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개발사에게 신규 고객 유치는 생명줄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고객과의 미팅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간 외주 개발을 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실패할 프로젝트의 70%는 첫 미팅에서 이미 신호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서로에게 후회만 남깁니다.
B2B 사업이든 외주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Qualification - 즉, 함께 일할 가치가 있는 고객을 선별해야 합니다. 마치 선발 이라고 불러도 무방합니다. 최대한 많은 고객과 미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고객을 선별하여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 일을 계속하는 노하우입니다.
오늘은 개발사 입장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그러나 너무나 흔한 5가지 고객 유형과 대응 방법을 공유합니다.
위험신호 1. "일단 만나서 이야기해요" - 준비 없는 고객
"브레인스토밍 겸 미팅 한번 하시죠. 와서 이야기하면 되지 않나요?"
이런 요청을 받으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혹시 놓치면 안 되는 큰 건 아닐까?' 하지만 경험상 이런 미팅의 90%는 시간 낭비로 끝납니다.
준비 안 된 고객의 전형적 패턴:
1차 미팅: "대충 이런 걸 만들고 싶어요"
2차 미팅: "지난번과 좀 다르게 생각이 바뀌었는데..."
3차 미팅: "예산이 생각보다 적네요"
4차 미팅: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투입 시간: 20시간
획득 수익: 0원
기회비용: 다른 건강한 고객 놓침
Qualification을 위한 필수 체크리스트:
미팅 전 반드시 요청해야 할 정보
1. 비즈니스 문제 및 목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시나요?"
2. 현재 상황과 필요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가요?"
3. 우리에 대한 기대
"저희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4. 예산과 일정
"대략적인 예산 범위와 목표 일정은?"
5. 미팅 목표
"이번 미팅에서 결정하려는 것은?"
실전 대응 스크립트:
"미팅 전에 간단한 자료를 보내주시면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준비가 어려우시면 서면으로라도
위 질문에 답변 부탁드립니다."
고객 반응별 대응:
"미팅에서 이야기하죠"
→ 정중히 거절 (80% 확률로 시간 낭비)
"준비해서 보내드릴게요"
→ 기다려볼 가치 있음
"바로 답변드립니다" + 상세 답변
→ 적극적으로 미팅 추진
위험신호 2. "우리가 다 할 수 있어요" - 과대포장하는 고객
"API 연동이요? 우리 개발팀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거잖아요."
프로젝트 2개월 차, 이 고객사는 단순한 REST API 호출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이 추가로 2주를 투입했지만, 비용은 받지 못했습니다.
실제 경험한 참사들
사례 1: "우리도 개발자 있어요"
- 신입 1명이 전체 개발팀
- API 문서 읽을 줄 모름
- 결과: 3개월 지연, 수익률 -30%
사례 2: "데이터는 우리가 정리할게요"
- Excel 수준의 이해도
- 100만 건 데이터 수작업 시도
- 결과: 마이그레이션 5회 실패, 추가 비용 2천만원
사례 3: "인프라는 우리가 관리해요"
- AWS 콘솔 처음 봄
- 보안 그룹 설정 못함
- 결과: 라이브 3번 장애, 우리 탓으로 돌림
조기 진단 질문:
"혹시 이전에 유사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으신가요?"
"현재 기술 스택은 무엇인가요?"
"담당 개발자분과 직접 소통 가능한가요?"
→ 답변이 모호하면 리스크 비용 200% 추가
→ 또는 정중히 거절
위험신호 3. "예산은 나중에 말할게요" - 가격 후려치기 고객
"일단 견적 먼저 주세요. 여러 업체 비교하고 있어서..."
5개 업체 견적을 받아 최저가 업체와 우리 견적을 비교하며 압박하는 고객. 우리 모두 겪어본 악몽입니다.
예산 숨기기의 실체:
고객의 속마음 vs 현실
고객 생각: "싸게 하는 곳 찾아야지"
실제 예산: 3천만원
요구 스펙: 3억 수준
우리 견적: 1.5억 (현실적)
타 업체 견적: 3천만원 (덤핑)
6개월 후 고객: "사기당했어요, 도와주세요"
우리: "..."
예산 관련 대응 전략:
1단계: 직접적 질문
"대략적인 예산 범위를 알려주시면
그에 맞는 현실적 제안을 드릴 수 있습니다."
2단계: 간접적 유도
"일반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는 X-Y 정도입니다.
혹시 이 범위와 많이 다르신가요?"
3단계: 최소 기준 제시
"저희는 최소 X원 이상 프로젝트만 진행합니다.
혹시 이 기준에 부합하시나요?"
답변 회피 시 → 거절 고려
터무니없이 낮은 예산 → 즉시 거절
주의: 피해야 할 고객 특징
이런 고객은 무조건 피하세요
"다른 곳은 500만원에 해준대요"
"이거 하루면 되는 거 아닌가요?"
"간단한 작업인데 왜 비싸죠?"
"우리가 장기 고객 될 수 있어요" (거짓말)
→ 계약해도 100% 후회합니다
위험신호 4. "계약서는 나중에" - 분쟁 예약 고객
"일단 시작하고, 계약서는 진행하면서 만들죠. 신뢰가 중요하잖아요."
작년에 이런 고객과 일했습니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이건 당연히 포함된 거 아니냐"며 2천만원 어치 추가 작업을 요구했습니다. 증거? 카톡 대화뿐이었죠.
