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만두의 이커머스입니다.
오늘 주제는 “명품 중고"입니다. 저는 중고 이커머스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편인데요. 특히 명품 중고는 굉장히 재밌는 시장 인데, 한국에서는 초기 시장인지라 언젠가 한번은 구독자 분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요.
오늘도 소소한 재미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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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명품 중고 커머스
혹시 구구스, 고이비토 들어 보셨어요? 구구스, 고이비토가 대한민국 1세대 중고 명품 사업자인데요. 주로 백화점 인근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중고를 매입하고 되팔고 있어요. 구구스는 대략 400억, 고이비토는 120억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요. 이 두 업체 모두 안정적인 영업 이익률 10~20% 정도로 알짜 회사입니다.
해당 업체들은 오프라인 중심이고, 오늘 말씀 드릴 부분은 명품 중고 이커머스예요. 좀 제가 파보니 이 시장이 재밌긴 한데, 생각보다 난제가 많더라고요. 왜 어려운지 찬찬히 살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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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중고 이커머스에서 중요한 것들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첫째, 중고 셀러 모집 - 일반 리테일과 가장 크게 다른 점 중 하나 인데요. 중고는, 기획/생산 전담하는 파트너가 없어요. 전국 어디에 누가 ‘디올 레이디백'을 들고 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안다고 하더라도 그 고객이 갖고 있는 수량은 1-2개 뿐일 겁니다.
이처럼, 어떤 제품을 어느 누가 들고 있는지도 모르니 타겟 광고가 어렵습니다. 안다고 하더라도 커머스에서 판매할 만큼의 수량을 확보하려면 이런 개개인의 셀러들을 다 끌어 모아야 합니다. 마치 바다를 펄펄 끓이는 것처럼요.
게다가, 명품을 많이 들고 있는 셀러들은 (뻔하지만) 40대 분들 이실 거에요. 전형적인 오프라인과, 백화점 쇼핑에 익숙한 40대 고객 대상으로 중고 플랫폼에 셀러로 팔아달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아니면, 이 분들이 편하게 중고 거래를 하는 곳은 이미 널리 알려지고 신뢰도가 있는 구구스, 고이비토 등 20~30년 된 업체들일 것 같네요. 이미 거래를 편하게 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뺏어 오기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둘째, 품목 관리 - 중고는 SKU가 굉장히 많아요. 원래 패션 커머스는 카테고리, 브랜드, 사이즈, 컬러, 소재 등등의 변주가 존재해서 품목이 다양한 편인데요. 그 중에서도 중고는 한 시즌 대상이 아니라 최소 1년~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판매된 물품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정말 많을 겁니다. 게다가, 중고는 사용감, 등급 ‘연식' 이라는 항목도 존재한다고 치면 지금 고려해야 할 기준이 최소 6개예요.
이 말은 곧, 판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말이 되기도 하고요. 특히, 이커머스에서는 검색이 잘되어야 하는데요. 속성 DB를 꼼꼼하게 구축하고 관리하는 게 필수 일텐데 이 관리가 참 어려워질 거에요. 만약, 플랫폼으로의 역할이 아니라 실제로 재고/배송까지 담당하게 된다면 더더욱 관리가 복잡해지겠죠?
셋째, 감정 / 가격 산정 - 중고 명품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명품'이라는 제품의 특성 상, 진품인지 가품인지 가려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감정이 정확하다고 보장할 길이 없어요. 공인된, 전문 감정인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저도 고이비토에 한번 가서 감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본 적이 있는데요. 놀랄 정도로, 여기서 진품을 가려낸 걸 믿을 수 있는 걸까 싶었어요. 한번 가품 이슈가 터지게 되면 플랫폼의 신뢰도 폭락은 말할 것도 없게 되어요. 그래서, 아예 플랫폼에서 정품을 보장하지 않는 방법도 있어요. 이를테면 당근마켓처럼요. 감정이라는 절차도 셀러가 고스란히 가져갈 수도 있죠.
동시에, 연식과 희소성이라는 기준이 들어가게 되면서, 가격 산정도 문제가 되죠. 브랜드의 가치, 보존 상태 등 모든 잣대들을 정성적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직접 셀러분들 만나보면 어떤 채널이나 주먹구구인 상황이다보니 고이비토, 구구스에 올라온 가격이 1차 기준이 되곤 하더라고요.
