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워라밸은 MZ세대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면서 유행한 신조어다. 실제로 최근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이 ‘연봉’보다 ‘워라밸’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도 솔직히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 10명 중 7명에 속한다. (Z세대는 아니고 M(Millennial) 세대긴 하지만..). 그런데 최근 삶의 균형을 못 잡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워라밸을 잠시 빌려 표현하자면 Work(일)하고 Life(생명..)는 있는데 밸런스가 없다. 사실 직장에서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거나 잔업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예전부터 뭔가에 빠지면 해답을 얻기 전까지 헤어 나오질 못하는 성격인지라, 회사에서 못 끝낸 문제들을 집에까지 끌고 와서 자발적으로 야근 아닌 야근(?)을 종종 하게 된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집에 와서 글을 읽고 쓰려고 하니 또 잡지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이 떠오르고, 이걸 해결해야 하나 싶어서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벌써 밤 열두 시가 되어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된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다 못쓴 글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뜬 눈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새우다 보면 어느덧 한시가 넘어가고 그러다 제풀에 지쳐 잠이 든다. 이렇게 살다가는 제명에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밸런스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균형 잡힌 삶을 산다는 게 말은 쉽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살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무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가령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라고 가정해보자. 시험을 준비하는데 생활 패턴을 9 to 6로 워라밸을 유지하며 정말 합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가능은 하다. 다만 그건 몇 년 후의 일일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무너져 내리는 멘탈과 부담, 금전적 압박을 이겨낼 수 있다면 말이다. 워라밸을 유지하고 싶어도 사회의 문턱은 냉정하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를 채우고 온전히 삶에 집중해야 할 시기도 분명 필요하다. 나와 타인을 돌보고 채우는 시간을 소홀히 여긴다면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는 점점 옅어지고 빈껍데기만 남겨진다. 그럼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사실 나만의 해법은 아직 없다. 다만 요즘 들어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마음을 비우는 방법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운동일 수도 있고. 명상일 수도 있고, 음악을 들으면서 멍을 때리거나 멍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자연이나 동물 다큐를 보는 것이다. 최근 EBS 다큐프라임 ‘진화와 공존의 섬 갈라파고스’ 편을 봤다. 갈라파고스 섬의 동물들은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모든 생활 패턴을 맞춰 단순하게 살아간다. 하루하루를 ‘생존’이라는 목표 앞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면 어쩐지 내가 하는 고민들이 하찮아지고 마음이 조금 편안(사실 관광으로 인해 파괴되는 갈라파고스의 생태계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해지곤 한다.
누군가 ‘마음이 과거에 살면 불행하고 미래에 살면 불안하다’라고 했던가, Work(일)에 집중하게 되면 자꾸 자신을 되돌아보고 불행해진다. Life(삶)에 집중하면 미래를 불안해하게 된다. 또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뭐가 됐던 하나에 집중하면 나머지 하나가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어쩌면 워라밸,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적절한 시간을 배분을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워라밸을 지킨다는 것은 Work와 Life 중 지금 나에게 더 필요한 일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하루하루 일이나 삶에 집중하되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라이프(생명)를 지키기 위해서 1일 1멍을 때려야겠다. 혹시 Work와 Life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 멍을 때려 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생명은 소중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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