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부는 날이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 그 시간은 단 하나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2023.11.06 | 조회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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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여운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편지를 써 내려가요.

Bgm / Prm - wind
Bgm / Prm - wind

그 시절, 강제적으로 치뤘던 시험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 그 시간은
단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시험이 끝나고 난뒤, 너와 공원을 걷다보면
사방의 꽃들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토닥였고.

서로를 바라보는 두근거림과 함께, 먹구름이 찾아와 질투를 하곤했지.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몸을 털어, 물방울들을 떨어뜨렸어.

우리는 급히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나무 밑으로 뛰어 숨었고
뭐가 그렇게 즐거워서 우리는 서로의 젖은손을 잡고 깔깔 웃어댔지.

나무 밑에서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보았고, 그 사랑에 흠뻑 젖었어.

너의 머리카락이 젖어가는게 보일즈음
나는 급히 가방을 뒤적거렸고
그렇게 찾은 모의고사 시험지.

나는 배시시 웃으며 스윽 꺼내 머리위에 펼치며
내 팔 아래 너의 자리를 준비해 들어오라 눈짓했고,
그때 너가 웃음지으며 들어와 함께 달려나갔지.

그떄 나는 어떤 과목을 쳤는지,
시험 점수가 어땠는지,

지금은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처럼 비바람이 부는날에는
함께 발 맞추어 뛰고,
사랑하며 성숙해져 갔던,
그 여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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