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속지 말자 강조하시는 거 왜이렇게 웃기죠 ㅋㅋ 저도 진짜 엄청 잘 속는 사람이었는데, 변호사 일 하면서 별별 이상한 일을 다 보니 지금은 많이 때가 탄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그 연고 효과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ㅎㅎ
오늘은 법 말고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며칠 전 재판에서 제가 엄청 울다가 나왔는데요. 재판이 망해서 운 건 아니고요..;;ㅋㅋ 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김소리의 세상을 읽다] 코너에도 쓴 사건인데, 원주에 아주 오래된, 1963년에 개관한 아카데미극장이라는 단관 극장이 있었는데요. 멀티플렉스의 성행으로 단관 극장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원주에 유일하게 남은 단관극장이 되었어요. 특히 국내에서도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단관극장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역사적 희소성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철거 논의가 있었는데, 시민들이 근대문화유산이자 지역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오랜 추억이 깃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보존하자는 목소리를 냈고, 영화인들도 가세하면서 결국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래서 원주시가 극장을 매입하기까지 하고, 문체부의 유휴공간 재상사업에도 선정되면서 39억 원의 국도비를 사업비로 확보하기에 이르렀어요. 그런데 시장이 바뀌고, 바뀐 시장이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뒤엎고 철거를 강행했습니다. 실제로 철거를 해버렸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에 대해 철거 반대 운동을 했던 시민들 24명을 원주시가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했고, 그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입니다. 시정에 비판적 의견을 냈다고 고발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들은 원주 지역의 창작자, 예술인이거나 오랜 시민들 또는 영화인들이에요. 엊그제 마지막 공판이라 피고인들 최후진술이 있었거든요. 사람이 많아서 최후진술이 한시간 넘게 이어졌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당시 극장을 지키고자 했던 이유와 마음들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민주주의, 지역 공동체와 예술정책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주는 말들이었습니다. 결국 법정은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찼고, 저도 눈물을 쏟았습니다.
근데 저 말고 저랑 책방 같이 하는 류하경 변호사도 옆에 있었는데, 이 분은 평소에 진짜 안울거든요.(ㅋㅋ) 근데 재판 끝나고 보니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쩐 일이냐고 제가 이야기했는데, 엄청 참다가 마지막 피고인 진술 때 결국 터져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참냐고 슬프고 눈물나면 울면 되지 왜 참냐 했더니, 변호사가 냉정한 모습을 보여야지 그렇게 울면 감정적인 변호사로 보이지 않겠냐고 농담 섞인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니 오히려 같이 울면 정말 진심을 다하는 변호인이구나 생각하지 않겠냐고 되받아쳤는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ㅋㅋ 어떤 스타일? 침착하고 냉정한 변호사 or 감정적으로 공감해주는 변호사? 결국 F냐 T냐?ㅋ
사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건 좋지 않죠. 두 가지 면이 골고루 있어야 좋은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도 매번 우는 건 아닙니다..?ㅋㅋ 냉정해야 할 때는 또 냉정하다고요~ 예컨대 일단 경찰한테는 초냉정 모드 장착입니다. 잘 보이면 잘해줄 것 같죠? 절대 아니고, 잘보이면 만만하게 봄,,(이봐요 저도 이미 순수하고는 거리가 멀어짐..) 초냉정하게 해야 긴장하고 똑바로 한답니다. 그리고 또 판사가 T 스타일이면 T모드로 해요. ㅋㅋ 어차피 마음을 움직이는게 안통할 것 같은 사람이면 그렇게 접근하면 안되니까요.
F 기질이 우는 거 말고, 분노로 보여질 때도 있어요. 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리인으로 가해자 재판에 가면 그때는 가해자 엄청 노려봐요 저는. ㅋㅋ 노려보면서 압박하는 겁니다. 어디 거짓말 하기만 해봐~ 이런 느낌.ㅋㅋ
뭔가 이야기하고 나니 좀 웃기네요 ㅋㅋ 약사도 적합한 자질이 있는지 궁금해지고요~
저는 앞으로도 F와 T를 골고루 잘 섞어서 일하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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