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그거 그렇게 쓰는 거 아니야..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번 글 읽고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평소에는 대표님을 인스타로만 주로 보는데, 인스타로 보이는 대표님 모습은 책 이야기하시고 춤추시는 그런 모습이어서.. 잠시 대표님이 약사님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갑자기(?) 약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해주시니 매우 새로웠답니다(약사가 약 이야기하는 게 새로울 일인지?ㅋㅋ). 다 비슷한 약인데, 유독 어떤 회사 제품이 더 잘 맞고, 안 맞고 하는 이유를 덕분에 잘 알게 되었어요. 손님에게 약 줬다가 자신에게 잘 안맞는다고 항의한 손님은 없는지도 궁금하네요. 대표님 말 들어보면 별의 별 손님들이 다 있는 것 같아서요.

저는 무슨 주제를 쓸까 고민을 하다가, “법치주의”라는 좀 무겁게 느껴지는 개념을 골라보았습니다. 요즘 민주주의니, 헌법이니 이야기를 많이 하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위 단어들과 더불어 흔치 않게 쓰이는 법치주의의 개념에 대해 좀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제가 뭐 헌법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니고 한낱 법률실무가에 불과한데, 어차피(?) 엄청 깊이 들어갈 수준은 못됩니다.

다만, 정치권에서 법치주의란 단어를 이상하게 쓰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정치인들 입에서 법치주의란 단어가 어떻게 나오는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대체로 뭔가 마음에 안드는 시위가 일어나거나 할 때 같은데요. 대통령 등이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라며 ‘불법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황당합니다. 왜냐하면 법치주의는 권력을 제한하는 원리, 즉 통치자의 권력을 통제하는 장치로서의 이념이지 보통의 시민들을 압박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거든요. 잘 아시다시피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통치’를 뜻하죠. 이게 일반 시민들보고 법을 똑바로 지키라는 뜻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법치주의는 사람에 의한 통치, 즉 인치(人治)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누가 통치를 하더라도 그 통치는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지, 통치자 개인의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법치주의가 등장한 이유는 군주의 절대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군주 1인 마음대로 전제정치를 펼치자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었고, 이에 안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군주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지 말고 법이라는 원칙에 따라 권력을 통제하도록 하자고 하면서 법치주의 개념이 나온 것이죠.

그러니까 법치주의는 고위공직자 등 권력자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개념이지, 권력자가 국민한테 협박(?)하는 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꾸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이 법치주의 개념을 시민들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마저 법치주의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법을 잘 준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법치주의는 통치자의 권력 제한의 원칙이자 이들에 대한 명령이지 통치자가 시민들을 향해 ‘법을 똑바로 지키라. 안 지키면 처벌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지난 금요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선고문에도 “법치국가의 원리”라는 표현이 나왔는데요.“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 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앞에 제가 설명한 내용과 더불어 읽어보면 좀 더 의미가 와닿지 않나요? ‘피청구인이 통치자로서 법에 근거한 통치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법치국가 원칙을 위반했고, 이는 민주 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는 것인데, 권력자의 통치가 법을 벗어나 이루어지면 국가의 주인인 시민들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고 이는 결국 민주 공화정의 안정성에 대한 위해라는 것이죠.

이렇게 권력자에 대한 사법심사에서는 법치국가 원리 위반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보통의 시민들에 대한 판결 등에서 ‘법치국가 원리를 위반했다’는 내용은 볼 수 없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법치주의는 우리한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이렇게 법치주의는 우리가 고위공직자들을 향해 외치는 우리 시민들의 도구임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할게요. 너무 무거웠나요? 그래도 뉴스나 판결 관련 소식 보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다음엔 가벼운 소재를 골라보지요!

벚꽃이 피고 봄이 왔어요! 봄철에 특히 많이 찾는 약이 있는지, 갑자기 계절별 약국 베셀이 궁금해지네요.ㅋㅋ 기회되면 알려주세요~

* 약과 법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으니 필요시 꼭 전문가와 직접 상담 하시기 바랍니다. 

* 듣고 싶은 이야기, 알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