실제 일어난 분쟁들
"간단한 수정"의 정의 차이
고객: 버튼 색 바꾸기
우리: 전체 UI 컴포넌트 리팩토링
분쟁 금액: 500만원
"당연히 포함"의 범위 차이
고객: 관리자 페이지도 당연히 포함
우리: 견적에 명시된 사용자 페이지만
분쟁 금액: 3,000만원
"곧 입금"의 시간 차이
고객: 3개월 후
우리: 1주일 내
손실: 직원 급여 대출 이자
필수 문서화 프로세스:
거래 시작 전 필수 문서
1. 견적서 (상세 작업 범위 포함)
2. 계약서 (법적 효력 있는)
3. 요구사항 명세서 (고객 확인 서명)
프로젝트 중 필수 문서
- 주간 회의록 (이메일 공유)
- 변경 요청서 (비용 명시)
- 테스트 결과서 (고객 확인)
"문서 작업 귀찮다"는 고객
→ 100% 나중에 더 귀찮아집니다
→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
위험신호 5. "이 정도는 서비스로" - 한도 끝도 없는 고객
"이것도 추가해주세요.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우리가 장기 고객이 될 건데..."
처음엔 작은 부탁이었습니다. 하지만 3개월 후, 무료 추가 작업만 30% 늘어났고, 정작 "장기 고객"은 되지 않았습니다.
무한 요구 고객의 진화:
요구사항 인플레이션 곡선
1주차: "폰트만 바꿔주세요" (5분)
2주차: "색상도 몇 개만..." (30분)
3주차: "기능 하나만 추가..." (5시간)
4주차: "페이지 하나만 더..." (3일)
2개월: "관리자 페이지도 필요..." (2주)
총 무료 작업: 1,500만원 상당
추가 계약: 0원
경계 설정 스크립트:
"추가 요청 관련 안내드립니다.
포함된 수정: 버그, 명세서 내 작업
추가 비용: 새 기능, 범위 외 작업
모든 변경은 서면으로 요청 부탁드립니다.
견적 확인 후 진행 여부 결정하시면 됩니다."
고객 반응:
"이 정도도 추가 비용이냐"
→ "네,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입니다"
"다른 업체는 다 해준다"
→ "그럼 그쪽과 진행하시는 게..."
"장기적 관계 생각하면..."
→ "장기 계약 하시면 할인 가능합니다"
건강한 고객 vs 위험한 고객 구분법
건강한 고객 (적극 수주)
- 명확한 요구사항과 문서 준비
- 예산과 일정 투명하게 공유
- 전문성 존중하고 조언 수용
- 계약서와 프로세스 중시
- 합리적 요구와 상호 존중
→ 이런 고객에게는 120% 역량 투입
→ 장기 파트너십 적극 제안
→ 필요시 전략적 할인도 고려
위험한 고객 (정중히 거절)
- "일단 만나서" 류의 준비 없음
- 예산 숨기고 견적만 요구
- 모든 걸 "간단한 작업" 취급
- 문서화 거부, 카톡 선호
- 끝없는 무료 추가 요구
→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
→ 또는 리스크 프리미엄 200% 추가
→ 팀 보호가 최우선
실전 Qualification 프로세스
1단계: 초기 문의 대응 (5분)
- 자료 요청 이메일 발송
- 간단한 스크리닝 질문
2단계: 자료 검토 (30분)
- 요구사항 구체성 평가
- 예산/일정 현실성 검토
- 위험 신호 체크
3단계: 사전 통화 (15분)
- 핵심 질문으로 검증
- 프로젝트 적합성 판단
- 미팅 필요성 결정
4단계: 미팅 결정
- 건강한 고객만 선별
- 명확한 어젠다 설정
- 의사결정권자 참석 확인
거절의 기술: 품격 있게 No 하기
상황별 거절 스크립트
준비 안 된 고객:
"먼저 내부 요구사항 정리 후
연락 주시면 도움드리겠습니다."
예산 맞지 않는 고객:
"말씀하신 예산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산에 맞는 다른 업체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무리한 일정:
"품질 보장이 어려운 일정입니다.
일정 조정이 어려우시면
다른 업체 알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갑질 고객:
"저희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업체와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때로는 거절이 성공의 지름길
신규 고객 문의가 적은 개발사일수록 모든 문의에 목매게 됩니다. 하지만 잘못된 고객 하나가 회사 전체를 망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건강하지 않은 고객과 저비용으로 일하는 것보다, 차라리 건강한 고객에게 무료로 일하는 것이 낫습니다. 물론 건강한 고객은 절대 무료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 하겠지만요.
"연락 오는 고객이 없는데 깐깐하게 굴면 다 도망간다"고 걱정되신다면, 근본적 해결이 필요합니다:
- 마케팅 메시지 개선: 전문성과 차별화 강조
- 포트폴리오 강화: 성공 사례 중심 재구성
- 네트워킹 확대: 건강한 고객이 모이는 곳 공략
- 레퍼런스 확보: 기존 우수 고객의 추천
기억하세요. 10개의 부실 프로젝트보다 1개의 건강한 프로젝트가 회사를 성장시킵니다.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곧 경쟁력입니다. 오늘부터 "모든 고객"이 아닌 "올바른 고객"에게 집중하세요.
이 글이 도움되었다면, 같은 고민을 하는 개발사 동료들과 공유해주세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