50만 원 안팎(정확하지 않음)입니다. 일 년이면 대략 600만 원 선이네요.
4. 연구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생활습관 개선 치료도 병행해서 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연구마다 이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것이 전부 다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명쾌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식이와 신체활동 등 여러 부분에 대해 전문가 상담이 이루어진 건 맞지만 그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저 주사만 매주 맞는 것으로는 같은 효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5. 끊었을 때 다시 살찔 수 있습니다.
9일 전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논평이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약들이 종류에 따라 10-2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주는 건 사실이지만, 약을 끊었을 때 살이 다시 찌는 건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략 빠진 것의 2/3 정도 다시 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도 포기율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시험에서만 30%에 달하는 피험자가 중도 포기했고, 실제 임상 현장의 중도 포기율은 무려 50-75%에 달할 것으로(1년 기준) 예상됩니다.
살이 찌며 연관된 심장 대사 지표(혈당,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등)도 함께 악화했고, 특히 살이 빠지며 줄어든 근육량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근감소증 위험도 고려해야 합니다.
정리하며
삭센다를 비롯한 GLP-1 유사체 계통 약물들이 매우 뛰어난 혁신임은 맞습니다. 그러나 각종 언론이 홍보하는 기적 같은 효과의 이면에는 위처럼 까다로운 조건, 비용 및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환자에게 이 점을 잘 설명하여 함께 최선의 치료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Editor's note: 본인이 환자를 잘 이끌어 1년간 10% 이상의 체중 감소를 이끌어 낼 자신이 있다면 화려한 최신 약물 앞에서 괜히 기죽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비만도 외 지표도 잘 관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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