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 시절을 지탱하던 4가지 기둥

내 마음과 몸을 살 찌운 4가지

2023.05.24 | 조회 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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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구하기 나름

개잡부형 사회인이자 무장점 제네럴리스트의 존버와 공부와 삶의 일기

지금의 기억은 미래에 있어선 추억이 된다.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사는 지금은 미래에 먹고 살 추억의 양분이 되기 마련이다. 오늘은 내 유년 시절의 4가지 기둥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오프닝은 감상적이지만, 본문은 그렇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예고.

시작은 미약하나 끝의 부피는 창대하리라

내 유년 시절 (10대 초중반) 을 지탱하던 첫번째 기둥은 바로 '2마리 1만 원 순살치킨'이다. 지금 90년대 초중반 기준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 중학교 초반까지 '2마리 1만 원 순살치킨'이 진짜 유행했다. 당시 있던 페리카나나 BBQ 밑에 있는 저렴한 티어로서 그 치킨들이 있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는 없었고,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가게로서 브라질 닭을 싸게싸게 팔았다.

누구에게는 비극이었으나, 2003년 조류독감은 치킨을 좋아하던 내겐 더없는 호재였다. 당시엔 조류독감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는지, 조류독감 때문에 가금류 자체에 대한 수요가 너무나 낮아졌다. 먹으나마나 문제 없는데 왜 안먹지? 싶었으나.

그래서 저 2마리 1만 원 치킨집에서 쿠폰을 '남발'했다. 2마리 시키면 쿠폰 하나 줘야 하는데, 막 2~3개씩 줬다. 오지게 시켜먹었다. 스타리그 볼 때 먹고, 주말에 게임하면서 먹고. 게임하면서 먹어야 하니까 순살로 먹고, 뼈 버리기 귀찮으니까 순살로 먹고. 남는 거는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고, 반찬으로 먹고.

나는 아직도 100만 원짜리 파인다이닝보다 집에서 먹는 라면 한 그릇이 좋다라는 주장을 하는 '편하게 먹자' 주의자인데, 아마 내 가치관은 저때 형성된 것 같다. 아무리 비싼 소고기도 그냥 집에서 롤보면서 먹는 라면만 못하다.

내 마음의 양식은 만화책인데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책 진짜 안 읽었다. 시도 싫어했다. 잘 쓰인 비문학은 이해가 쉬워서 좋았다. 문학은 아무리 봐도 재미가 없었고, 시는 "아니 시발 시인의 의도를 왜 교과서가 정해" 라는 중2병이 있어서 싫어했다.

만화책이 좋았다. 2001~3년 기준으로 1권에 300원으로 만화책을 빌릴 수 있었다. 소설책이 700원이었나.

진짜 책 많이 봤다. 지옥선생 누베, 야이바, 코난, 김전일, 꼭두각시 서커스, 요괴소년 호야, 강철의 연금술사, 명견 실버 등등. 남들은 줘도 안 읽을 만한 쓰레기책도 꽤 빌려봤다. 아, 소설책도 종종 읽었다. 퇴마록, 황제의 검, 묵향. 연보라색 소나기보다 좋았고, 토지보다 장대했다. 내 세계관은 만화책과 양판소가 5할이다. 나머지 5할은? 이제 소개한다.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한 10대

내 감성의 5할은 스타크래프트다. 온게임넷, MBC게임(겜비씨), 그리고 경인tv와 WCG 등등 온갖 대회를 찾아봤다. 그냥 재밌더라. 스타크래프트도 재밌고, 리그도 재밌고. 남들은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보냐? 라는데 님들도 축구 야구 안 하는데 보잖아염?

실제 게임도 많이 했다. 난 10대 초중반 때 주말에만 집중적으로 게임을 했는데, 금~토에는 새벽 2시까지 스타만 했다. 채널명 op humor 라고 웃대채널에서 많이 했다. 친구들이랑 프로리그도 하고, 팀리그도 하고.

보기도 많이 봤다. 챌린지리그, 듀얼토너먼트, 팀리그, 프로리그. 내 본진은 임요환이 있던 IS, 오리온, 4U, T1 이었는데 또 그때가 전성기라서 안 볼 수 없었다.

정점은 커뮤니티. 지금이야 스갤이나 롤갤이 악의 축이자 대명사로 꼽히지만, 그때는 진짜 조용했다. 활동량은 많았는데, 거기서만 가만히 있었거든. 당시는 정사갤이나 코갤이나 막갤 그리고 야갤이 문제였지. 괜히 디씨문학에서 스갤이 잠자는 공룡으로 그려진 게 아니었음. 스갤, 와이지클랜, 파이터포럼, 피지알21, 홍차넷 등등. 피지알은 아직도 자주 간다.

무한도전 끝날 때 인생 끝나는 줄.

마지막은 무한도전. 솔직히 무한도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나는 좀 광적으로 좋아했다. 종영된 이후로는 항상 켜뒀고, 종영 전에도 무도 재방만 봤다. 얼마나 켜뒀냐 물으면... 그냥 잘 때 켜두고 자고 출근할 때 켜두고 일할 때 켜두고 그냥 켜뒀다. 내게 영향을 준 매체 중 하나가 라디오 (해철이형!) 인데, 그것처럼 소비했다.

그래서 무도 끝날 때 펑펑 울었다 ㅋㅋ 뭔가... 내 10대의 기억도 끝나는 느낌이었거든. 이제는 재미도 재미인데, 당시의 문화 (2G폰이라거나..)를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에 가깝다. 또 하나 더하자면, 당시의 나를 추억하는 정말 좋은 매개체거든. 궁 특집할 때 내가 몇살이더라, 짝꿍 특집은 몇살이었지, 서해안 가요제 때 내가 뭘 했더라 등등.

소신발언 하나 하자면, 요즘 예능 하나도 안 본다. 관찰예능은 나보다 잘나고 부자인 사람들 관찰하는 거 하나도 재미없더라. 그냥 보면 짜증나던데.. 연예인 여행 예능도 마찬가지. 돈도 많고 이미 자산도 다 있는 사람들이 저런 걸로 징징대? 돈받고 여행하는데? 별로 안 좋음.

찰리 채플린 시절부터 희극의 기본은 망가짐 혹은 망가뜨림에 있다. 그래서 pc라거나 풍자의 아이콘으로 묘사되는 스탠딩 코미디도 대부분은 '조롱'에 기반한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리액션에서 나오는 게 가장 원초적인 유희다. 난 남들 고생하고 구르는 게 재밌지, 조금 고생하고 징징대는 거 보기 싫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저 4가지 기둥은 모두 바스라졌다. 싸구려 순살치킨의 시대는 갔고, 물가도 올랐다. 만화책대여점은 사라졌다. 스타크래프트도 이젠 리그가 사라지고 아프리카로 귀속됐다. 무한도전은... 뭐..

아마 저 4가지를 지금 즐겨도, 그때만한 재미나 만족도는 없을 거다. 다만, 지나간 내 유년 시절을 맞이할 수 있는 다리 정도 되려나.

이만 끝!

그럼에도 삶은 꽂히면 가는 거고, 답은 구하기 나름이며, 중요한 것은 미래를 추론하기보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웬만하면 맞춤법 틀린 부분 없을 텐데, 있으면 봐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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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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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언

    0
    12 months 전

    아악 강철의 연금술사 아악 무한도전 아악 🗣🗣

    ㄴ 답글 (2)

© 2024 삶은 구하기 나름

개잡부형 사회인이자 무장점 제네럴리스트의 존버와 공부와 삶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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