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우리에게는 4대 소득이 있다. 근로 소득, 사업 소득, 투자 소득, 기타 소득. 쓰고 보니 4종이다. 1번은 노동자로, 2번은 사업가로, 3번은 투자자로 4번은 공적 연금 등의 소득을 의미한다. 사실 연금 소득은 따로 분류되는 거 같기도 한데 내가 임의로 그렇게 분류함.
아주 어릴 때 우리는 돈번다고 치면 대개 노동 소득만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투자 소득과 사업 소득도 알게 되나, 노동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개 소득을 말하면 노동 소득으로 이야기한다.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한국은 특이하게 정년이라는 제도가 있으나, 사문화된 지 오래됐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정년을 규정해두었으나, 그 정년대로 근로하다가 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과거 두산처럼 벽면수행을 시키거나 그 전에 알아서 이직을 하거나 아니면 근무평가를 낮게 주어 권고 사직을 한다. 그러니까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제도와 정규직 (특이 사유 없이 해고가 어려운) 문화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그 나이까지 일하는 것은 공무원과 공기업 말고는 없다. 이런저런 반례가 있겠으나 대개 그렇다.
나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내겐 그게 가장 큰 화두다. 아주 어릴 때 의사라는 직업을 위해 달렸다면, 변호사나 변리사나 회계사를 향해 달렸다면 어땠을까? 전문직은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고 말이야 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지금 나이에 도전하는 건 가미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왜 늙어서 일하지 못할까? 그냥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승진하지 못하면 나가야하는 문화다. 연차가 쌓이면 알아서 승진이 되는 문화라 그런가, 특정 연령대까지 가장 최전선의 실무진 (팀원) 으로 일하기가 어렵다. 역설적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퇴물 or 나가야 하는 시그널이 된다. 둘째로 나이문화가 있다. 한국은 특이하게 젊은 인력에 대한 집착과 나이 많은 인력에 대한 혐오가 섞여있다. 오히려 블루컬러는 고연령 짬바 노동자를 선호하는데, 화이트컬러는 특히나 나이 많은 사람을 피하는 듯하다. 우선 나이가 많으니까 관리하기 어렵다 (젊은 상사, 늙은 후배)는 점과 나이에 따른 고연봉 때문일까 싶다. 셋째로 고용문화 자체가 너무 딱딱하다. 대기업 공채가 있다는 점은 대기업 경력직을 상대적으로 배타시한다는 것이며 정년이 있다는 것은 그 나이를 넘어서 일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해외는 어떨까? 모른다. 사실 알아도 별 수가 없다. 각 나라의 고용문화는 고유의 경로에 의존하기에 일대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미국에서 올바른 제도가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정확히는 그 제도만 이식해선 안 된다.)
얼마 전에 내가 꽤 오랫동안 팔로우하던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봤다. 나이가 차서 퇴직했고, 다시 구직을 하고 있으나 쉽지 않으신 듯하다. 저 정도의 고급 인력도 저렇게 어려움을 겪는데, 내가 나이먹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 글을 끄적이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사그라들기 전에 투자 소득의 플로우를 구축하면 좋으련만, 대개 모든 투자 구루는 오랫동안 일하라고 권장한다 (노동소득이 주는 플로우는 대체가 어렵다). 그 다음엔 사업소득을 새로 만드는 일이다. 한국에서 사업소득이란 참말로 어려운 일이다. 고용주가 되어보지 않은 자,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답은 없다. 나이 먹고서도 소득을 보장하는 자격증은 없다. 그나마 의사? 근데 알죠? 서비스 사용자들 역시 '젊은' 전문직을 선호한다는 것. 그냥 이렇게 불안정한 문화와 삶을 수용하는 수밖에 없나라는 고민인 거지. 그냥 이렇게 된 거면, 아싸리 고용유연성을 높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입출입이 자유로워야 시장이 커진다.
누군가에게 해고는 죽음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해고가 일상이다. 대기업 직원은 임의로 해고하기 어려우나, 중소기업은 그게 쉽다. 무슨 법 바깥에 있는 고담시티라 그런 거라기보단, 그냥 중소기업 자체가 생존이 어렵고 그만큼 고용유연성도 높다. 약간 매서운 진실이긴 한데, 상대적으로 인적 자원의 퀄리티가 랜덤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필터링된 공군 내지 카투사나 의경이라면, 중소기업은 육군과 공익근무요원 어드매에 있다.
나는 오래 일하고 싶다. 더 많은 노동자가 더 오래 일하고 싶을 거다. 왜냐면, 은퇴한다고 해서 삶이 끝나진 않거든. 구가가 은퇴 후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적어도 베이비부머가 와르르 은퇴한 이 시기에 그 이후의 다양한 삶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회의 잉여자원이 너무 많지 않으려나.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박사라도 따야 하나. 한국에서 지적 노동자가 그래도 자기를 광팔기 위해서라면 박사는 있어야 하니까.
난 시간이 흐르는 게 무섭다. 나이 먹는 게 무섭다. 탈락이 무섭다. 어떻게 해서든 발버둥치는데,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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