넷째, 프론트 판매 - 아까 SKU 관리가 어렵다고 했었는데요. 동일 맥락으로, 재고 회전율을 높이는 것 또한 어려워요. 이는 타겟 광고 효율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커머스에서 재고/판매 회전율을 높이려면 살만한 사람한테 계속 띄워주고,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어줘야 하는데요. 추천 알고리즘은 패션에서 (이 상품에 어울리는 상품) 더더욱 구현하기 어려운데요. SKU가 수없이 다양한 중고 커머스에선 난이도가 올라가겠죠.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는 주로 브랜드로 알고리즘을 크게 짠다고 해요. 루이비통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구찌를. 샤넬을 좋아하면 디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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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에는 크게 2개 사업 모델이 존재해요
모델 #1. 위탁모델 - 감정, 가격 산정은 내가 할게
커머스 업체가 셀러들을 직접 모집해서, 진품 여부도 확인하고, 아주 적당한 가격을 매겨서 판매해주는 ‘위탁/직매입'모델이 있어요. 그러한 대가로 판매 수수료로 25~30%를 수취하는 구조에요. 셀러 입장에서는 내 제품을 맡기기만 하면 되니, 판매가 아주 편리하죠. 전통의 사업자 고이비토, 구구스가 이렇게 사업을 해왔어요.
20~30%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C2B2C 플랫폼은 감정과 가격 산정은 아주 똑부러지게 해줘야 한다는 숙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게 되면, 자연스레 가격도 올라가게 되고요. (직거래 하는 당근마켓보다 비싸게 느껴지겠죠?) 그 높은 가격을 고객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value를 줘야 하고요. 그게 진품이라는 확실성이든, 중고지만 신품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든.
해외에서는 The Realreal이라는 모델이 있어요. 중고 명품 이커머스 업체로 시작해서, 상장까지 했습니다. 시총이 약 22억 달러 (약 2.5조원) 정도 되는 회사에요. 매출은 3억 달러 (약 3.3천억원) 입니다. 이 업체 모토는 ‘중고도 신품처럼’이 특징이에요. 셀러 집으로 직접 방문/수거해서 아주 편하게 팔 수 있게 해줘요. 바이어 고객에게 100% 정품이라는 안심을 심어주고자 100명이 넘는 감정사를 직접 고용해요.
심지어 오프라인 스토어도 있어요. (사진만 봐도 백화점 같지 않나요?) 그러다 보니, 사업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적자에요. 물론 작년에는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적자 폭이 크게 줄진 않고 있어요.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드는 오퍼레이션 구조에서, 이를 만회할 만큼의 scale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겠죠?
모델 #2. C2C 플랫폼 모델 - 셀러와 구매자, 당신들이 알아서 하십쇼
반면에, 플랫폼은 광고할만한 장소를 줄 뿐이고. 셀러가 직접 가격을 매겨서 구매자와 거래하는 모델도 있어요. C2C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셀러 스스로 진품이라고 증거를 보여주고 (언제 샀고, 백화점 영수증, 흠도 어느 정도 인지 등). 셀러가 많이 고생하다 보니 수수료는 다소 낮은 7~8% 정도 받곤 합니다.
다만, C2C 플랫폼은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아까 제가 중고 셀러는 누가 어떤 상품을 들고 있는지도 모르고, 안다고 하더라도 아주 극 소량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그래서 셀러 영입을 위한 어떤 장치나 서비스가 없이, 플랫폼으로서는셀러 Scale을 쉽게 확보하기 어려워요.
우회 거래라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어요.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아야 되는데 말이죠. 그러다 보니, 거래당 발생되는 판매 수수료가 아니라 광고 수수료를 받거나, 셀러 멤버십 구매 여부에 따라 셀러가 올릴 수 있는 건수를 제한 한다거나.
우리나라에 필웨이라는 플랫폼이 있어요. 중고 명품 이커머스로는 제일 규모가 크고, ‘18년에 카페 24가 이 플랫폼을 샀어요. 그런데, 막상 홈페이지 가시면 놀라실 수도 있어요. 위에 사진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1세대 마켓플레이스 같은 UI/UX는 뭐지? 싶으실 거거든요.
여기는 C2C이긴 한데, 아까 말씀 드린 셀러 scale 문제를 제휴 셀러로 해결했어요. 소위 말하는 업자들이 많아요. 전국에 작고 큰 전문 중고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마켓 플레이스에요. 개개인 셀러를 하나하나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전업으로 담당하는 작은 고이비토, 구구스같은 오프라인 업체들을 온라인으로 모아서 빠른 시간 내에 scale을 확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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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
위에 언급한 필웨이는 셀러 규모는 많지만 1세대 플랫폼으로서 이커머스로의 기능은 어려워요. (검색도 잘 안되고, 추천도 잘 안되고요) 당근마켓도 물론 하나의 대안이지만, 그들은 커머스라기 보다 동네 커뮤니티를 꿈꾸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몇몇 업체들 = 이커머스를 잘하는 업체들이 해보겠다고 달려든 상황입니다. 트랜비가 베타 서비스를 런칭 했었고, 무신사가 명품 이커머스를 본격 출시하면서 중고거래까지도 염두해두고 있는 것 같아요. 동시에, 신생 업체인 쿠돈 등이 Series A 펀딩을 받는 중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장 성장성은 검증되었는데, 국내에서는 이제야 시장이 열리는 상황 이네요. 누가 승자가 될지는 정말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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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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